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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솜 빠지고 실밥 터진 내 친구, 인형 전문의사 손길 닿자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왔죠

중앙일보 2020.04.27 09:00
인형 병원 토이테일즈를 찾은 박서연(왼쪽)·김보겸 학생기자가 인형 속에 파묻혀 환하게 웃고 있다.

인형 병원 토이테일즈를 찾은 박서연(왼쪽)·김보겸 학생기자가 인형 속에 파묻혀 환하게 웃고 있다.

 
소중 친구들은 아플 때 어디로 향하나요? 내과·외과·치과·이비인후과 등 병원에 가죠. 여러분처럼 다친 인형도 병원에 갑니다. 해어진 피부와 솜이 빠져 납작해진 얼굴, 실밥이 터진 다리까지 모두 수술 가능한 인형 병원으로요. 김보겸·박서연 학생기자가 아픈 인형 친구들을 품에 안고 인형 병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병원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 천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서연 학생기자가 아이보리색 천을 가리키며 “우리 ‘초코(강아지 인형)’랑 똑같은 색이에요!”라고 감탄했죠. 인형 병원 토이테일즈의 진료실에선 치료를 마친 말끔한 모습의 인형 친구들과 김갑연 의사 선생님이 두 학생기자를 반겨줬습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인형 병원의 입원 과정은 실제 병원과 비슷합니다. 우선 보호자가 가져온 인형을 진료해요. 인형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과정이 달라지죠. 눈을 다친 환자는 안과, 털이 빠져 원단 교체가 필요하면 피부과, 실밥이 터졌으면 외과, 솜 이식이 필요하면 내과, 팔다리가 뜯어졌으면 정형외과 수술을 받게 됩니다. 진료 후 6명의 의사 선생님이 각자 맡은 분야의 수술에 돌입하는데요. 디자이너 팀장이 틀을 만들고요. 상처 부위에 맞는 원단을 덧대죠. 터진 부분은 재봉 전문가가, 인형 복제는 디자인 전문가가 시술해요. 바느질 솜씨뿐 아니라 디자인과 원단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에요.
 
어떤 인형 환자가 와도 치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질·색깔의 천을 갖추고 있는 인형 병원.

어떤 인형 환자가 와도 치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질·색깔의 천을 갖추고 있는 인형 병원.

먼저 서연 학생기자가 강아지 인형 환자를 진료대에 살포시 눕혔어요. “어릴 때부터 함께한 초코인데요. 요즘 힘이 없어 잘 서지 못해요. 입 모양도 희미해졌고요.” 초코를 이리저리 살펴본 의사 선생님은 “초코가 오랜 시간 서연 학생기자와 함께하며 살이 많이 빠졌네요. 솜을 채워 넣는 내과 수술과 입 모양을 다시 만드는 외과 수술을 병행할 거예요”라고 진단했어요. “발끝을 만져보세요. 뭐가 느껴지나요?”라는 질문에 두 사람은 초코의 발을 요리조리 살펴봤죠. “동글동글 콩 같은 것들이 가득해요.” “다리는 솜인데 발끝은 더 무거워요.” 김갑연 의사 선생님은 “맞아요. 발끝에 들어있는 콩 모양 충전재 덕분에 초코가 똑바로 설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다리 솜이 많이 뭉치면서 힘이 없어졌어요. 다리와 몸통에 솜을 가득 채워 초코가 혼자서도 잘 설 수 있도록 치료해줄 거예요”라고 설명했어요.
 
두 학생기자가 김갑연(오른쪽) 토이테일즈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두 학생기자가 김갑연(오른쪽) 토이테일즈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보겸 학생기자의 인형 환자도 진찰대에 올랐어요. 큰 꼬리가 달린 포켓몬 인형이었죠. “큰아버지에게 선물 받았어요. 인형 뽑기 기계에서 뽑아주셨는데, 동생이 가지고 놀다 등에 상처를 입었어요.” 선생님이 진찰에 들어갔습니다. “전체적으로 건강하네요. 등 부분 상처를 꿰매주는 외과 수술을 하며 덜렁거리는 꼬리도 단단하게 붙여줄 거예요. 큰 수술은 아니에요.” 보겸 학생기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인형 친구들이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두 학생기자가 인형 병원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어요. 서연 학생기자가 “인형 병원은 어떻게 탄생했나요?”라고 물었어요. “인형 병원 토이테일즈는 원래 온라인 인형 쇼핑몰이었어요. 고객에게 직접 주문받아 특별한 인형을 만들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수선 문의가 들어왔어요. ‘터진 실밥을 꿰매줄 수 있냐’ ‘인형 눈이 떨어졌다’ 등이었죠. 처음에는 무료로 수선해줬는데, 그 양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낡은 인형의 경우 원단을 바꾸고 새로운 솜을 넣어 줘야 하는데, 더는 무료로 치료할 수 없는 수준이 됐어요. 결국 2016년 인형 병원을 열었죠.”
 
