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의원 낙선에 실직"···이력서 들고 뛰는 통합당 보좌관 200명

중앙일보 2020.04.26 06:00
4·15 총선이 끝난 다음 날 오후 8시쯤. 여의도 국회 직원들의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선 한 직원의 글이 올라왔다. 글의 요지는 이렇다. 이번 총선에서 특정 당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의원실 재취업 시장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영감은 나가도 보좌진은 또 국회에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곳의 생리입니다”라며 "모두들 건승하십시오”라고 글을 맺었다. 글쓴이의 말처럼 의원실 재취업 시장이 정말 좁아진 걸까.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페이스북 캡쳐]

 

낙선 의원실엔 ‘실직 경보음’ 울린다

선거 결과는 보좌진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국회의원이 총선에서 떨어지면 소속 보좌진은 전원 일자리를 잃는다. 반면 선거에서 승리한 의원실 보좌진은 다르다. 당선된 의원이 함께 일한 일원을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좌진으로선 걱정을 덜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래통합당 소속 보좌진은 대거 실직 위기에 놓였다. 지난 총선에 비해 의석수가 20석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은 122석을 얻었지만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선 미래한국당을 포함해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회의원 한 명당 10여명의 보좌진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약 2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이력서 넣기 분주한 통합당 보좌진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소속 보좌진들은 이력서 넣기에 분주하다. 미래통합당 소속 보좌관 A씨는 “어렸을 땐 민주당에서 일해오다 당을 넘어왔다”며 “그런데 그건 어렸을 때나 가능한 일이고 마흔 넘어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 하루빨리 의원실을 알아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중앙포토]

국회의사당 [중앙포토]

20대 국회 업무가 끝나지 않은 탓에 구직 준비를 못 하는 사례도 있다.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 보좌관 B씨는 “선거를 뛰고 온 의원실에선 낙선하더라도 국회 마무리가 안되다 보니 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며 “가정이 있고 부양도 해야 하지만 아마 이번엔 (일을) 쉬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실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낙선한 의원실 소속 비서관 C씨는 “민주당은 의석이 180석을 넘어 거의 20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다”며 “제가 모시던 의원은 떨어졌지만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과 함께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보좌진들이 180석이나 되는데 어디 갈 데 하나 없겠느냐고 농담을 한다”며 “소문에 의하면 통합당은 현실이 팍팍하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은 숙명

모시던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보좌진의 ‘고용 불안’은 끝나지 않는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비서직은 국가공무원법상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별정직 공무원’인 까닭에 예고 없는 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보좌관은 “(다른 건 몰라도) 사전에 해직 통보를 해주면 좋겠다”며 “오늘부터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둬야 하는 게 보좌진들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좌진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별정직 공무원의 면직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징계 처분 심사 절차를 통해 신분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20회 국회 들어 총 4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미래통합당 보좌진협의회 관계자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을 보완하는 법안을 논의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심사를 아예 못했다”며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