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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도 헤집는 전동 휠·킥보드…혁신은 어정쩡 안전은 휘청

중앙선데이 2020.04.25 00:02 683호 6면 지면보기

퍼스널 모빌리티 갈팡질팡 

지난 12일 새벽 부산 해운대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동킥보드를 타던 30대 남성이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이 남성은 운전면허도 없이 신호를 위반해 편도 4차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틀 후 새벽에는 서면 근처에서 30대 여성이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화단에 부딛쳐 2차로 도로에 쓰러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았으나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인 것이 드러나 경찰에 체포됐다.
 

시속 25㎞ 미만, 차도 주행만 OK
자전거도로·인도는 불법 딜레마

2018년 4명 사망, 238명 다쳐
자전거도로 허용 놓고 논란도

전문가 “안전장구 착용 등 강화를”
정부 “관련법 내년까지 만들 것”

스마트시티의 라스트마일을 담당할 개인용 운송수단(퍼스널 모빌리티)이 인도와 차도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리자니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가 위험하고, 자전거 도로나 인도 운행을 허용하자니 보행자들이 피해를 본다. 퍼스널 모빌리티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내년까지 관련법을 제정하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교통 대책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시티는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교통, 전력, 급수, 폐기물 관리, 교육, 의료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 8대 핵심 선도사업 중 하나로 2022년까지 5년 동안 총 1159억 원의 연구비를 들여 실제 도시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시티 플랜서 ‘라스트마일’ 담당
 
스마트시티의 교통은 대중교통수단에 퍼스널 모빌리티를 조합한 형태로 이뤄진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철도·지하철 환승거점을 대상으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을 활용해 대중교통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라스트마일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출근이나 등교시 지하철 등으로 이동한 뒤 직장이나 학교까지 라스트마일은 역에 비치된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한다는 개념이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용도로는 넓은 주차 공간이 필요한 자율주행차나 공유차량보다 전동킥보드·전기자건거 같은 퍼스널모빌리티가 더 유용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을 고려한 환승시설과 이동경로와 모빌리티 종류별 적절한 제원과 성능을 마련하겠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5개 내외의 환승 거점에서 시범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와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사이에서 안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49건에서 지난해 890건으로 늘어났다.  
 
경찰청에 정식 접수된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으로 92% 증가했다. 매년 4명씩 숨졌고, 부상자는 124명에서 238명으로 늘었다. 도로교통공단이 2018년 일어난 사고 225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연령대는 21~30세가 33%로 가장 많았다. 사고유형별로는 차량과 충돌한 경우가 141건(63%)으로 가장 많았으나 사람과 충돌한 경우도 61건(27%)에 달했다. 특히 2018년 9월에는 일산에서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몰던 40대 남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전동킥보드에 의한 첫 보행자 사망사고다.
 
퍼스널 모빌리티에는 세그웨이·나인봇 같은 전동휠, 최근 급증하는 전동킥보드, 페달보조(PAS) 방식의 전기자전거 등이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6만대 수준이던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2022년에는 20만~30만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고, 교통사고도 급증하는데 관련 법 규정은 아직도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있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원동기면허 또는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시속 25㎞ 미만의 속도로 차도에서만 타야 하며 인도와 자전거도로는 통행하면 안된다. 전기자전거는 시속 25㎞까지만 전력이 공급되는 페달보조 방식만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과 공유업체에서는 “시속 60㎞ 이상으로 움직이는 차들과 함께 차도를 달리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며 “자전거도로 이용을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불법으로 속도제한을 풀고 고속으로 질주하거나 면허가 없는 16세 이하 청소년들이 인도를 헤집고 다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실제로 속도위반이나 무면허로 적발된 사례는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등은 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데다가 사고가 날 경우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이나 운전차보험으로도보상이 안되기 때문에 분쟁이 잦다”고 말했다.  
  
영국·일본선 사유지서만 주행 허용
 
해외에서도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파리는 2017년 전동킥보드 사고로 284명이 다치고 5명이 숨지자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탈 경우 135유로(18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일본은 차도 및 인도 주행을 금지하고 사유지에서만 타도록 한다. 한문철 변호사는 “전동킥보드 사고 당사자의 87%가 헬멧을 쓰지 않았다는 통계가 있다”며 “정부는 안전장구 착용 등의 규정을 강화하고 킥보드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불법 개조도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타도록 하기 위해 퍼스널 모빌리티 법을 내년까지 제정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경찰청은 지난 2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런 계획을 담은 ‘친환경차(수소차·전기차)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확정했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현실적으로 차도 이용이 어려웠고, 인도로 다니는 것도 위법이어서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점을 고려해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공통으로 적용되는 안전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창우·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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