각자 마음에 드는 인형을 고른 박서연·김보겸 학생기자.

각자 마음에 드는 인형을 고른 박서연·김보겸 학생기자.

토이테일즈보다 일본에서 먼저 인형 병원이 문을 열었고, 미국·호주·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에도 있어요. 한국의 인형 병원의 경우 다녀간 보호자들을 통해 입소문이 났고, 국내뿐 아니라 외국 손님도 많아졌다고 해요. 한국을 여행하는 김에 인형 치료를 의뢰하는 외국인도 있을 정도죠. “일본은 우편으로만 인형 접수를 받아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죠. 정밀한 수술이 필요할 때 우리 병원을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국내·외 인형 환자 입원은 한 달에 50~100건 정도인데요. 아이돌 인형이 유행한 2016년에는 한 달에 200~300건까지 문의가 들어왔다고 해요. 아이돌 멤버를 인형으로 제작한 해외 팬들의 요청이 늘었고, 치료 과정을 담은 동영상의 조회 수가 26만 뷰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김갑연 토이테일즈 대표.

김갑연 토이테일즈 대표.

“인형을 치료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와 보호자가 있나요?” 보겸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여성 한 분이 바지가 다 뜯어지고 망가진 너구리 인형을 가지고 왔어요. 부산에서 5시간이나 걸려 올라왔다고, 시어머니의 인형이라고 하더라고요. 옷을 교체하고 새 솜을 넣어드렸는데 며칠 후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어요. ‘솜을 왜 원래보다 조금 넣어줬냐’는 항의였죠. 결국 할머니가 직접 인형을 안고 병원을 방문했어요. 솜을 빵빵하게 넣어드리니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인형을 가족처럼 생각하기에 작은 차이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손때가 묻은 인형이잖아요. 무조건 새것처럼 됐다고 좋아하기보다는 예전 모습 그대로를 그리워하는 보호자가 많죠. 생명이 없는 무언가에 이런 애정을 쏟을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워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수술실로 이동한 두 사람은 마침 수술대에 오른 곰돌이 인형 환자 ‘둥이’의 집도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코를 고정해주는 연결 고리가 부러졌어요. 새로운 코가 있으면 바로 교체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병원에 같은 모양의 코가 없네요. 대신 기존 코에 새 원단을 씌워 원래 위치에 꿰매주는 방식으로 수술할 거예요.” 부러진 코 조각을 제거하기 위해 외과 수술이 먼저 진행됐어요. 두 학생기자는 의사 선생님을 도와 직접 솜을 제거하는 작업에 나섰는데요. 빼도 빼도 끝이 없는 솜뭉치에 지치고 말았죠. “둥이처럼 큰 인형 환자의 경우 20㎏ 쌀 1포대보다 훨씬 많은 솜이 필요해요.” 솜 제거 후 본격적으로 새 코를 만드는 성형외과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바느질 몇 번에 새 인형처럼 변신했죠.  
 
큰 인형일수록 많은 양의 솜이 필요하다. 곰 인형 '둥이'의 몸에 솜을 충전하고 있다.

큰 인형일수록 많은 양의 솜이 필요하다. 곰 인형 '둥이'의 몸에 솜을 충전하고 있다.

코가 부러진 곰 인형 '둥이'. 성형외과 수술 후 새 코를 찾았다.

코가 부러진 곰 인형 '둥이'. 성형외과 수술 후 새 코를 찾았다.

“초코도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먼저 낡은 솜을 새 솜으로 교체하기 위해 초코의 등을 열었어요. “대부분의 봉제 인형은 등으로 솜을 넣고 빼는 작업이 이뤄져요. 자세히 보면 이 부분의 바느질이 살짝 다른 걸 확인할 수 있죠. 등의 실밥이 터져서 오는 인형 환자가 많은데, 제작 과정에서 솜을 넣은 후 꼼꼼히 바느질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예요.”
 
