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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위반 영장 절반은 퇴짜···'주거 유무'가 구속 갈랐다

중앙일보 2020.04.27 14:5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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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위반, 2명 발부·2명 기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조치 위반 사건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50%다. 경찰은 자가격리를 어긴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 중 2명만 구속됐다. 다른 2명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주거·고의성 따라 절반 발부

2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까지 서울 송파·중랑·성동경찰서와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각각 1건씩 자가격리 조치 위반 혐의(감염병예방법)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자가격리 위반 구속영장 신청 기준을 세우고 이에 맞춰 신병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2건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7일 0시부터 자가격리되는 사람 중 격리 장소를 이탈한 사람에게 동의를 받고 채우는 것으로 도입된 '자가격리 위반자 안심밴드'. 연합뉴스

27일 0시부터 자가격리되는 사람 중 격리 장소를 이탈한 사람에게 동의를 받고 채우는 것으로 도입된 '자가격리 위반자 안심밴드'. 연합뉴스

일정한 주거의 유무가 구속을 갈랐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2명은 구속됐지만 자택에서 지내다 자가격리를 어기고 외출한 2명은 영장실질심사 끝에 구속이 불발됐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엔 적극적인 고의를 가지고 자가격리 수칙을 어겼는지도 함께 고려됐다.

 

집 없거나, 거주 유동적…구속

14일 자가격리 위반자 중 처음으로 구속된 A씨(68)는 두 차례 격리 장소를 빠져나가 사우나와 음식점 등을 이용했다. A씨는 10일 미국에서 입국한 다음 날 사우나에 갔다가 적발돼 돌려보내 졌으나 또다시 외출해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미국에 살다가 잠시 한국에 들어와 고시원에서 지냈다고 한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국내에는 A씨 명의로 된 거주지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신청 당시 주거 부정을 주된 구속 사유로 강조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위반 혐의를 받는 60대 A씨가 1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위반 혐의를 받는 60대 A씨가 1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구속된 B씨(27)는 자가격리 중 무단이탈해 이틀 만에 붙잡혀 임시 보호시설에 격리됐으나 시설에서도 탈출해 체포된 경우다. B씨는 직업이 없고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지냈다. 그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아르바이트 장소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왔다. 무단이탈로 처음 붙잡혔을 때 B씨는 “부모 집이 아닌 보호시설에 있겠다”고 자원했다.

 

부모랑 살며 4번 위반…기각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른 두 피의자 역시 자가격리 조치를 고의로 위반한 점에서는 동일했다. 다만 ‘일정한 주거가 있느냐’는 기준에서 차이가 났다. C씨는 서울 중랑구의 자택을 네 차례 무단이탈한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지만 풀려났다. C씨는 세 번째 무단이탈 당시 ‘또다시 주거지를 벗어나면 구속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듣고도 집을 나갔다가 붙잡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대인 C씨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한다. 부모와 함께 일정한 장소에서 꾸준히 거주했던 점이 구속영장 기각의 결정적 이유였다. 서울북부지법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재범 위험성을 중요하게 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기간 중 서울 성동구에서 마포구까지 밥을 먹으러 갔던 30대에 대해서도 법원은 계속 거주하던 집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24일 서울동부지법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다”며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격리위반 계속 엄정 대응"

법조계 일각에서는 주거에 따른 구속 결정이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 출신의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원칙적으로 따지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긴 하다”면서도 “코로나19 전염 예방이 국민 생명과 연결되는 만큼 격리 위반의 반복성이나 재범 우려를 더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 뉴스1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은 판사의 결정이다"며 "경찰은 자가격리 위반에 대해 계속해서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자가격리 위반은 현 상황에서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감염 위험성·은폐 시도·다수 접촉 여부 등의 자가격리 위반자 구속영장 신청 기준을 세웠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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