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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증거로 역고소…'부부의 세계' 뜨자 "간통죄 부활" 靑청원

중앙일보 2020.04.26 09:00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 [JTBC 캡처]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 [JTBC 캡처]

 
“어쩔 수 없었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아내 몰래 다른 젊은 여성을 만나온 한 남성이 불륜 사실을 들키자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내가 임신한 상간녀를 찾아가 따져 물은 사실을 알자 “너 원래 이렇게 저급한 여자였냐”며 소리친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한 장면이다.    
 

靑 청원 게시판 “간통죄 부활해달라” 

드라마에서만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이틀에 한 번꼴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불륜 행위를 처벌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9일엔 게시판에 ‘간통죄 부활 및 입법 보완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글쓴이에 따르면 자신이 상간녀를 찾아가 남편을 만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돌아온 답은 “어머 언니 임신했는데 힘드시겠어요” 였다. 미안하다는 의사 표시라도 할 줄 알았던 남편도 폭력적인 언어를 쓰며 위협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간통죄 부활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처]

간통죄 부활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처]

글쓴이는 간통죄 폐지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수집하다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 크다”며 “간통죄 폐지로 ‘가해자 보호와 피해자 처벌’이라는 불균형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사정을 참작해 간통죄를 부활시켜 달라는 취지다.
 

헌재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위헌"

드라마 흥행으로 간통죄 부활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0년부터 다섯 차례나 간통죄 위헌 여부를 살핀 끝에 2015년 2월 위헌 결정으로 형법상 간통죄를 폐지했다.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박은주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간통죄 부활은 전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감정적 대응일 수 있다”며 “간통죄가 있었을 때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통은 여전히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불륜을 저지른 상대방이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위자료는 지급해야 한다. 간통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액수는 약 1500만~2000만원 정도다. 피해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피해자가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위해 증거를 무리하게 찾다 역으로 소송당할 수 있다. 김보라(가명·50)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주차장에서 남편과 상간녀가 모텔로 출입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사진으로 제출했는데 몇 달 뒤 주거침입죄로 고발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한 건 그쪽인데 오히려 이들이 당당하게 나와서 당혹스러웠다”며 “이미 명예훼손 등으로 여러 차례 고소당해 단련됐다고 생각했는데 소송이 또 걸리니까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덧붙였다.
 

소송 걸다 역고소 당하는 경우 잦아

법조계에 따르면 배우자 불륜 행위에 소송 걸다 도리어 역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잦다. 한승미 변호사(법무법인 승원)는 “요즘 특별법이 많이 생겨 피고 측에서 원고를 고소하는 경우가 잦다”며 “위로받아야 하는 피해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며 위축받는 사례를 종종 봤다”고 설명했다. 김필중 변호사(법무법인 담솔)는 “피해자가 사적 복수를 위해 회사에 알리는 등 무리하게 나서다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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