초코의 몸에 들어있던 낡은 솜을 보던 서연 학생기자가 “색깔이 많이 달라요. 모양도 동그랗게 뭉쳐있고요”라고 말하자 의사 선생님은 “혹시 초코를 목욕시킬 때 세탁기에 넣었나요?”라고 물었어요. 세탁기를 이용해 인형을 빠는 건 많은 보호자가 하는 실수 중 하나래요. 세탁기 안에서 돌아가며 솜이 뭉치고 제대로 마르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죠. 봉제선이 뒤틀리거나 터지기도 하고요. 가장 좋은 세탁법은 손빨래인데요. 인형을 욕조나 대야에 넣어 물에 충분히 적신 후 손으로 조물조물 빨아주면 됩니다. 건조기로 말리는 것도 피해야 해요. 건조기의 온도가 높아 천이 줄어들거나 눌어붙을 수 있거든요. 손빨래 후 자연 건조하면 아끼는 인형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죠.
 
솜을 충전하는 내과 수술 후 통통해진 강아지 인형 '초코'

솜을 충전하는 내과 수술 후 통통해진 강아지 인형 '초코'

새 솜을 이식하자 좀처럼 힘이 없던 초코가 네 다리로 일어섰어요. 초코의 미소를 찾아줄 입술 수술도 이어졌죠. 갈색 실을 꿴 바늘이 왔다 갔다 하자 서연 학생기자는 “초코의 입이 웃는 모양이라는 사실도 잊고 있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요”라며 좋아했어요.
 
“자세히 보니 다리 부분에 구멍이 있네요.” 수술대에 오른 포켓몬 환자를 살핀 의사 선생님 말씀에 보겸 학생기자가 깜짝 놀랐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외과 수술로 말끔히 치료할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인형의 샛노란 천과 같은 색의 실을 골랐어요. 인형에 작은 구멍이 났을 때는 주변을 홈질한 뒤 양쪽 실을 쭉 잡아당겨 매듭지으면 됩니다. 포켓몬 환자의 구멍도 마술처럼 사라졌죠. 터진 등에 이어 떨어질 듯 덜렁덜렁한 꼬리도 바느질로 단단하게 잡아줬고요. 보겸 학생기자는 “동생이 가지고 놀아도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로 튼튼해졌어요”라며 만족했어요.
 
외과 수술을 맡은 인형 의사 선생님이 보겸 학생기자의 포켓몬 인형 수술을 집도 중이다.

외과 수술을 맡은 인형 의사 선생님이 보겸 학생기자의 포켓몬 인형 수술을 집도 중이다.

등을 크게 다친 포켓몬 인형. 의사 선생님의 손길에 상처가 감쪽같이 아물었다.

등을 크게 다친 포켓몬 인형. 의사 선생님의 손길에 상처가 감쪽같이 아물었다.

수술을 마친 인형 환자들은 퇴원 수속을 밟습니다. 수술하며 뭉친 털을 예쁘게 빗으로 빗겨주고요. 보호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후 대기실에서 기다리죠. 대기실에 옹기종기 모인 인형을 바라보던 김갑연 의사 선생님은 “인형을 아끼는 사람들만의 감성이 있어요. 그게 참 좋아요”라고 말했어요. “아이들만 인형을 좋아할 것 같지만 아니에요. 20~30년 된 낡은 인형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는 보호자가 대부분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낡은 천 조각에 불과하겠지만, 그들에겐 인형이 인생의 동반자이자 가족이자 친구인 거예요. 사람을 치료하는 것만큼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 봉제 인형은 세월이 흐르면 손상되고 낡을 수밖에 없잖아요. 인형이 더 상처 입기 전에 치료해서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을 지켜주고 싶어요.”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보겸(창원 용호초 6)·박서연(경기도 분당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 취재 후기
 
인형 병원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실제로 방문해 보니 참 신기했어요. 인형 수선부터 제작까지 한곳에서 이뤄진다는 사실도 놀라웠죠. 직접 가지고 온 인형이 치료받는 과정도 지켜봤는데요. 의사 선생님의 손이 정말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요즘은 인형이 조금만 망가져도 버리고 새로 사는 일이 많잖아요. 인형을 고쳐 더 오랜 시간 함께하면 환경오염도 조금이나마 줄어들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새 인형을 사는 대신 인형 병원을 더 많이 이용하면 좋겠어요. 김보겸(창원 용호초 6) 학생기자
 
취재 전에 인형 치료 과정을 담은 글들을 미리 살펴봤는데요. 낡은 인형이 새 인형처럼 바뀐 모습을 보고 많이 기대했습니다. 인형 병원에는 제 기대만큼 많은 인형과 다양한 재질, 색깔의 원단들이 쌓여 있었어요. 인형 병원은 인형들이 품고 있는 각자의 사연을 들어주는 곳 같아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인형들이 모여 상처를 치료하고 가기 때문이에요. 인형을 소중히 여기는 의사 선생님들의 모습에 감동했고, 앞으로 인형을 더 아껴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박서연(경기도 분당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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