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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말 내 사퇴, 오거돈과 조율 안했다…피해자가 결정한 것"

중앙일보 2020.04.24 17:25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울먹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울먹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 시점은 피해자가 결정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피해 여성이 사퇴 시점 4월말 내로 요구”
오 전 시장 측 “피해 여성 요구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 전해
상담소 “기자회견 후 2차 가해 심해…대책마련해야 ”

오 전 시장 성폭행 피해 여성의 신고를 접수한 부산성폭력상담소가 사퇴 시점은 피해자가 결정한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나섰다. 서지율 부산성폭력상담소 상담실장은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오 전 시장의 사퇴 시점을 4월 말 내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4월을 넘기지 않는다면 4월 중 언제든지 사퇴를 해도 된다는 의미"라며"오 전 시장 측에서 총선 이후로 사퇴 시점을 제안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성추행 피해 발생 후 오 전 시장 사퇴까지 2주간의 시간이 소요된 것을 두고 서 실장은 “피해 발생 후 경황이 없는 데다가 가족과의 상의 등으로 일정 시간이 흘렀다”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끌었다는 것은 정치적 계산을 하는 진영 논리다”고 했다.  
 
서 실장은 “오 전 시장 측은 피해 회복을 위해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전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피해 여성과 상담소로 전해왔다”며 “사퇴 시점을 제안하거나 조율하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피해 여성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오 전 시장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오 전 시장 측은 오 전 시장과 논의 끝에 이를 수용하고 이달 말까지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상담소는 설명했다.
 
피해 여성은 모 법무법인을 통해 4월 말 내에 오 전 시장 사퇴를 확인하는 공증을 받았다. 공증은 특정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 존재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행정 행위다.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매뉴얼 중 하나다. 그는 일각에서 공증을 ‘총선 이후 사퇴’란 의미의 모종 거래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오 전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 시점은 당일 급하게 전달됐다고 했다. 서 실장은 “당초 23일 오후쯤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이날 오전 갑자기 언론보도로 11시에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오 전 시장 측에서 피해 여성에서 기자회견 하기 30분 전에서야 알려줬다”고 말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상담실장(오른쪽)과 김예지 상담팀장. 황선윤 기자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상담실장(오른쪽)과 김예지 상담팀장. 황선윤 기자

상담소는 오 전 시장의 행방이 묘연한 것을 두고 유감을 표했다. 서 실장은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하루빨리 모습을 드러내고 책임지는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상담소는 24일 오후 4시 2차 성명서를 내고 피해 여성에게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담소는 “부산시가 오 전 시장 사퇴가 하루 지나서야 2차 가해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며 “피해자 연락처를 비롯한 신상 정보 일절에 대한 철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상담소는 피해 여성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부산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상담소는 “부산시는 오 전 시장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밝혀야 한다”며 “기존의 감찰 조직이 아니라 독립성이 보장된 특별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이은지·황선윤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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