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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실종女 살해 피의자, 8년 전엔 여친 6시간 감금·성폭행

중앙일보 2020.04.24 13:42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 씨(34·여)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뉴스1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 씨(34·여)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한동네 사는 아내 선배의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구속된 A씨(31)가 8년 전 공익근무요원 시절 '헤어지자'는 당시 여자 친구를 차에 태워 6시간 동안 감금·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마트에서 수천만원을 훔친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다. 
 

30대 여성, 실종 9일 만에 진안 천변서 발견
후배 남편, 강도살인 구속…혐의는 부인

2012년 여친 감금·폭행·특수강간 등 기소
전주지법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받아
도박 빚 갚으려 마트서 2100만원 훔치기도

 24일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전주에서 실종된  B씨(34·여)가 전날 오후 3시50분쯤 진안군 성수면 용포리 천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은 풀 등으로 덮인 채 실종 당시 입었던 옷차림이었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10시40분과 15일 오전 2시30분 사이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B씨를 승용차에 태워 살해한 후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 아내 선배로, A씨 부부와 B씨는 한동네에 살며 서로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A씨는 범행 당시 숨진 B씨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으로 B씨 계좌에 있던 48만원 전액을 본인 계좌로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손목에 차고 있던 금팔찌는 자기 아내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 씨(34·여) 시신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 씨(34·여) 시신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A씨는 본인 차량 트렁크에서 피해자 혈흔과 삽이 나오고 B씨 시신이 발견된 현재까지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A씨가 과거 여자 친구에게 저지른 범행 수법 등이 경찰이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지법은 지난 2012년 8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감금·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그해 10월 항소심에서 기각돼 11월 형이 확정됐다. 일부 혐의가 위헌 결정이 나와 집행유예 기간만 4년으로 줄었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4월 9일 오후 8시30분쯤 전북 군산에서 미리 빌린 렌터카에 여자 친구 C씨(당시 20세)를 태우고 서해안고속도로로 차를 몰았다. A씨는 2년간 교제하던 C씨가 이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C씨와 가족을 협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 씨(34·여)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뉴스1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 씨(34·여)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뉴스1

 A씨는 '가족을 해치지 않겠다. 대천 해수욕장으로 여행 가자'고 제안했고, C씨는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A씨는 서울 쪽으로 2㎞를 달리다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멈추더니 조수석 뒤쪽에서 흉기를 꺼내 "너는 그랬으면 안 됐다. 어떻게 헤어지자고 할 수 있냐"고 협박했다. 충남 서천군 중천터널에서는 흉기를 C씨 명치 부위에 들이대며 "못 죽일 것 같냐"고 겁을 줬다.
 
 A씨는 또 C씨 휴대전화 수신 목록에 남자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남자 있냐"며 손으로 C씨 얼굴을 때렸다. 그러면서 "차라리 나를 찔러 죽여라. 명치를 찔러야 한방에 죽는다. 칼 떨어뜨리면 네가 죽는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A씨는 당일 오후 11시30분쯤 대천휴게소에서 수차례 흉기로 찌를 듯이 협박, C씨를 성폭행했다. A씨의 범행은 이튿날(4월 10일) 오전 4시30분까지 이어졌다. A씨가 군산휴게소에서 충남 홍성휴게소까지 70㎞를 운전하는 6시간 내내 C씨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당시에도 A씨 측 변호인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벌금보다 무거운 전과가 없는 점, 나이가 적고 죗값을 치러 교정될 소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성범죄자 신상 공개고지는 안 한다"고 했다.  
 
 A씨는 2015년 8월 3일 오전 5시쯤 김제의 한 마트에서 2100만원을 훔친 혐의(야간건조물침입절도)로 기소돼 전주지법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돈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재판부는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동종 범죄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앞서 면한 형기(3년)까지 추가돼 수년간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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