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외선·살균제 인체실험" 귀얇은 트럼프 제안에 전문가 경악

중앙일보 2020.04.24 14: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빌 브라이언 국토안보부 차관이 "강한 여름 햇볕아래 2분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절반이 죽고, 이소프릴 알코올 살균제는 30초 만에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연구 결과 발표를 들은 뒤 "인체에 직접 주사해보자"고 요청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빌 브라이언 국토안보부 차관이 "강한 여름 햇볕아래 2분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절반이 죽고, 이소프릴 알코올 살균제는 30초 만에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연구 결과 발표를 들은 뒤 "인체에 직접 주사해보자"고 요청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를 죽이는 데 효과가 있는 자외선·살균제를 치료제로 시험해보자는 제안으로 전문가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신의 선물'로 홍보했던 항말라리아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약 환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로 충격을 준 데이어서다.
 

"강한 햇볕 2분이면 바이러스 절반 죽어,
알코올 살균제 30초에 바이러스 죽는다"
국토안보부 과학기술 차관 23일 발표에
트럼프 "자외선·살균제 인체 주사해보자"
전문가 "정신나간 주장 방송, 고통스럽다"
CDC "햇볕·습도 영향, 열대독감 설명못해"

빌 브라이언 국토안보부 과학기술 차관 대행이 이날 백악관 브리핑 도중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연구결과를 소개한 게 발단이 됐다.
브라이언 차관은 생화학전방어분석대책센터의 연구 결과, "태양광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강력한 효과를 갖고 있다"며 "기온과 습도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슬라이드까지 준비해 습도 20%의 통풍구가 없는 폐쇄된 환경에서 물체 표면의 코로나19의 반감기(초깃값→절반이 되는 기간)는 18시간, 습도 80%에선 바이러스 절반이 죽는 데 6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여기에 태양광을 쬐면 반감기는 2분으로 극적으로 짧아진다고 덧붙였다. 에어로졸 형태에선 반감기가 1시간이지만 햇볕 아래에선 90초로 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브리핑 도중 빌 브라이언 국토안보부 차관대행이 발표한 '기온과 습도, 태양빛 아래 코로나19 반감기(절반이 되는 기간)' 연구결과 슬라이드를 유심히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브리핑 도중 빌 브라이언 국토안보부 차관대행이 발표한 '기온과 습도, 태양빛 아래 코로나19 반감기(절반이 되는 기간)' 연구결과 슬라이드를 유심히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브라이언 차관은 또 "표백제는 기침·재체기 분비물 속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5분이 걸렸지만, 살균제론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살균제로 손을 비빌 경우 더 빨리 바이러스가 죽는다"라고도 했다. 
 
발표 말미엔 "여름이 바이러스를 모두 죽일 거라고 하면 무책임한 얘기지만 이 전쟁의 새로운 도구나 무기"라고도 했다.
 
그러자 유심히 듣고 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엄청난 자외선이든 아주 센 빛을 인체에 쬐인다면 결과가 아주 흥미로울 것"이라며 "피부를 통해서든 다른 방법으로든 빛을 인체 내부에 쏘는 것을 시험해봐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살균제가 1분 안에 바이러스를 없앤다는 것도 알았는데 체내에 주사를 놓거나 소독하는 방법은 없겠느냐"며 "바이러스가 폐로 들어가 엄청난 수가 되기 때문"이라고 됐다. 인체에 독성이 강한 자외선과 살균제를 치료제로 시험해보자고 공개 제안한 셈이다.
 
그러자 브라이언 차관대행도 "그런 시험을 할 수 있는 적임자에게 연락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는 군 출신으로 국제에너지 안보를 오래 담당했지 바이러스나 의학 전문가가 아니었다.
 

열대병 전문가 "적도국 에콰도르에서 왜 감염·사망 급증하나" 

생중계된 브리핑과 대통령 제안을 접한 전문가들은 "지금 에콰도르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보라"며 경악한 반응을 쏟아냈다. 
어윈레들러너 컬럼비아대 재난대비센터 소장은 "국토안보부 과학자라는 양반이 한 모든 얘기는 모순되고 터무니없는 데다 증거가 뒷받침한 얘기도 아니며 우리가 아는 많은 것과 상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이를 듣고 살균제를 주사하자는 요청한 사실에는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랐다"고 했다.
 
그는 "자외선도 인체에 매우 해로운 데 정신 나간 주장을 황금시간대에 중계했다는 게 정말 고통스럽다"라고도 했다. 데보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조차 "햇볕이 감염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백신·열대 질환 전문가인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대 교수는 트위터에 "백악관 브리핑에서 소개된 정보는 여름철에 바이러스가 둔화하거나 계절성이 있다는 증거로 간주해선 안 된다"라며 "지금 에콰도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라고 했다. 적도 국가인 에콰도르에서 하루만에 1만명이 늘고 560명이 사망한 걸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어 "(햇볕) 자외선에 의한 호흡기 바이러스의 불활성화나 습도에 따른 작은 물방울이 전염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확실하지 않다. 또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연중 독감 전염을 설명하지도 못한다"는 질병통제센터(CDC) 설명도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