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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강의 절반 ‘생각수업’으로 바꿔 연결지성 키울 것

중앙선데이 2020.04.25 00:27 683호 2면 지면보기

[총장 열전] 박형주 아주대 총장 

아주대는 ‘원 캠퍼스, 원 유니버시티’다. 수원 캠퍼스에 모든 단과대와 병원까지 이웃하고 있다. 국내 종합대 중 드문 일이다. 원 캠퍼스는 장점이다. 학문 간 연결과 융·복합이 자연스럽다. 대학본부 앞의 ‘CONNECTING MINDS’라는 영어 문구가 그걸 말해준다. 수학자인 박형주(56) 총장이 “연결지성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학으로 거듭나자”며 직접 만든 슬로건이다.
 

수원 캠퍼스에 모든 단과대 모여
학문 융·복합 ‘커넥팅 마인드’ 가능

코로나로 온·오프 강의 시대 열려
2학기 블렌디드 러닝 30~50% 확대

취업률 전국 30대 대학 중 3위
비교과 활동 많을수록 취직 잘돼

‘커넥팅 마인드’는 창학정신과도 상통한다. 1973년 세계일가, 실사구시, 인간존중을 모토로 개교한 아주대는 77년 김우중(1936~2019) 당시 대우실업 회장이 대우학원을 설립해 인수했다. ‘아시아의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내세워 공대 명성도 강했다. 그런 아주대의 현재와 미래는 어떨까. 코로나19로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 총장은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깔끔한 논리가 인상적이었다.
 
수학자인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초연결사회에서는 연결지성과 생각의 근육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수학자인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초연결사회에서는 연결지성과 생각의 근육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취임한지 2년이 지났는데 수학자로서 행정을 해보니 어떤가요.
“인생이 좀 바뀌었네요. 저는 데이터를 중시해요. 정시·수시 비율을 예로 들죠. 입학처에 ‘왜 이런걸 하냐’고 물으면, ‘감(感)’이라고 말해요. 막연함은 곤란해요. 데이터가 뒷받침돼야지요. 논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학생부 교과, 수능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 축적과 활용이 기본이군요.
“행정을 해보니 더 절실하게 느낍니다. 아주대 취업률은 전국 30대 대학 중 3위입니다.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막연히 입학·졸업 성적이 좋은 학생들 취업률이 높을 거라 추측했죠. 뜯어보니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한 학생들 취업률이 훨씬 높더군요. 답이 나오는 거죠. 감과 추측으론 데이터를 이길 수 없어요.”
 
입시 얘기부터 하셨네요.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학과별 정시·수시 비율이 다 달라요. 평균적으론 수시·정시가 80 대 20 정도입니다. 단순 비율보다 전공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자율적으로 조율하는 게 중요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대학들은 또다시 입시 홍역을 치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발 사태로 온라인 강의가 이슈를 덮어버렸다. 박 총장에게도 2020년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늘 강조하던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커넥팅 마인드’ 확산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이 많이 진행됐습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준비가 잘 돼 있었어요. 자동녹화 강의실이 42개 있고, 동영상 녹화 스튜디오도 갖췄거든요. 빅 데이터로 학생들의 학습 패턴도 분석했고요. 학습관리시스템(LMS)이 작동한 거죠. 온라인 강의로 엄청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어요. 데이터 기반 교수학습지원체제(ATLAS)에서 추출한 자료가 커리큘럼 혁신 기폭제가 될 겁니다.”
 
박 총장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방문담을 들려줬다. 그 대학 마틴 비털리 총장은 박 총장의 인생 은인이다. 미국 B.C. 버클리대 유학 중 학비가 없어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 장학금을 준 공동 지도교수다. “로잔공대는 전체 과목의 절반 이상을 ‘생각 수업(Thinking class)’으로 바꿨어요. 온라인 강의를 별도로 듣고 실제 수업은 PBL, 즉 문제해결학습(Problem Solving Learning)이나 프로젝트학습(Project Based Learning)으로 해요. 글로벌 명문대의 교육법입니다.” 박 총장은 그곳에서 고등교육의 미래를 생각했다고 했다.
  
학생이 과제 설계, 학점 받는 파란학기제  
 
어떤 미래가 그려지던가요.
“대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지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닙니다. 저의 단기 목표는 모든 강의의 절반을 ‘Thinking class’로 만드는 겁니다. 로잔공대생들과 교수들은 세 배 더 노력해요. 힘들어도 취업률은 압도적으로 높아요. 기업체는 그런 수업을 원합니다. 학생 능력과 전공, 대학 환경에 따라 온·오프 강의를 섞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으로 가야 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십니까.
“우리는 파란학기제가 있어요. 아주대 상징색인 파란색에서 따온 이름인데 알(틀)을 깬다는 파란(破卵)과 그런 시도로 파란을 일으키자는 뜻이죠. 학생들이 직접 도전과제를 설계하고 학점을 받는 프로그램입니다. 2016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8학기 동안 775명이 참여해 창업도 활발해졌어요. 웹드라마를 만들더니 창업한 인문대 학생도 있어요.”
 
