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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엔 돈가방, 접선지는 교회" 라임 '김 회장' 치밀한 도피생활

중앙일보 2020.04.24 16:05
약 5개월째 이어지던 ‘라임자산운용 사태’ 주범의 도주 행각이 막을 내렸다. 지난 23일 오후 9시쯤 라임 사태 핵심 피의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택시를 타고 서울 성북동 한 고급 주택 빌라 밖을 나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뒤이어 경찰은 김 전 회장이 은신하고 있던 빌라에 들어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체포했다. 
 
라임자산운용 [연합뉴스TV 제공]

라임자산운용 [연합뉴스TV 제공]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 관계자를 추적하던 중 김 전 회장의 주거지를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가족을 추적하다 (김 전 회장의) 소재지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는 2018년 3월 스타모빌리티에 선임된 사내이사 중 한 명으로, 김 전 회장의 '심복'으로 불린다.  
 
두 사람의 은둔 생활은 치밀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회장 측근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초 이후부터 전화로 출국 금지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 같다”면서 “(김 전 회장이) 언제 체포될지 몰라 전전긍긍해 하며 어딘가 목적지를 가면 한 번에 차에서 내리는 적이 없고 몇 바퀴 주위를 돌았다” 말했다. 이어 “차 안에는 항상 돈 가방이 있었다”며 “얼마가 들었는지 잘 보지는 못했지만 항상 현금 들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교회와 골프장에 주로 다녀”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모인 주된 장소는 교회였다. 김 전 회장 측근에 따르면 지난해 9월쯤 김 전 회장의 부름을 받아 이 전 부사장에게 성격 책을 보낸 뒤, 두 사람은 주말마다 교회에서 만났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이자 현재 구속 수감 중인 김 전 사내이사도 2주에 한 번씩 이곳을 찾을 만큼 해당 교회는 김 전 회장의 주된 방문지였다고 한다.
 
스타모빌리티가 소유한 골프장 또한 김 전 회장의 주된 이동 경로였다. 지난해 3월부터 약 4개월간 김 전 회장은 주말마다 이곳을 찾아 운동을 즐겼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김모 청와대 전 행정관과 김모 전 라임 대체투자운용본부장이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현장 어떻게 이뤄졌나?

경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을 찾는 데에만 두 달의 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 흔적조차 없어 (김 전 회장을) 찾기 어려웠다”며 “김 전 회장이 4월 7일 신촌에 나타난 사실을 알아내 동선을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은신처 주변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김 전 회장 은신처로 추정되는 빌라 길목에서 콜택시를 발견해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에 붙잡힌 김 전 회장은 한동안 검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에게) 은신처가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처음엔 묵비권을 행사했다”며 “수사 관계자가 상황을 설명해주고 더 버텨도 소용없다고 말하고 나니까 그제야 말하더라”라고 밝혔다. 은신처를 알게 된 경찰은 오후 10시45분쯤 김 전 회장이 머물던 성북동 빌라 문을 따고 들어가 이 전 부사장을 체포했다. 
 
체포가 이뤄진 맞은편 건물 공사 현장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목격자는 “경찰차 2대가 이 골목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까만 스타렉스 경찰차가 오더니 (세 차가) 양 골목으로 나뉘어서 분주하게 이동했다”며 “그러다 오후 10시50분쯤 경찰차가 어디론가 이동하더니 다시 골목이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가 원래 조용한 골목인데 경찰 여러 명이 하도 왔다 갔다 해서 누구 체포하러 왔구나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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