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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전과" 김종인 겨눈 홍준표…악연 시작은 8일전 아닌 8년전

중앙일보 2020.04.27 15:44

“정치 감각과 경륜으로 봤을 때 김종인 말곤 대안이 없다.” (17일 중앙일보 통화)

“인제 그만 정계에 기웃거리지 말라.” (25일 페이스북)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을 향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의 평가가 8일새 돌변했다. 통합당의 총선 참패를 수습할 적임자로 김 전 위원장을 띄웠던 홍 전 대표는 입장을 바꿔 김 전 위원장의 뇌물 전력을 거론했다. 부정으로 얼룩진 인사가 당의 간판이 돼선 안 된다는 논리다.
 

8일새 돌변한 홍준표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이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근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이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근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전 대표의 입장 변화 계기는 김 전 위원장의 24일 인터뷰가 주요 이유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본다”고 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홍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이후 홍 전 대표의 비판 강도는 높아졌다. 페이스북에 “차떼기 정당 경력을 가진 우리당 대표를 뇌물 경력 있는 사람으로 채우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인가?”(25일), “정치판에서 개혁 운운하며 노욕을 채우는 것은 더는 용납할 수가 없다”(26일) 등이었다. 
 
특히 홍 전 대표는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김 전 위원장의 뇌물수수 자백을 자신이 직접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당시 주임검사이던 함승희 전 의원의 부탁으로 조사실에 들어가 “가인 김병로(초대 대법원장) 선생의 손자가 거짓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고 말하자 김 전 위원장이 범죄사실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홍 전 대표에게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8년 전 악연도 소환

2012년 2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친 뒤 김종인 비대위원과 얘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2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친 뒤 김종인 비대위원과 얘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각에선 홍 전 대표의 날 선 비판 저변엔 8년 전 ‘김종인과의 악연’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2년 19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홍 전 대표와 새누리당 비대위원이던 김 전 위원장은 강하게 충돌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 침체한 당을 되살리기 위해 들어선 ‘박근혜 비대위’ 일원으로 한나라당에 몸담은 김 전 위원장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 인적 구조에 칼을 들이대는 등 이른바 개혁 작업을 주도했다. 당시 언론에선 비대위원 6인의 ‘무차별 난사(亂射)’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유탄은 홍 전 대표에게도 날아왔다. 당시 비대위에선 “현 정권 공신이나 당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우리 책임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 그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쇄신을 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정권 실세 용퇴론을 제기했다. 이상득·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에서 여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장, 정몽준·안상수·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홍 전 대표는 그 당시에도 김 전 위원장을 거세게 공격했다. 그는 “실세 용퇴론 주장에는 동의하나 김종인, 이상돈 두 위원이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김 위원은 (동화은행 뇌물사건으로) 수형까지 됐던 것은 공직 자격이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비대위의 거듭된 견제에 홍 전 대표는 19대 총선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거취를 당의 판단에 맡겼고, 결국 서울 동대문을에 전략 공천됐지만 낙선했다.
 

‘김종인 흔들기’에 홍준표도 상처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이 확정된 홍준표 후보가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두산동 선거사무소에서 부인 이순삼 여사와 나란히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이 확정된 홍준표 후보가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두산동 선거사무소에서 부인 이순삼 여사와 나란히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홍 전 대표의 날 선 공세에 통합당 비대위원장 결정 여부를 하루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당선자 총회를 열기 전에 전국위원회를 열어선 안 된다”(3선 의원 모임)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에선 ‘김종인 비대위’ 여부를 결정할 전국위가 성원이 안 돼 무산될 것이란 전망부터, 개최되더라도 부결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이 결국 홍 전 대표 자신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내 비판도 상당하다. 정진석 의원은 26일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전 당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향해 쏟아낸 말들,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비판했다. 송파병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근식 교수는 2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가 저런 행태를 계속한다면 당에 들어올 경우에 더 큰 화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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