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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ODA 증가율 1위" 발표날···기재부, 2677억 대폭 삭감

중앙일보 2020.04.24 13:46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6일 밤 9개국 외교 장관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6일 밤 9개국 외교 장관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연평균 증가율이 1위라는 성과물을 발표한 날, 정부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ODA 사업비를 대대적으로 삭감했다. 
 
ODA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데다 최근 코로나19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K-방역 모델’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기로 한 외교부의 사업 구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 "ODA 연평균 증가율 1위" 발표  

외교부는 지난 16일 최근 10년간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증가율이 공여국 29개국 중 가장 높다고 홍보하는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OECD의 ODA 잠정 통계에서 한국의 지난해 ODA 규모는 25억2000만 달러로 집계돼 2010~2019년 연평균 ODA 증가율은 29개 회원국 중 최고인 11.9%로 나타났다. 한국에 이어 헝가리 10.5%, 독일 7% 등의 순이었다.
 
지난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증감 현황 잠정치. [출처: OECDㆍ외교부]

지난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증감 현황 잠정치. [출처: OECDㆍ외교부]

 
특히 한국의 ODA 총액은 전년도보다 1억6000만 달러 늘었다. 규모로는 약 6.9% 증가한 수치다. 국내총생산(GNI) 대비 비율도 0.01%포인트 늘어난 0.15%였다.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29개국 중 15위였다.
 
반면 한국이 OECD DAC에 가입한 2010년 이후 스페인, 그리스 등 일부 DAC 회원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침체 등 국내외 여건에 따라 점진적으로 ODA를 줄이면서 DAC 전체의 연평균 ODA 증가율은 2.4%에 그쳤다.  
 
외교부는 "한국은 DAC 가입 당시인 2010년에 비해서는 2배 이상 원조 규모를 늘리면서 공여국 클럽 평균보다 다섯 배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기재부 "ODA 2677억원 삭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성빈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성빈 기자]

 
그러나 같은 날 기획재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ODA 사업비를 대규모로 삭감했다.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던 사업의 규모를 깎는 방식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정부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는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전액 지출 구조조정과 기금 재원 활용 등으로 조달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對) 개도국 차관(-2000억원), 해외 봉사단(-360억원), 나라별 협력 사업(-141억원), 글로벌 연수(-111억원), 녹색기후기금 운영 지원(-65억원) 등 집행이 곤란한 ODA 사업을 조정해 2677억원의 재원을 마련토록 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욱이 24일 기재부가 소득 하위 70%에게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전 가구(100%)에 지급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사업비가 추가 삭감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 "불용 예산 내준 것, K-방역 계속"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번에 삭감된 사업비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불용(不用)한 부분이라며, 추가 재원을 확보해 코로나19 취약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기재부에서 삭감된 2600억원 규모의 ODA 사업비에는 26개 부처가 각자 운용하는 ODA 사업비가 모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외교부가 직접 집행하는 사업은 코이카(KOICA) 국별협력사업 141억원, 해외봉사단 360억원, 초청연수사업 111억원 등 총 612억원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이동 제한령으로 코이카 단원들이 일시 귀국하면서, 올해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예산의 일부 감액을 준비 중"이라며 "긴급재난구호지원금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K-방역 경험 공유 요청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 올해 편성된 긴급재난지원금이 대부분 소진됨에 따라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다영·백희연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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