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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소비 활성화” vs “국채로 돈 쏠려 민간 투자 줄어”

중앙선데이 2020.04.25 00:23 683호 3면 지면보기

전 국민 지원, 국채 3조6000억 추가 발행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왼쪽)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이 24일 오후 국회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왼쪽)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이 24일 오후 국회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는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계획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5월 10일부터 신청을 받아 13일부터 지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에 대해서는 5월 4일부터 현금 지급이 가능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모든 일정은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돼야 가능하다”며 조속한 심의와 통과를 요청했다.
 

국가채무 835조, 과도한 재정 부담
청와대 “5월 13일부터 지급할 준비”
여야에 추경안 조속한 통과 압박

지급 대상을 놓고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기획재정부는 이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3조6000억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했던 2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7조6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필요한 3조6000억원을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게 아니라 나랏빚(적자국채)을 내 메우겠단 의미다.
 
다만 수조원 빚까지 내가며 ‘소득 상위 30%’에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발휘할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소비가 늘어 경영난에 처한 자영업자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재원 조달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오히려 기업 등 민간의 ‘자금줄’을 마르게 할 수 있는 양면성이 존재해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자는 쪽은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이 받을 혜택을 강조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돼 2~3개월 이내에 소비에 쓰이게 될 것”이라며 “소상공인 등으로 사용처를 한정하면 당장 자영업자가 소비 감소를 버틸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자영업자의 소득이 늘면 여기에 물건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소득이 늘고, 근로자의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일 “재난지원금에는 코로나19 국난을 맞은 개인 생활 지원뿐 아니라 일자리 수요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약 20조원의 국채를 더 발행해도 괜찮다”며 “이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을 2%에서 1%로 방어하고, 이후 약 10년에 걸쳐 매년 세수가 1%씩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적자국채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89조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국채 발행에 따른 부담은 더욱 커졌다. 나랏돈이 직접 들어가는 사업은 55만개 공공·청년 일자리 등을 만드는 고용안정 특별대책(10조1000억원 투입), 소상공인 자금 지원(4조4000억원 증액) 정도다. 이 가운데 정부가 기존에 확보한 예비비·기금 등을 활용해 바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사업은 약 8000억원뿐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적어도 14조원가량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해야 한다”며 “여기에 세수 부족분까지 채워야 한다면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20조원가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본예산까지 고려한 올해 국고채 순증량은 101조2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순증량(44조5000억원)의 2.3배 수준이다.
 
김지나 연구원은 “추경은 보통 국채 발행이 수반되므로 공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더불어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과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지원 20조원 등도 채권시장의 수요를 구축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3차 추경에서 2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채무는 835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6%에 이르게 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래 세대도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데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재정 부담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 국민 지급의 한계점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위 30% 고소득층의 경우 저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한계소비성향(새로 증가한 소득 중 소비에 쓰이는 비율)이 낮다”며 “기존에 현금·카드로 지출할 금액을 소비 쿠폰으로 대체하게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고용·투자 주체인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와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회사채가 있으면 당연히 시장은 국채를 선택하게 된다”며 “회사채로 갈 돈이 국채로 빨려 들어가면 결국 민간의 투자·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게 되는 것(구축효과)”이라고 우려했다. 취약계층과 고용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게 성 교수의 생각이다.
 
다만 “과거 경제위기 사례를 보면, 정부가 자금을 푼 것이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민간의 투자를 오히려 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율·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구축효과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강남훈 교수)는 반론도 있다.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신용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미증유’의 경제위기에서는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이 효과가 있다는 게 경제학적으로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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