파란을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활동이 없는 일반 수업은 학기가 끝나면 다 까먹어요. 앞으론 달라질 겁니다. 커리큘럼에 학습·활동 계획을 넣고 필수 동영상을 보게 하면 ‘지식·체험·도전’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요. 2학기부터 학칙도 바꿀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교육부가 온라인 규제(전체 강의의 20%만 온라인 가능)를 계속 풀어야지요. 우리는 평시에도 온라인 강의를 30~50%까지 확대할 겁니다. 학습은 동영상, 수업은 프로젝트 베이스 모델이죠. 생각의 힘, 생각의 근육을 키워 파란을 일으키는 게 아주대 웨이입니다.”
 
커넥팅 마인드를 강조하는 배경이군요.
“대학은 배우는 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배우는 법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요. 실패를 두려워하거든요. 그러니 분위기가 중요해요. 아주대는 신입생이 2000명 선이어서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요. ‘Reach out and Connect’, 한 우물이 아닌 여러 우물을 파야 합니다.”
 
아시아의 MIT를 표방한 아주대는 최근엔 공대도 잠잠했다. 이국종 교수만 화제가 됐었다. 박 총장은 이렇게 답했다. “이 교수는 학교의 보배입니다. 연구년 중이죠. 그가 이끌었던 외상센터는 팀워크가 탄탄해 문제없어요. 공대는 뼈아픈 지적이네요. 내년에 AI대학원을 만들려 합니다. 신임 교원 정착연구비를 최대 1억원 지원합니다. 연구·교육·산학협력이 중요해요. 연구는 지식의 생산, 교육은 전수, 산학협력은 활용입니다. 인문대생도 코딩을, 공대생도 인문학을 알도록 커리큘럼을 확 바꿀 겁니다.”
  
아시아의 MIT 표방 … ‘아주대 웨이’ 갈 것
 
박 총장은 수학 대중화에 앞장서 온 수학자다. 코로나19 속에서 수학의 역할은 어떨까. 수리감염역학(mathematical epidemiology) 연구자들이 감염병 확산 과정에 미분이나 차분 방정식을 적용하니 말이다.
 
수학감염역학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수리감염학도 산업수학 관점에서 볼 수 있어요. 독일 통일 당시 대중교통 문제가 심각했어요. 버스가 동베를린은 많고 서베를린은 적어 교통 격차 논란까지 일었죠. 노선 변경이 쉽지 않았어요. 골머리를 앓던 시 정부가 해결 방안을 공모했고 수학자 마틴 그뢰첼이 선정됐어요. 버스 노선과 배차표를 갈아엎었습니다. 시민 반발도 없었어요. 정치색 없이 수학적으로 해결했거든요. 수리감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염확산을 방정식 여러 개로 표현할 수 있는데, 스페인 독감이나 메르스는 성공적이었어요. 코로나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종료 시점을 예측할 수 있어요. 방정식의 상수를 바꾸는 거죠.”
 
박 총장은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에 도전했던 꿈이 있었다. 에르고딕 스위치(Ergodic switch) 같은 대한민국 평균주의 교육을 어떻게 볼까. “보편·영재·특수 교육을 다 포용해야 합니다. 분업 교육이 중요한 거죠. 우리의 영재들은 뛰어납니다. 올림피아드 1, 2위를 하잖아요. 문제는 보편·영재 교육이 섞여 다 힘들어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많은 영재를 만나봤고, 살아 있는 세계적 천재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천재는 반복 학습을 싫어해요. 그러니 보편교육에선 살아남기 힘들죠. 왜 우리는 필즈상이 안 나올까요? 전 세계 수상자의 3분의 1은 올림피아드 출신입니다. 미국은 법대와 의대를 많이 가지만, 우리는 3분의 2가 수학과를 갑니다. 기대할 만 해요. 큰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자잘한 연구가 승리하는 연구풍토를 바꿔야 합니다.”
 
수학 난제 ‘야코비 추론’ 푸는 게 필생의 과제
수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수학자다. 고1 때 영문 『아인슈타인 전기』를 읽고 물리학에 매혹돼 학교를 그만뒀다. 매일 군청 옆 도서관에 가 책을 가나다순으로 모조리 읽었다. 몇 달 책에 빠져 지내다 두 달간 검정고시를 준비해 수석으로 통과했다. 곧바로 대입을 치러 또래보다 1년 먼저 서울대 물리학과에 들어갔다. ‘시골 도서관이 키운 아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대학 3학년 때 수학 과목을 듣던 중 스무 살에 요절한 19세기 천재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의 ‘근의 공식’에 전율을 느껴 수학도로 진로를 바꿨다. 미국 유학 중 학비가 없어 햄버거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눈물의 귀국을 결심했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로 인생의 고비도 겪었다.
 
버클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오클랜드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2004년 귀국했다. 고등과학원과 포스텍 교수,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2015년 아주대 석좌교수로 옮겨 2018년 2월 총장이 됐다. 총장 취임 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새 스마트폰을 다 써 본 얼리 어답터다. 수학의 미해결 난제인 야코비 추론(Jacobian Conjecture, 다차원 공간 역함수의 존재성)을 푸는 게 필생의 과제다. 1964년 충남 부여 출생.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양영유의 총장 열전은 크로스미디어로 진행합니다. 월간중앙 5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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