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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28단 낸드 양산 ‘반·디의 제왕’ 추격전…한국 턱밑 따라붙었다

중앙일보 2020.04.27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시진핑

시진핑

‘반·디(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제왕’을 노리는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대규모 프로젝트가 재개되고 한국을 위협하는 신기술·신제품 발표도 이어진다.
 

삼성·하이닉스와 기술격차 1년
25조 투자 4년 만에 첫 D램 양산도

LCD는 한국 추월, OLED 급가속
10조원 투자 생산라인 속속 건설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12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다. 낸드플래시는 쌓아 올리는 층수가 많을수록 용량이 커진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128단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에 양산을 시작하는 최신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양산에 들어갔다.
 
YMTC가 최근 공개한 128단 3D 낸드플레시

YMTC가 최근 공개한 128단 3D 낸드플레시

YMTC는 지난해 말 64단 낸드플래시의 양산을 시작했다. 올해 말에는 128단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YMTC는 “2020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5%가 목표”라고 밝혔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지난해 말 기준)는 삼성전자(39.5%)였다.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9.9%로 5위였다.
 
한국이 주도하는 D램 반도체 시장에도 중국이 뛰어들었다.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는 지난 2월 중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D램 반도체의 양산·판매를 시작했다. CXMT가 공개한 8GB DDR4는 노트북 등 PC에 쓰이는 범용 D램 반도체다. CXMT는 2016년 초 약 25조원을 투자해 D램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칭화유니그룹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유니SOC는 지난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5세대(5G) 통합 칩을 선보였다. 현재 5G 칩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미국 퀄컴, 중국 화웨이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업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도 노리고 있다. 이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선 저가·물량 공세로 한국 업체의 ‘백기’를 받아낸 상황이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징동팡(BOE)은 최근 퀄컴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어 퀄컴의 지문 인식 센서를 탑재한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는 충칭에 있는 6세대 생산라인에서 이미 플렉서블 OLED 생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 애플에 공급을 목표로 몐양(쓰촨성)에 OLED 생산 라인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 동향

중국 업체들 동향

CSOT(차이나스타)는 최근 후이저우의 중카이 첨단기술산업단지에서 11세대 생산라인과 8.5세대 모듈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상량식을 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연간 6000만장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프로젝트의 투자액은 96억 위안(약 1조7000억원)이다. CSOT는 최근 계열사인 사난반도체와 함께 마이크로 LED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의 LED를 회로 기판에 촘촘히 배열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EDO(에버디스플레이 옵트로닉스)는 273억 위안(약 4조7000억원)을 투자해 6세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사이트인 중화액정망은 최근 “전체 프로젝트 중 40억 위안(약 6900억원) 규모의 생산라인 한 개가 시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HKC는코로나19로 멈췄던 8.6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공장 공사를 재개했다. HKC는 320억 위안(약 5조5000억원)을 투자해 50~70인치 LCD와 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비전옥스는 지난달 말 6세대 AMOLED 모듈 생산라인 건설을 발표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국내 업체들이 투자와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도 매섭다”며 “LCD 시장의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더 과감하게 기술 초격차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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