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낙관파보다 비관파가 위기에 강한 이유

중앙일보 2020.04.25 08:00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50)

 
‘타이타닉’은 실제 사고를 다룬 영화다. 침몰 후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고는 인간의 교만·욕망·비겁함과 용기·헌신·인간애가 얽히고설킨 한 편의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영화에는 자신이 받은 구명정을 아이와 여자들에게 양보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백화점 소유주 부부, 뱃전이 기울어지는 데도 악단이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를 멈추지 않고 연주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모든 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만약 내가 탄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물이 시시각각 차오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사고를 경험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공포에 질리지 말고 침착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넋이 나가면 그건 ‘죽음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한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는 ‘깊은 호흡’을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4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4초 동안 호흡을 참고, 4초 동안 숨을 내쉬고, 4초 동안 참는’ 4각 호흡법이다. 이렇게 서너 번 깊은 호흡을 하고 나면 마음이 진정되어 생존 방법을 찾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통계에 의하면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의 70%가 공포에 질리고, 15%는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되고, 15% 정도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침착한 마음가짐만 있어도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는 '깊은 호흡'을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서너 번 깊은 호흡을 하고 나면 마음이 진정되어서, 생존 방법을 찾게 된다고 한다. [사진 Pixabay]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는 '깊은 호흡'을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서너 번 깊은 호흡을 하고 나면 마음이 진정되어서, 생존 방법을 찾게 된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우리의 인생길에 앞이 탁 트인 직선 길은 거의 없다. 대신 울퉁불퉁 구불구불하며 갑자기 옆으로 휙 꺾어지기도 하는 예측이 불가능한 커브 길이 대부분이다.
 
지금 코로나로 전 세계인이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만 닥치는 위기가 무섭고 견디기 어렵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위기를 몇 번 겪게 마련이다. 이때 어떤 사람이 잘 대처해 나갈까?
 
심리 전문가들은 낙관파와 비관파 다 장단점이 있지만 비관파가 문제 해결에 더 강점이 있다고 한다. 낙관적인 자세가 나쁠 건 없다. 그러나 비관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두고 문제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위기를 잘 넘긴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타이타닉호처럼 극단적인 위기를 맞는 일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이미 예정된 일에서 위기를 맞는다. 대학입시, 취직, 연인·친구와의 관계, 결혼, 퇴직 등은 인생 사이클에서 거치는 예측 가능한 일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왜, 이런 예정된 일에서 실패하고 좌절하며 방황하게 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준비 부족’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인 쇼크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고심하는 때가 있다. 이럴 때 사태를 회피하려 하면 안 된다. 싫지만 사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대처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사태를 ‘시뮬레이션’해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불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서 대폭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0년 이상 된 직원을 우선 명퇴 대상으로 담당 임원이 개별 면담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미 누구누구는 불려가서 안 좋은 얘기를 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나도 면담 대상이 될 것 같다.
 
이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난 아닐 거야’하고 바라야 할까. 아니면 퇴직을 각오하고, 다른데 자리를 구해보거나 그것도 잘 안되면 ‘작은 가게’라도 낸다는 생각을 해보는 게 옳을까. 그런데 며칠 후 정말로 임원이 보자고 한다. 일상적인 업무 얘기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만약 퇴직 대상으로 통보받는다면? 막연한 기대를 했던 사람은 순간 초라해지고 충격도 좀 받을 것이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라면 착잡하지만 ‘이제 인생 새 출발 하는 거지 뭐’ 하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예행연습을 해봤기 때문이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인생길에서 맞닥뜨리는 태풍에 순간 흔들릴 수 있다. 그 위기를 더욱 단단하고 성숙해지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사진 Pixabay]

우리는 인생길에서 맞닥뜨리는 태풍에 순간 흔들릴 수 있다. 그 위기를 더욱 단단하고 성숙해지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사진 Pixabay]

 
위기는 ‘변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매달린다고,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위기가 감지되면, 미리 ‘최선·차선·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봐야 한다. 요새는 평생직장이 드물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는 노력을 평소에 해 두어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길이 있다.
 
코로나도,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 같은 태풍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우리는 인생길에서 맞닥뜨리는 태풍에 순간 흔들릴 수 있다. 그 위기를 더욱 단단하고 성숙해지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유대교 경전 『미드라쉬(Midrash)』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는 줄도 모르고 3, 4월이 지나갔다. 이번 5월에는 담장을 넘어오는 화려하고 풍성한 넝쿨 장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강정영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필진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 부자는 어떤 생각과 철학, 생활방식, 자녀관을 갖고 있을까. 부를 이룬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고, 부를 오래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재벌이 아닌 평범하지만 이웃집에서 만나볼 만한 진짜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