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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17 6월에 종료? SKT 42만명 소송에 난감한 정부

중앙일보 2020.04.27 06:00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건물인 T타워의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건물인 T타워의 모습. [뉴스1]

SK텔레콤의 2G 서비스가 이르면 오는 6월경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해묵은 '01X' 논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 2G 이용자들은 기존 사용 중인 011, 017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예고하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27일 통신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SK텔레콤이 재신청한 '2G 서비스 조기 종료'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장비의 노후화 정도와 부품 재고 현황 등을 두 차례에 걸쳐 현장 심사했다.  
 

"2G 장비 노후화, 통신두절 올 수도…3G·4G로 이동해야"

통신업계는 정부가 SK텔레콤의 바람대로 2G 서비스 조기종료를 무난하게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종료 시점은 정부의 2G 주파수 만료 시점인 내년 6월 말보다 1년 앞선 오는 6월께일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가 조기종료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정부가 현장 점검을 통해 2G 장비 노후화와 부품 부족 실태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G 장비는 노후화됐는데 부품이 없는 상황이니, 장비 문제로 서비스가 갑자기 멈춰도 이를 고쳐 재사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2G 서비스 이용자들이 통신 두절이라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미리 3G나 4G로 갈아탈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2G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망 유지보수비, 시스템 운영비, 인건비, 장비 수급 및 교체비 등에 쓰는 비용은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2G 주파수 공식 만료일인 내년 6월보다 1년 앞서 2G 서비스가 조기 종료되면 1000억원을 아껴 5G 망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2G 운영에 연간 1000억, 가입자는 1%대

SK텔레콤의 2G 가입자 수가 지속해서 감소세인 것도 조기종료 승인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SK텔레콤의 2G 가입자는 41만9714명으로 전체 가입자(2890만명) 대비 1.4%다. 앞서 KT가 2012년 정부 승인을 받고 2G 서비스를 종료할 당시 KT의 2G 가입자 비중 역시 1%대였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KT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SK텔레콤의 조기종료 신청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 관계자는 "'2G 가입자 1%대'라는 것이 조기종료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체 가입자 대비 비중은 작더라도, 이용자 숫자가 많으면 이들의 이익 보호를 우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가 2G 서비스를 종료했을 당시 2G 가입자는 15만명이었다. 
2G 서비스 종료 이미지 [중앙포토]

2G 서비스 종료 이미지 [중앙포토]

사용자 "011 계속 쓰겠다", 정부 "전화번호, 개인 소유물 아냐"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고, 2G 가입자의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G 가입자들이 집단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과의 분쟁을 피하고 싶어 2G 서비스 조기종료를 거부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2G 사용자들은 SK텔레콤과 과기정통부에 "3G나 4G로 이동해도 기존 사용하던 011, 017 번호를 유지해달라"고 주장도 펴고 있다. 현재 2G 서비스 사용자들만 010이 아닌 011·017(SK텔레콤), 019(LG유플러스)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3G 등 다른 망으로 이동하면 기존 번호는 소멸하고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데 이를 거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2G 서비스가 종료돼도 3G나 4G에서 011, 017 등의 번호를 계속 이용하게 해달라면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2G 가입자들. [인터넷 캡처]

2G 서비스가 종료돼도 3G나 4G에서 011, 017 등의 번호를 계속 이용하게 해달라면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2G 가입자들. [인터넷 캡처]

이에 통신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번호는 정부 자산으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면서 "정책에 따라 유연하게 변환돼야 하는데 이를 개인이 소유물로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알박기'"라고 비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010 번호 통합은 2004년 법제화돼 일관되게 지켜온 정책"이라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2G 가입자들이 주장하는 '01X 번호 유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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