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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나만 돼지"에 매출 200억···요즘 스타벅스서 찾는 이것

중앙일보 2020.04.25 10:00
롯데푸드가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돼지바'. 곰곰이 생각해보면 살짝 이상한 이름이다. 아이스크림에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지도 않고, 돼지 성분에서 유래한 성분을 함유한 제품도 아니다. 아이스크림의 형상이 돼지 형상을 본뜬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펭귄 캐릭터 펭수처럼 아이스크림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 연령층에 인기 있는 캐릭터를 끌어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돼지를 브랜드 이름 전면에 내세운 빙과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36. 돼지바

돼지바 이름이 돼지바가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이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던 해가 1983년 돼지해(계해년·癸亥年)였다. 아이스크림 이름을 돼지바로 결정하자 전국 롯데삼강(현 롯데푸드) 지점장들이 줄줄이 롯데삼강 본사에 “어색하다”며 전화로 항의했다. 아이스크림에 ‘돼지’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는 것이 어색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김규식 당시 롯데삼강 사장은 “돼지는 복을 상징한다”며 “돼지는 친근하고 푸짐한 아이스크림의 맛과도 어울린다”며 6개월 동안 직원들을 설득해야 했다. ▶중앙일보 2010년 5월 25일 경제9면
돼지바는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선정하면서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사진 롯데푸드.

돼지바는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선정하면서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사진 롯데푸드.

아이스크림의 이름이 돼지바인 이유에 대해서 롯데푸드는 “(맛에 대한) 욕심이 많고, (돼지처럼) 풍부한 맛을 제공하는 아이스크림이라서 돼지바”라며 “이름이 무엇이든, 아이스크림이 맛있으면 되(돼)~지”라고 설명했다.  
 

걸그룹 모델로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 탈피

돼지바 이미지. 사진 롯데푸드

돼지바 이미지. 사진 롯데푸드

국내 최초의 크런치바(crunch bar), 돼지바가 37년 동안 한국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초콜릿 크런치와 딸기 시럽이다. 돼지바가 처음 출시된 1983년에는 국내 아이스크림 중에서 아이스크림에 초콜릿과 크런치를 첨가한 제품이 없었다. 롯데푸드는 돼지바를 개발하려고 초콜릿·크런치 코팅기를 덴마크에서 수입까지 했다.  
 
약 6개월 동안 연구개발(R&D)을 거쳐 등장한 최초의 돼지바 속엔 딸기 시럽이 없었다. 또 크런치도 갈색이었다. 검은색 크런치와 딸기 시럽을 포함한 지금의 딸기바 모습을 갖춘 건 1996년부터다.  
역대 돼지바 포장지 변천사. 사진 롯데푸드

역대 돼지바 포장지 변천사. 사진 롯데푸드

초콜릿·크런치를 코팅하면서 인기를 얻던 돼지바도 2000년대 들어 브랜드 노후화를 피하지 못한다. 돼지에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롯데푸드도 새로운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기 위해서 2003년 가수 이효리 씨를 모델로 기용한다. 한때 유명했던 걸그룹 ‘핑클’ 출신 가수가 모델로 활동하자, 소비자도 돼지바 이미지를 젊고 역동적이라고 인식한다. 실제로 2004년 1년 동안 돼지바 매출액은 사상 최초로 2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롯데푸드는 돼지바를 상징하는 돼지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했다. 자사의 SNS 계정에 돼지바 시리얼, 돼지바 젤리, 돼지바 송편은 물론 녹차맛·포도맛 돼지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 출시한 제품은 아니다. 젊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서 가상으로 제조한 이미지다. 다만 이런 의사소통 과정에서 돼지바 핫도그가 실제로 출시된 적도 있다.
 

초콜릿·딸기시럽 함유 제품의 대명사

롯데푸드가 시중에 판매 중인 핫도그 제품 '라퀴진 돼지바 핫도그.' 핫도그에 돼지바처럼 쿠키크런치를 입혔다. 사진 롯데푸드

롯데푸드가 시중에 판매 중인 핫도그 제품 '라퀴진 돼지바 핫도그.' 핫도그에 돼지바처럼 쿠키크런치를 입혔다. 사진 롯데푸드

일부 소비자는 시간이 갈수록 돼지바의 양이 줄어든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실제로 1996년 제품을 리뉴얼하기 이전에 출시한 돼지바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돼지바보다 30% 이상 두꺼웠다.
 
이에 대해서 롯데푸드는 “2000년대 초반 출시했던 제품과 비교하면 최근 판매하는 제품의 용량은 다소 감소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초 출시 제품의 용량보다는 오히려 용량이 늘었다”며 “지난 20여년 동안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설명했다.
돼지바가 진행했던 온라인 프로모션. 월드컵 기간 화제를 모았다. 사진 롯데푸드

돼지바가 진행했던 온라인 프로모션. 월드컵 기간 화제를 모았다. 사진 롯데푸드

돼지바 마카통, 돼지바 찰떡도 있다 

돼지바가 국내 빙과시장에서 장수 브랜드로 정착하면서, 이제 국내 소비자는 검은색·갈색 크런치와 딸기 시럽을 조합한 식품을 ‘돼지바’라고 통칭한다. 한때 이상한 이름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제품이 이제 크런치 바 형태 아이스크림을 대표하는 대명사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스타벅스 커피에서 판매하는 딸기 크림 프라푸치노에 자바칩, 휘핑크림 등을 추가한 음료는 소셜미디어(SNS)상에서 누리꾼들에게 ‘돼지바 프라푸치노’로 불린다. 또 소상공인들이 자신의 매장이나 음식 수업을 진행하면서, 마카롱·떡 등 특정 제품에 크런키나 딸기잼을 조합한 제품을 개발하면, 이를 ‘돼지바 마카롱’이나 ‘돼지바 찰떡’ 등으로 칭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를 두고 롯데푸드는 “돼지바가 하나의 브랜드 이름에서 일종의 식품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했다.
탤런트 임채무 씨가 2002년 월드컵 당시 화제가 됐던 심판을 패러디한 돼지바 광고 스틸컷. 사진 롯데푸드

탤런트 임채무 씨가 2002년 월드컵 당시 화제가 됐던 심판을 패러디한 돼지바 광고 스틸컷. 사진 롯데푸드

출시 초반 이름이 부적절하다는 사내 의견에도 불구하고, 돼지바는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돼지바는 국내 시장에서 21억개가 팔렸다. 돼지바 제품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9바퀴 돌 수 있는 수준이다. 롯데푸드는 “꾸준히 품질을 개선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신선하게 유지한 덕분”이라고 비결을 설명하면서 “향후에도 돼지바가 꾸준히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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