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 주문 33잔 밀렸어요"···집콕 '보상소비'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0.04.26 16:47

커피주문 33잔 밀려…자동차 카트는 수십명 대기

25일 오후부터 방문객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스타필드 고양. 고양=추인영 기자

25일 오후부터 방문객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스타필드 고양. 고양=추인영 기자

#“먼저 주문이 들어온 33잔이 밀려 있어서 좀 기다리셔야 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회사원 오 모(35ㆍ마포구 상암동) 씨는 지난 25일 오후 2시쯤 가족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스타필드 고양에서 식사한 뒤 3층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했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오 씨는 매장 안에 있는 좌석뿐 아니라 매장 앞에 있는 공용 쉼터에서도 빈 자리를 찾지 못해 매장에서 한참 떨어진 공용 쉼터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커피는 20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매장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자동차 카트는 수십 명이 대기 상태였다. 드물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부모나 아이도 눈에 띄었다. 오 씨는 “오전에 들어올 때만 해도 주차장에 여유가 많았는데 오후에 나갈 때는 주차장이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오후 5시, 스타필드 고양에 들어서려는 차량이 건물을 에워싸고 줄지어 서 있었다.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1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이곳 주차장은 지하 3층까지 빈자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 푸드코트도 자리가 없었다. 스타필드 3층 루이뷔통과 티파니 등 명품 매장엔 이미 대기 줄이 늘어섰다. 오후 2시에 찾은 지하 1층 창고형 할인 매장 트레이더스는 그야말로 북새통. 온 가족이 모처럼 바람 쐴 겸 쇼핑을 나왔다는 주부 박 모(42ㆍ송파구 잠실동) 씨는 “고객이 너무 많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했다”며 “카트가 앞에서 밀려 다음 코너로 이동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상소비도 순서가 있다…리빙→남성→여성

25일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한 커피숍 스타벅스에서 주문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추인영 기자

25일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한 커피숍 스타벅스에서 주문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추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경계심도 느슨해지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 4월(1~25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주요 채널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정보량은 5일 최고 9164건에서 25일 2638건으로 최대 71.2% 감소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 모씨는 “지인이 돌잔치를 위약금 때문에 취소하지 못하고 규모를 줄여서 한다고 해서 갔더니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오랜 기간 집에서만 머무르던 사람들이 외출하기 시작하면서 소비 심리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씩 줄었지만 4월엔 똑같이 5.8%로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유통 업계에선 이를 두고 ‘보상소비’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한국은 자발적 ‘집콕’이었다는 점에서, 셧다운 등으로 외출이 금지됐던 중국에서 보인 ‘보복소비’ 와는 다르게 보상소비란 말을 붙일 만 하다는 해석이다.  
 
보상소비도 시기별 특징을 보인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초기엔 가전이나 주방, 식기 홈데코 등 이른바 ‘집콕’ 용품을 소비했다면, 확산 세가 잠잠해지면서 골프나 아웃도어 등 중심으로 남성의류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이제는 야외에서 거리를 두고 활동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예년 매출의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한 부문은 여성 의류와 잡화(화장품)다. 소비심리의 완전한 회복을 보여줄 '마지막 가늠자'로 평가된다. 
 

“5말6초 여성들 화장하고 차려입으면…” 

매출 신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매출 신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롯데백화점의 경우, 리빙은 3월 매출은 전년보다 18% 줄었지만 4월(19일까지)엔 30% 늘면서 일찌감치 회복했고, 남성의류는 -43%에서 -2%로 올라왔다. 아웃도어(5%)와 골프(1%), 스포츠(10%)가 남성의류 매출 회복을 이끌었다. 가장 회복이 더딘 부문은 여성의류와 화장품이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의 여성의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48%에서 -23%로, 잡화는 -43%에서 -23%로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늦다. 현대백화점도 똑같은 패턴을 보였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은 아직 예년만큼 회복된 건 아니지만 분위기는 살아나고 있다”며 “5월 말이나 6월 초엔 교회나 문화센터 등에서 실내 모임이 재개되지 않겠나. 여성들이 화장하고 차려입을 그때가 되면 여성의류와 잡화 매출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회복세는 아웃렛에서 먼저 나타났다. 3월 들어 완연한 봄 날씨가 되면서 나들이 삼아 교외형 아웃렛을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늘면서다. 현대아울렛은 3월 첫 주 들어 전주 같은 요일에 비해 매출이 35%나 늘어난 이후 3월 4주까지 매주 14~19%씩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롯데아울렛 역시 교외형 아웃렛 매출이 3월부터 점점 늘더니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3월 -37%에서 4월 19일 들어 +13%로 급반등했다. 도심형 아웃렛인 NC백화점 역시 지난 22일 강서점에서 한 ‘9주년 감사절’ 행사에 고객들이 줄을 서는 등 사람이 몰려 평소 수준인 하루 매출 85억원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황금연휴 정점 찍나…“다시 위축 가능성도”    

지난 19일 주말 인파가 몰린 롯데아울렛 기흥점. 사진 롯데쇼핑

지난 19일 주말 인파가 몰린 롯데아울렛 기흥점. 사진 롯데쇼핑

보상소비는 4월 30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국내 여행 시장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7일간 하루 평균 2만5580명, 총 17만9000여명이 제주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 예약률은 60~70%로 추정된다. 연휴 첫날인 30일 김포발 제주행 예약률은 93%로 알려졌다. 제주신라호텔과 롯데호텔제주 객실 예약률도 90%대다. 강원도 주요 숙소 역시 예약률이 최고 97%로 집계됐다. 
 
다만 이런 상승세가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2분기 기업 실적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시화되고, 연봉 삭감이나 구조조정 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 국내 가처분 소득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3월에 쓰지 못한 비용이 4월 내수 시장에 반영돼 일시적으로 보상소비 현상이 나타났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아 소비 활동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