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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으로 받은 서울 긴급생활비, 쓰려고 하니 "결제 안돼요"

중앙일보 2020.04.26 05:00
일부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거나, 가게 측에서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긴급 생활비를 사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뉴시스

일부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거나, 가게 측에서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긴급 생활비를 사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뉴시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주모(32)씨는 지난 10일 서울시가 나눠주는 ‘재난 긴급생활비’를 모바일 ‘관악사랑상품권’으로 받았다. 지원금의 10%를 더 얹어준다는 말에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선불카드 대신 지역화폐를 선택했다. 관악구에 있는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사용해야 했지만, 인터넷으로 가맹점을 쉽게 찾을 수 있어 별다른 걱정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 제로페이만 사용 가능
가맹점 결제방법 모르거나 거부하기도
서울시 "점검반 만들어 가맹점 방문 예정"

그러나 주씨가 방문하는 관악구 가게 대부분이 서울사랑상품권 결제를 거부했다. 상품권을 쓸 수 있는 식당과 마트를 찾아 열 군데를 넘게 돌아다닌 날도 있었다. 가게 주인으로부터 제로페이로 상품을 결제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결제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주씨는 “지원금을 더 준다는 말에 덜컥 서울사랑상품권을 선택했는데, 가맹점에서 상품권을 결제해주지 않으면 손쓸 방법이 없었다”면서 “재난 긴급생활비를 선불카드로 받은 지인들을 보면서 괜히 상품권을 선택했나 후회만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추가 지원금 주는 '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만 사용 가능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난긴급생활비 현장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난긴급생활비 현장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가구에 재난 긴급생활비로 지급하는 ‘서울사랑상품권’이 경우처럼 일부 매장에서 결제를 거부하면서 시민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중위소득 100% 이하의 가구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생계비를 나눠주고 있다. 수혜자는 현금이 충전된 선불카드나 지역화폐인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 중 하나를 선택해 받는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지원기준만 충족하면 앱에 등록하는 쿠폰 번호가 문자메시지로 전송돼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달리 선불카드는 구청과 주민센터 등에서 직접 수령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 화폐 특성상 수혜자가 사는 구(區)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제로페이 가맹점에 가입하지 않은 가게에서는 쓸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상품권 수령을 장려하기 위해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을 선택한 이들에게 전체 금액의 10%를 추가 지급하고 있다. 긴급생활비 지급 금액이 30만원이면 10%를 더 얹은 33만원을 주는 식이다.
 
추가 금액 등의 혜택 덕분에 지난 23일 기준 재난긴급생활비 지급이 완료된 30만 4481건 중 절반에 가까운 12만 8821건(42.3%)이 생활비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만 믿었다가 낭패"…시민들이 상품권 사용처 정리하기도

24일 한 아파트 주민 카페에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로 지급한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인근 가게들이 올라와 있다. 사진=인터넷 카페 캡쳐

24일 한 아파트 주민 카페에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로 지급한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인근 가게들이 올라와 있다. 사진=인터넷 카페 캡쳐

그러나 일부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거나, 가게 측에서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성동구의 한 맘카페에는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도 안되는 곳이 있다”는 이용자 불만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성수동의 한 마트 내 가게 매장이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나와서 결제하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며 “결제가 가능하다고 나와 있는데 거절당해서 기분이 별로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지난 22일 또 다른 재테크 카페에는 “가맹점에서 제로페이로 (서울사랑상품권을) 결제하려니까 단말기에 오류가 뜬다”며 “고객센터에서도 즉답을 못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하자 시민들이 직접 서울사랑상품권을 쓸 수 있는 가게 목록을 모아놓은 게시글도 있었다. 지난 18일 강동구의 한 아파트 주민 카페에는 인근 상가 중 제로페이로 서울사랑상품권을 결제할 수 있는 인근 가게 목록을 모아놓은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게시글을 통해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한지) 인터넷 검색만 믿고 그냥 갔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며 “전화문의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적었다.
 

서울시 "점검반 만들어서 가맹점 방문 예정"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이후 제로페이가 출범할 당시 초기에 가입한 자영업자들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로페이 결제를 신청해놓고 쓰지 않아 사용법을 잊어버린 가게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게에서 사용 방법을 몰라 긴급생활비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민원이 꽤 들어오는 편”이라며 “상품권이 만료되는 6월 내로 점검반을 만들어서 서울 내 제로페이 가맹점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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