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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는 경자년? 아니죠"…2030 데이트 코스는 부동산 강의

중앙일보 2020.04.27 06:00
25일 '내집마련아카데미'에서 주최한 부동산 특강 현장. 2030 수강생 50명이 참석했다. 김지아 기자

25일 '내집마련아카데미'에서 주최한 부동산 특강 현장. 2030 수강생 50명이 참석했다. 김지아 기자

“여러분 ‘경자’가 뭘까요? 경자년? 아니죠. 이젠 ‘경희궁 자이’를 떠올리셔야 합니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서 열린 ‘내집마련 뽀개기 특강’ 현장. 20~30대를 대상으로 부동산 강의를 하는 ‘내집마련아카데미’에서 마련한 자리다. 강의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마스크를 쓴 청년들이 강의실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강의실 앞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발열 체크도 했다. 10시가 되자 강의실은 사전신청한 수강생 50명으로 꽉 찼다. 수강생 중엔 제주·대전에서 온 경우도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김영락(32)씨는 "경기도 시흥에서 1시간 반 걸려서 왔다"고 했다.
 

주말 데이트로 부동산 특강

25일 '내집마련아카데미'에서 주최한 부동산 특강 현장.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강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체크를 한 뒤 입장했다. 김지아 기자

25일 '내집마련아카데미'에서 주최한 부동산 특강 현장.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강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체크를 한 뒤 입장했다. 김지아 기자

코로나 19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주춤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부동산 공부 열기는 여전했다. 부동탁(활동명) 내집마련아카데미 대표는 이날 자본금이 많지 않은 2030이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할 때 알아야 할 청약통장 사용방법, 대출상품 종류 등을 소개했다. 수강생은 저마다 펜을 들고 고3 수험생처럼 강사가 하는 말을 받아 적었다. 박재우(32)씨는 “부모님이랑 살고 있어 세대주가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청약통장을 사용해야 할지 몰라 배우러 왔다”고 했다.
 
이재원(29)·장희진(27)씨 커플은 "워낙 주변에서 부동산 이야기를 많이 해 주말 데이트 겸 공부하러 왔다"고 했다. 직장동료와 온 김다혜(29)씨는 "회사 동료가 이 강의를 추천했다"며 "'부린이', '부생아'라서 아는 게 없지만, 이제부터 부동산에 대한 감을 잡고 싶다"며 웃었다. 부린이는 '부동산'과 '어린이', 부생아는 '부동산'과 '신생아'를 합친 말이다. 부동산 공부에 뛰어드는 20, 30대가 늘면서 생긴 신조어다.
 
부 대표는 “과거 부동산 강의는 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해 3년 전쯤 2030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할 때 주변에선 ‘미쳤다’고 말렸다”며 “이젠 한두 달 전부터 수강신청이 마감될 정도"라고 전했다.

 

“코로나 19 오히려 기회”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청년들은 코로나 19로 집값이 계속 떨어질 거란 전망을 믿지 않았다. 김포에서 온 쌍둥이 자매 정다운(27), 정다원(27)씨는 “집값이 내려가고 있다는 기사를 봤지만, 집도 없고, 돈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에겐 지금이 기회”라며 “공부해서 지금을 재테크 기회로 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생활 4년 차 박유미(29)씨도 "월급으론 자산을 불리기 어렵다"며 "어차피 부동산 가격은 늘 등락이 있기 마련이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5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5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부 대표는 "강의를 찾는 청년층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목표의식을 세우고 제 살길을 찾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치솟는 집값을 보며 느끼는 불안감, 좌절감을 극복하고자 강의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내려가도 조정기일 뿐,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예측 불가능한 만큼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사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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