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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에요" "내리지마"…'드라이브 스루' 시험지 배포

중앙일보 2020.04.24 14:45
2020학년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정문에서 교사들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문제지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1

2020학년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정문에서 교사들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문제지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1

"선생님, 저에요. 3반"

"반가워. 내릴 필요 없어. 이거 꼭 잘 풀어봐!"

 
24일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 도로엔 팻말과 시험지 봉투를 든 교사가 늘어섰다. 잠시 후 교문 앞에 도착한 차량 뒷좌석에서 한 학생이 창문을 내리고 반을 말하자 교사는 시험지 봉투를 건넸다.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3월 학평) 시험지를 나눠주는 '드라이브 스루' 배부 현장의 모습이다.
 
당초 지난달 12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3월 학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등교가 연기되면서 오늘까지 미뤄졌다. 24일 고3 학생들은 등교해 함께 시험을 볼 예정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늘면서 시험지만 나눠주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평은 매년 3월 치러져 '3월 모평'으로 불린다. 새 학년이 되고 처음 치르는 모의고사이기 때문에 '대입 가늠자'로 여겨진다. 수험생들은 시험 결과에 따라 과목별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입시 전략을 검토한다.
 

코로나 우려에 '드라이브 스루' 시험지 배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사들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를 나눠주고 있다. 남궁민 기자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사들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를 나눠주고 있다. 남궁민 기자

시험지 배부를 앞두고 수백명의 학생이 학교에 한 번에 몰리면서 자칫 코로나19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각 학교는 다양한 시험지 배부 방식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여의도여고처럼 차량에서 시험지만 받아가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다.
 
'워킹 스루'를 선택한 곳도 있었다. 여의도고등학교는 운동장에 있는 육상 트랙을 따라 학년과 반을 나눠 시험지를 나눠줄 곳을 만들었다. 발열 체크와 손 씻기를 마친 학생들은 띄엄띄엄 놓은 고깔을 따라 학생들은 1~2m 간격으로 늘어서 시험지를 기다렸다.
 2020학년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워킹 스루' 방식으로 문제지를 전달하는 담임 교사가 학생과 주먹을 맞대며 격려하고 있다. 뉴스1

2020학년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워킹 스루' 방식으로 문제지를 전달하는 담임 교사가 학생과 주먹을 맞대며 격려하고 있다. 뉴스1

 
1학기 개학 후 처음 얼굴을 마주한 교사와 학생들은 반가움에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서로 접촉하는 것은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담임을 맡은 한 교사를 본 학생이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지만, 교사는 "반갑다"고 인사하면서 포옹은 "안 된다"고 막았다. 서정완(40) 교사는 "아이들을 만나니까 너무 좋다"면서 "화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얼굴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학생 정혁진(18)씨는 "정상적으로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좋겠지만, 어려운 사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시험 방식도 처음 보지만 코로나19로 워낙 여러 일을 겪어서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시험처럼 집에서"…EBS 등 예상 등급컷 제공

2020학년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 운동장에서 3학년 담임 교사들이 '워킹 스루'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문제지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1

2020학년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 운동장에서 3학년 담임 교사들이 '워킹 스루'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문제지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1

 
학교 대신 집에서 모의고사를 풀게된 학생들은 최대한 "실전처럼" 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학생 권태형(18)씨는 "집에서 실제 학평 시간처럼 점심시간까지 알람을 맞춰두고 시험을 보려 한다"면서 "친구들이랑 다 같이 모여 푸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겠지만,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전국 단위 성적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학생들의 고민이다. 각자 채점만 할 경우 과목별 등급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BS와 일부 대형 학원에서는 3월 학평 채점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의 학생들이 답안을 입력하면 예상 등급컷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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