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래 세대를 위한 ‘코로나 메모리’…기록물 수집에 나선 세계 박물관들

중앙일보 2020.04.25 09:00
미국‧독일‧오스트리아 등의 대표적인 박물관들이 새로운 수집에 나섰다. 문화재도 미술품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록물들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기록을 미래 세대에 남겨 교훈을 얻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미국·독일·오스트리아 대표 박물관들
코로나19 관련 사진·물품 기록물 수집
"우리 삶 변화상 기록해 미래세대 교훈"
거리 두기 현상 사진, 수제 마스크도
창의성, 디지털 기기로 "수집역사 새장"

코로나19는 세계 역사에 어떻게 남게 될까. 마기 호퍼 뉴욕역사협회 박물관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보존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역사는 없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시민이 빈 박물관에 보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본따 만든 인형. 빈 박물관은 코로나19 시대상을 기록한 사진, 물품들을 수집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오스트리아 시민이 빈 박물관에 보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본따 만든 인형. 빈 박물관은 코로나19 시대상을 기록한 사진, 물품들을 수집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미국 뉴욕에 있는 역사 보존단체 뉴욕역사협회는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로 변화된 생활상을 담은 사진, 물품들을 수집하고 있다. 1804년 설립된 이 협회는 박물관과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2001년 9‧11테러 직후엔 소방관의 헬멧, 표지판, 편지 등 관련 기록물 수천 점을 모은 바 있다.   
 
호퍼 관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기록물을 수집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우리 모두가 돌아보게 될 역사입니다. 국민들이 이를 통해 배우고, 미래 세대가 교훈을 얻어 이런 일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죠.” 
 
오스트리아 빈 박물관이 수집한 사진. 1m 간격을 두고 앉게 제작된 벤치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오스트리아 빈 박물관이 수집한 사진. 1m 간격을 두고 앉게 제작된 벤치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가디언에 따르면 뉴욕역사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생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현상을 보여주는 사진 등 관련 물품은 물론이고, 생활용품‧의약품 등도 수집하고 있다. 사진 속 뉴욕의 한 폐쇄된 상점 유리문에는 “일회용 장갑 한 켤레를 살 형편이 안 되면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텅 빈 뉴욕의 거리, 건물을 소독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기록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엄마와 자녀를 찍은 사진. 뽀뽀도 유리창을 통해 하고 있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엄마와 자녀를 찍은 사진. 뽀뽀도 유리창을 통해 하고 있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시대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마스크. 협회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핸드메이드 마스크들도 모을 계획이다. 재봉틀에 앉아 홈메이드 마스크를 만드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은 이미 도착했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눈에 비친 ‘코로나 세상’도 주요 수집 대상이다.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쓴 일기장이나 일일 시간표, 그림도 모으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영웅인 의료진에 관한 이야기와 물품들도 수집할 계획이다. 
 
빈 박물관에는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드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기증됐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빈 박물관에는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드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기증됐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협회는 안전을 위해 우선 디지털 기록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회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 기록물 보존을 장려하고, 기록물을 e메일 등으로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이 올라와 있다. 호퍼 관장은 “시민들이 물품을 잘 보존하도록 한 후 때가 되면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안전한 방법으로 수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근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함부르크‧뮌헨‧쾰른에 이르는 독일 전역의 박물관과 대학들도 코로나19에 대한 기록물을 모으고 있다. 시민들에게 현재의 삶을 보여주는 물건을 버리지 말고, 사진을 찍거나 우편 발송의 방식으로 보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이웃끼리 창문에서 인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빈 박물관에 접수된 사진이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이웃끼리 창문에서 인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빈 박물관에 접수된 사진이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매체에 따르면 독일 박물관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수집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보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꿨으며, 디지털 기기의 보편화로 과거 전염병에 비해 일상 생활을 기록하기 쉬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쾰른시 박물관의 첫 번째 수집품은 코로나19 대처법을 안내하는 쾰른 시의 전단지다. 코로나19가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을 미래 세대에 알리기 위해 앞으로 가능한 많은 기록물을 모은다고 한다. 베를린에 있는 역사박물관은 과거 전염병에 관한 유물들과 연계해 전시할 계획이다. 베를린 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수집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빈 박물관이 수집한 마스크를 쓴 부활절 달걀 사진.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빈 박물관이 수집한 마스크를 쓴 부활절 달걀 사진.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빈 박물관 역시 지난달 25일부터 코로나19 기록물을 수집 중이다. 지금까지 이 박물관 e메일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디지털 기록물을 보낸 시민은 1300여 명에 이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본따 만든 인형, 1m 거리를 두고 앉는 의자, 마스크를 쓴 부활절 달걀, 거리 두기를 지키며 이웃과 창문으로 인사하는 사람들,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는 성직자,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 등이 담긴 사진들이 모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가 휴교해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 역시 빈 박물관이 수집한 사진이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가 휴교해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 역시 빈 박물관이 수집한 사진이다. [빈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는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구조까지 아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이전의 전염병들과는 완전히 새로운 기록물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벨레는 빈 박물관에 모인 사진과 물품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사람들의 창의성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