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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시하게 로비했다"…라임 '김 회장 리스트' 터지나

중앙일보 2020.04.24 17:04
김봉현씨가 24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씨가 24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을 개인 금고처럼 이용하며 재력을 과시했던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 김봉현(체포·46)씨는 평소 측근들에게 “어마무시하게 로비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며 정·관계 인사들을 언급하고 다녔다. 고교 동창인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씨(구속)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자, 여야 유력인사, 검·경 고위관계자까지도 ‘끈’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허세인지, 아니면 실제로 김씨에게 ‘어마무시한’ 돈과 향응을 제공받은 ‘뒷배’가 있는지 검찰은 체포한 김씨를 통해 강도 높게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감원·청와대…더 '윗선'도 나올까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김 전 행정관을 뇌물 혐의로 구속한 검찰은 김씨를 통해 김 전 행정관에게 추가 뇌물이 건네진 사실이 있는지, 또 김 전 행정관이 소속됐던 청와대·금융감독원 등 정·관계 다른 인사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있는지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와 김 전 행정관의 대질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다른 ‘로비 대상’의 이름이 나올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김 전 행정관의 개인 일탈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김 전 행정관이 청와대와 금감원에서 근무하며 라임 사태 무마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최소한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방조한 사람’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행정관으로 시작해서 연결되는 줄기 외에 김씨가 ‘다른 줄기’를 정계에 뻗쳤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부산지역의 한 친여 성향의 국회의원 후보자 A씨가 김씨로부터 수천~수억원의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씨의 측근이었던 인물은 “김씨가 A씨에 대해 얘기하며 현금으로 꽤 많은 돈을 줬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인물은 “김씨를 본 적은 있지만 친분은 없고, 돈을 받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석연찮은 상조회 인수…'뒷거래' 있었나

재향군인회상조회 직원들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재향군인회의 상조회 매각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재향군인회상조회 직원들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재향군인회의 상조회 매각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정·관계 로비 의혹뿐 아니라 김씨는 재향군인회(향군)상조회 인수 당시에도 ‘어마무시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향군 상조회를 매각한 향군은 두 차례 모두 김씨가 실소유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회사를 선정했다. 스타모빌리티 관계자는 “김씨가 상조회를 인수하려 할 때 ‘향군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정말 로비를 많이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향군이 상조회 매각 대상자로 김씨 소유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선정한다고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김씨의 측근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1조원에 달하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라임 투자 피해자에게 “회장님(김씨)이 상조회를 인수해서 상조회 현금으로 라임 펀드 유동성 문제 해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향군정상화추진위 측은 향군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김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향군이 ‘졸속매각’을 추진했다는 취지다. 반면 향군 측은 “우리도 김씨의 피해자”라며 김씨를 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김씨는 지난 23일 저녁 서울 성북구 인근의 고급 빌라에서 나와 콜택시를 타려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김씨의 은신처에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프라임 브로커리지서비스(PBS) 팀장도 체포했다. 심 전 팀장도 이 전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라임이 투자한 다른 상장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를 체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김씨가 연루된 수원여객 161억원 횡령 사건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신병을 인계할 방침이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체포 후 바로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됐다. 이 전 부사장은 이날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 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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