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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프로젝트는 어떻게 ‘대박’이 되나

중앙선데이 2020.04.25 00:20 683호 20면 지면보기
룬샷

룬샷

룬샷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흐름출판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로 가서 ‘양반·상놈 없는 세상이 곧 온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을 당할 것이다.
 
『룬샷』의 주인공은 ‘미친놈’이다. 경영서이자 과학서·역사서·자기계발서인 이 책은 대부분의 대박이 무시당하기 쉬운 ‘광인(狂人)의 프로젝트’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룬샷(Loonshot)은 저자가 만든 말이다. ‘극도로 야심적인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문샷(moonshot)에서 ‘문’을 ‘loon’(광인)으로 교체했다. ‘샷’은 우리가 골프나 테니스를 칠 때 ‘나이스 샷’의 샷이다. 룬샷은 광탄(狂彈)·광사(狂射)다.
 
하버드대(학사)와 스탠퍼드대(박사)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맥킨지 & 컴퍼니에서 3년간 일하고 벤처기업을 창업해 대박의 주인공이 됐다. 성공적인 최고경영자(CEO)가 되려고 경영서를 두루 섭렵했다. 자연과학도로서 느낀 게 있었다. 대부분 경영서가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과학에 초점을 맞춘 경영서는 극소수였다. 그런 ‘불만’에서 나온 『룬샷』의 뼈대는 물체의 고체·액체·기체 상태 변화를 기술하는 상전이(相轉移)다.
 
저자에 따르면 온도가 물·얼음·수증기 변화를 통제하듯,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것은 표면에 드러난 문화가 아니라 그 밑에 숨겨진 구조다. 문화보다는 인센티브·시스템·디자인 등으로 구성된 구조를 바꾸는 게 성공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직급에 따라 보상하는 구조에서는 룬샷이 사내정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저자는 직급의 대안으로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인센티브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이다.
 
저자는 균형을 강조한다. CEO의 업무는 예술가(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광인’)와 전사(戰士, 제조·마케팅 등 일선에서 활약하는 일꾼) 사이에서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동적평형(動的平衝)을 유지하는 것이다.
 
산불 확산, 온라인으로 테러리스트를 추격하는 법,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의 개발, 섬나라 영국이 패권을 쥔 이유, 유권자의 투표 행위까지 다룬 이 책의 한국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 실린 아이디어들을 적용하는 데 한국만큼 최적화된 국가는 없을지 모른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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