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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수십개, 택시 갈아타기…영화 같았던 ‘라임 주범’ 검거

중앙선데이 2020.04.25 00:21 683호 10면 지면보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4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4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객에게 1조6000억원대 피해를 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42) 전 라임 부사장과 전주(錢主) 의혹을 받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23일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가 본격화하면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관심사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을 개인 금고처럼 이용하며 재력을 과시했던 김 전 회장은 평소 측근들에게 “어마무시하게 로비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며 정·관계 인사들을 언급하고 다녔다고 한다. 고교 동창인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씨(구속)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자, 여야 유력인사, 검·경 고위관계자까지도 ‘끈’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허세인지, 아니면 실제로 김 전 회장에게 돈과 향응을 받은 ‘뒷배’가 있는지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김 모 행정관을 통한 로비 의혹과 별개로  ‘다른 줄기’를 정치권에 뻗쳤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부산지역의 한 친여 성향의 국회의원 후보자 A씨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수천~수억원의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한 측근 인사는 “김 전 회장이 A씨에 대해 얘기하며 현금으로 꽤 많은 돈을 줬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인물은 “김 전 회장을 본 적은 있지만 친분은 없고, 돈을 받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종필·김봉현 5개월 도피행각
환매 중단 사태 1조6000억대 피해
전 청와대 행정관에 뇌물, 정보 입수
‘어마무시한 로비’ 드러날지 주목

체포 순간 가짜 신분증 내밀며 저항
은신했던 빌라서 현금 뭉치 발견도

김 전 회장은 재향군인회(향군)상조회 인수와 관련한 로비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해 향군 상조회를 매각한 향군은 두 차례 모두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회사를 선정했다. 스타모빌리티 관계자는 “상조회를 인수하려 할 때 ‘향군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정말 로비를 많이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1조원에 달하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라임 투자 피해자에게 “회장님(김씨)이 상조회를 인수해서 상조회 현금으로 라임 펀드 유동성 문제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은 함께 도피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포폰을 수십 개를 사용하고 이동할 땐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는 방법으로 경찰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잠적 기간 대포폰 수십 개를 쓰고 서울 강남 호텔 여러 곳을 떠돌며 경찰 수사망을 피해왔다. 실제로 이들이 머물렀던 서울 성북구의 단독주택에서도 대포폰이 발견됐다고 한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짧은 거리를 갈 때도 택시를 3~4차례 갈아타며 이동했다. 이들의 도주와 체포 과정은 첩보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김 전 회장은 체포 순간 가짜 신분증을 보이며 저항했다. 이들이 일주일 정도 빌려 살았던 집에서는 현금 1억3000여만원도 발견돼 경찰이 돈의 출처를 추적 중이다.
 
채혜선·최모란·이후연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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