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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동 증인 선 정경심, 증거 내밀어도 수십번 "기억 안난다"

중앙일보 2020.04.27 11:31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는 모습. 두 사람은 모두 구속된 상태다 강정현 기자,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는 모습. 두 사람은 모두 구속된 상태다 강정현 기자, [연합뉴스]

"기억이 나지 않는다""증언을 거부한다"
  

정경심 "강남빌딩 언급에 상처 받아, 세상 살고싶지 않았다"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가 그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수십차례 반복했다.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질문에는 "증언을 거부한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 물증을 제시하며 "기억이 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다. 정 교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소병석 부장판사)에서 열린 정 교수의 증인신문은 이렇게 진행됐다. 검찰이 서술형으로 묻는 질문에 정 교수의 단답형 대답만 돌아오는 식이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물증을 제시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피고인이 흔치는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증인신문 중 일부를 발췌해봤다.
 
정경심 교수 증인신문 중 일부
검찰(이하 검)=11시 35분 문자 보냈고 12시7분 경 증인이 피고인에게
"알겠습니다. 주말에 시간을 너무 쓰게 했네요 그날 봐요" 이렇게 문자 보낸 사실있나요
정경심(이하 정)=12월5일인가 5월 12일인가요?
검=12월입니다
정=기억나지 않습니다.
검=주말에 시간 너무 쓰게 했다 기억 나지 않으신다고요?
정=기억 안납니다.
검="12시 15분 경 사무실로 갈게요 10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문자. 사무실이 익성 사무실이었나요?
정=갔다고 한다면 적어준 사무실로 갔겠지만 익성 사무실로 간 건 모르겠습니다.
검=피고인(조범동) 사무실 찾아가 익성 투자 익성 투자가치 설명 들은 사실있나요?
정=공소사실과 연관 있어 증언 거부하겠습니다.
검=익성에 대한 투자 자료 받아왔습니까.
정=기억 나지 않습니다.
 

"조범동 측 잘못 덧씌워진 것"→"저 친구를 믿었다" 

정 교수는 조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저는 저 친구를 믿었다. 지금도 생각은 다를 바가 없다"며 우호적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정 교수의 변호인이 "사모펀드 의혹은 조범동 측 잘못이 덧씌워진 것"이라 주장한 것과 결이 다른 말이다. 당시 이 말을 들은 조씨의 변호인은 "정 교수가 조씨를 사기꾼으로 몰고 있다. 너무 화가난다"고 말했었다. 
 
이날 정 교수가 조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검찰과 정 교수의 엇갈린 주장 때문이다. 검찰은 정 교수를 조씨의 횡령 및 증거인멸 혐의 공범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정 교수가 모든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라며 정 교수의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정 교수와 조씨의 공모 행위에 대한 증거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였다. 조씨는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는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정 교수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수 유튜버 명예훼손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수 유튜버 명예훼손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정 교수는 지난 20일 "검사의 신문은 피고인 신문과 다를 바 없다"며 조씨 재판에 출석을 거부했었다. 자신의 재판에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하자 이날 출석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출석했기에 과태료 결정을 재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교수 "강남빌딩 문자 공개에 상처 받아" 

검찰은 이날 정 교수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진술을 거부한다"는 반복된 대답에도 조씨와 정 교수간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논의 사항을 계속해 캐물었다. 정 교수는 다만 검찰이 정 교수의 "내 목표는 강남빌딩 사는 것"이란 문자메시지를 다시 공개하자 작심한듯 장문의 답변을 했다. 
 
정 교수는 "전 양심없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저때는 세상을 살고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대여금이라 주장하며 왜 투자금에 대한 인수증이란 표현을 썼냐는 질문에는 "저는 문학이 전공이라 말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다"는 답변도 했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의 증인신문 내용을 정 교수의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객관적 물증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답변은 판사의 유죄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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