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정렴과 가까웠던 JP "욕심없는 태도, 박정희가 높이 샀다"

중앙일보 2020.04.27 05:00
김정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장은 역대 최장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통한다. 1969년부터 1978년까지 9년 3개월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를 보좌했다. [중앙포토]

김정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장은 역대 최장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통한다. 1969년부터 1978년까지 9년 3개월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를 보좌했다. [중앙포토]

25일 향년 96세로 별세한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은 역대 최장수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1969년 10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9년 2개월 간 비서실장직을 맡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태 이후 "김정렴이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생전에 김 회장과 가장 가까운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 김 전 총리는 과거 “내가 총리를 하던 1971년에서 75년까지 김정렴 실장과 나는 일주일에 2~4회 만나는 사이였다”며 “그는 스스로 지켜야 할 선을 정해놓고 자기 분수를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재간을 부리거나 뭔가를 꾸며 대통령을 혹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김정렴의 롱런은 그의 욕심 없는 태도와 정성스러운 업무 처리를 대통령이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말도 남겼다. (중앙일보 〈김종필의 ‘소이부답’〉 67화)
 
김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생전에 김 전 총리를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사실도 세상에 알렸다. 김 회장은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개원 40주년 기념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8년 9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유신헌법 완화 개정작업을 지시했다. 임기 종료 1년 전 하야해 김종필씨를 다시 총리로 임명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고 그 다음 대선은 김종필, 김영삼, 김대중씨가 경합하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김종필 후계론’이다.
 
1979년 5·16민족상 시상식 직후 당시 김종필(왼쪽) 의원이 박정희(오른쪽) 대통령과 박근혜(가운데) 전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김정렴 전 비서실장의 회고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자신의 후계자로 JP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JP는 "그런 말을 박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1979년 5·16민족상 시상식 직후 당시 김종필(왼쪽) 의원이 박정희(오른쪽) 대통령과 박근혜(가운데) 전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김정렴 전 비서실장의 회고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자신의 후계자로 JP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JP는 "그런 말을 박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김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내가 듣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믿지도 않는다”고 했다. 다만 “김 실장이 없는 말을 지어내진 않았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내가 권력의 노예가 아니다’라는 점을 주변에 알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자신의 유고 상황을 가상해 비서실장에게만은 의중을 알려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지 모르겠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은 9년간 최고 권력의 핵심 측근이었지만 항상 음지를 지향했다고 한다. 그의 아들인 김준경 전 KDI 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명함을 파지 말고 청와대 이름이 들어간 봉투도 만들지 말라고 꼬장꼬장 지시하던 분”이라며 “본래 사교적인 성품이신데도 불구하고 퇴임하신 후 보니까 친구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또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비선 실세’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외부인과의 식사 일정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김 전 원장은 이와 관련해 “아버지는 비서실장 시절 저녁 약속을 일절 하지 않았다. 저녁 6시 30분쯤 퇴근하면 그날 못 본 조·석간 신문과 서류뭉치를 들고 와 7시부터 맥주 한 잔을 곁들인 식사를 하시면서 어떤 땐 거의 10시까지 식탁을 떠나지 않은 채 읽고 또 읽으시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김 회장은 9년간의 비서실장 경험을 역사적 사료로 남기려는 의욕이 강했다. 『한국경제정책30년사』를 발간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약 30년간의 경제 정책 변화사를 집대성했다. 저서 『아, 박정희』를 통해 베일에 싸인 박정희 정부의 권력 구조와 각종 비화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2002년엔 당시 박세일·정종섭 교수 등 동아시아연구원 대통령개혁연구팀이 만든 연구서 『대통령의 성공조건』에 인터뷰이로 참여해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