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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 횡령 혐의 김봉현 은신처엔 4억뿐, 나머지는 어디

중앙일보 2020.04.27 00:04 종합 14면 지면보기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돼 온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 김봉현(46)씨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라임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될지 주목된다. 핵심은 역시 검찰이 ‘돈 줄기’를 찾아낼 수 있느냐다. 자천 타천 ‘전방위 로비스트’인 김씨 등 라임 자금을 쌈짓돈처럼 빼낸 ‘회장님’들의 자금 사용처가 일부라도 포착돼야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의 확전이 가능해서다.
  

검찰, 라임서 나간 돈 사용처 추적
주변 “로비 때 어마무시하게 돈 써”
청와대·여권인사와 친분도 과시

동업자 “큰돈 측근 통해 따로 관리
징역 살고 나와도 떵떵거리며 살 것”

수원여객서 241억 빼돌린 혐의로 구속
 
검찰은 26일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에게는 일단 경기도 버스업체인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가 적용됐다. 김씨와 함께 도피했다가 체포된 이종필(42)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모두 25일 구속됐다.
 
검찰은 그동안 라임 펀드를 이용한 금융 사기의 구조 및 가담자 파악과 함께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의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추적해 왔다. 이와 관련해 이미 10여 명을 구속했지만 ‘몸통’인 김씨와 이 전 부사장이 잡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등이 빼돌린 거액의 횡령 자금 사용처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라임사태’주요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라임사태’주요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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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받는 건 역시 정치권과의 접점으로 지목된 김씨다.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던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지점 센터장은 라임 투자자와의 대화에서 김씨에 대해 “라임을 살릴 회장님” “로비할 때 어마 무시하게 돈을 쓰는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김씨 스스로가 청와대 및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는 증언도 적지 않다.
 
실제 김씨는 지난 2월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김모(구속) 전 금융감독원 팀장에게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 라임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 내부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자금이 김 전 팀장 이상의 정·관계 인사에게 전달됐는지를 확인하려면 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이다.
 
김씨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현재까지 윤곽이 드러난 것만 따져도 8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는 스타모빌리티 명의로 된 회삿돈 517억원,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 재향군인회(향군)상조회 인수 자금 60억원 등 810억원이 넘는 돈을 공범들과 함께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다른 무자본 인수합병(M&A) 범죄까지 더해지면 김씨의 횡령액은 1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측근 “지금도 사채업자 통해 돈세탁 진행”
 
23일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1조60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 운용 사태를 벌이고 잠적했던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붉은 원)을 검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1조60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 운용 사태를 벌이고 잠적했던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붉은 원)을 검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중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된 건 김씨 은닉처에서 발견된 현금 4억3000만원이 전부다. 이 돈은 김씨가 도피 자금 용도로 현금화한 ‘푼돈’ 중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구속기소된 김씨의 수행비서 한모씨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12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한씨를 만나 12억원과 12억원 상당의 달러를 받았다. 한씨가 김씨 지시로 만난 사채업자에게 수표를 주고, 이를 현금으로 환전한 돈이다. 검찰과 경찰은 김씨가 여러 곳에 상당액의 현금을 은닉해 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씨와 동업했던 한 인사는 “항상 체포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김씨는 도피 자금이나 유흥에 필요한 정도의 돈은 들고 다녔지만, 진짜 큰돈은 측근을 통해 따로 관리했다”며 “징역을 살고 나온 뒤에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정도의 은닉 재산을 만들어 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주변 인사들은 지금도 횡령 자금의 세탁이 진행 중일 거라고 예상한다. 김씨 측 인사는 “김씨에게는 여전히 체포되지 않은 동업자와 측근이 많이 있다. 이들이 지금도 사채업자를 통해 자산을 현금화하거나 차명재산을 축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향군상조회 인수 당시 김씨 대신 부실 계약을 주도했던 ‘금고지기’ 장모씨는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도주 중이다. 수원여객 횡령에 가담한 전 재무이사 김모씨도 일찌감치 해외로 도피했다. 스타모빌리티 관계자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도피 중인 사람들 말고도 여전히 음지에서 김씨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봉현씨와 이 전 부사장이 은신해 있던 서울 성북구의 게스트하우스를 미국 전화번호로 예약한 정체불명의 여성도 음지의 조력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라임 자금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면 김씨뿐 아니라 수사 선상에 오른 ‘또 다른 회장님’들도 검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 탤런트의 전남편이자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인 이모씨는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들에 2000억원이 넘는 라임 자금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에스모, 에스모머티리얼즈, 동양네트웍스 등 회사는 지난해 9월 주가가 폭락하면서 사실상 ‘파산’했고 이씨는 잠적했다.
 
라임의 부동산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의 김모 회장도 해외 도피설이 제기돼 인터폴에서 적색수배 중이다. 메트로폴리탄은 필리핀과 캄보디아의 휴양지 사업 명목으로 라임에서 25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그중 2000억원이 ‘증발’한 상태다. 애초부터 허위 투자였다는 의혹도 제기돼 해당 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후연·정진호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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