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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빌라서 잡힌 라임 이종필···"도주전 샤넬·벤츠에 떨었다"

중앙일보 2020.04.24 08:51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른바 라임사태의 핵심 피의자 이종필(42)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도피 5개월여만인 지난 23일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이 전 부사장은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 김봉현(46)씨와 함께였다. 두 사람은 서울 성북구내 한 빌라에 숨어들어 지내온 것으로 보인다.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펀드 투자금을 수익률 조작, 사기, 수재 등 부정운용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그다. 지난해 11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해외 도주설, 피살설, 질병 사망설 등 무수한 추측을 낳기도 했다. 이종필이 설정한 환매중단 펀드는 원종준 라임운용 대표조차 손을 대지 못할만큼 복잡하게 설계됐다. 펀드는 현재 반토막도 건지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버렸다. 도대체 이종필은 어떤 사람이었고 도주 전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낸 걸까. 그의 행적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봤다.
 

"이종필, IWC·샤넬·벤츠에 떨었다" 

이종필과 가까웠던 지인들은 이종필이 도주 직전 극도로 불안해했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종필은 2017년 초 라임운용의 투자기업인 리드 측으로부터 샤넬 핸드백 4개와 IWC 시계 2개, 리스한 벤츠 차량 등을 제공받았다. 이후 이종필은 이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인 지난해 11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도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A씨는 "어느날 이종필이 나와 함께 있던 중 이유 없이 자꾸만 나더러 먼저 자리를 뜨라고 하더라"라며 "이를 이상하게 여기면서 일단은 헤어졌는데 몇분 뒤 길에서 이종필이 자신의 기존 차량 대신 2억원 상당의 벤츠 S63 쿠페 차량에 앉아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저게 뭐지' 싶었다"고 말했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종필의 불안이 감지된 건 지난해 11월 초다. 이종필과 가깝게 지낸 금융업계 관계자 B씨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이종필이 계속 불안해 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리드에서 샤넬백하고 IWC 시계를 받은 게 있는데 그게 자꾸 걸린다'고 고백하더라"라고 말했다. B씨는 또 "영장실질심사 전날엔 이종필로부터 '사실 벤츠 차량도 제공 받았는데 이것까지 더하면 무조건 징역 5년 이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종필은 아마 이 때 도주를 결심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리드는 이종필의 아킬레스건으로 보인다. 이종필과 업무상 수시로 마주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C씨는 "이종필은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고, 투자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무용담을 자랑하듯 들려주길 좋아했다"며 "그런 이종필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리는 것을 딱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데 바로 리드에 대해 설명하던 날"이라고 말했다.
 

"라임운용 합류하자마자 범죄 시작" 

이종필 주변인들 가운데는 여전히 이종필 범죄에 고의성이 없을 것이라고 아직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종필이 누구를 만나든 펀드 수익률 얘기만 할 정도로 자기 일에 열성적인 인물이었고, 천성이 순수해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성격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종필을 잘 아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D씨는 이종필이 라임자산운용에 펀드매니저로 합류한 직후부터 자발적으로 수익률 조작 등 범죄를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라임자산운용. 연합뉴스TV

라임자산운용. 연합뉴스TV

D씨에 따르면 이종필은 라임운용 합류 직후인 2016년, 96억원 규모의 대체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파티게임즈라는 코스닥 상장사 전환사채(CB)에 약 2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얼마 뒤 파티게임즈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게 됐다. 파티게임즈 CB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당시 파티게임즈 CB에 투자한 펀드들은 파티게임즈 투자액 대부분을 손실 처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종필이 설정한 펀드만은 1년 뒤 놀라운 성과를 냈다. 펀드 투자금 20% 이상을 파티게임즈 CB에 투자했음에도 최종 8% 수익을 낸 것이다. 당시 이종필은 주변에 "내 아버지가 파티게임즈 CB를 비싸게 되사준 덕분"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해당 펀드에서 파티게임즈 CB를 되사준 건 메트로폴리탄이라는 부동산 시행사라고 한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펀드로부터 약 2500억원을 투자받고 그중 2000억원을 경영진 횡령 등에 유용한 혐의를 받는 회사다. 라임운용의 다른 부실 자산을 정상가격에 대거 사주는 등 라임펀드 수익률 조작의 핵심이라는 의심도 받는다. 메트로폴리탄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모 회장은 라임사태의 진짜 몸통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D씨는 "이종필이 이 때부터 작전 세력과 손잡고 펀드 수익률을 조작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종필의 숨통을 죈 코스닥 상장사 리드 투자 건도 이맘때(2017년 초) 이뤄졌다.
 

끝내는 김봉현과 운명공동체 

업계에선 이종필과 기업사냥꾼 김봉현이 처음 만난 시점을 2018년 10월쯤으로 추정한다. 두 사람이 당시 경기도 버스회사 수원여객의 최대주주 스트라이커캐피탈(스트라이커)로부터 수원여객을 찬탈할 공모를 꾸미면서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수원여객 찬탈 시도는 뜻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종필은 이를 계기로 김봉현과 운명공동체로 엮여버렸다고 한다. 공모 당시 김봉현으로부터 성공보수 30억원을 선지급 받은 탓이다.
 
이종필은 이후 김봉현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에 600억원을 투자해주기로 했다. 이종필은 실제로 라임의 플루토 펀드 자금을 대거 동원해 지난해 4월 스타모빌리티 CB 4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달 18일 스타모빌리티 공시에 따르면 김봉현은 이중 325억원을 횡령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건물 전경. 연합뉴스TV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건물 전경. 연합뉴스TV

라임운용은 이종필이 잠적하고난 뒤인 지난 1월 13일에도 환매중단된 플루토 펀드에서 195억원을 빼내 스타모빌리티 CB를 사들였다. 김봉현은 바로 다음날 192억원을 인출해 도주했다. 당시 라임운용에서 이 투자를 주도한 건 현재 구속기소된 김모 대체투자본부장이었다. 업계에선 김 본부장 배후에 이종필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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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은 도주해 잠적한 뒤에도 김봉현의 도움을 받아 가족 여행을 다니거나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종필 운전기사 한모씨의 공소장에 한씨가 지난 1월 김봉현의 지시로 서울 모처에서 이종필과 부인, 자녀 등을 승합차에 태워 강원도의 한 리조트까지 데려다줬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잠적한 이종필에게 피부병 약을 전달해준 혐의도 받는다.
 
결국 이날 이종필과 김봉현이 성북구에서 동시에 검거되면서 이들은 도피의 마지막 순간까지 운명공동체로 함께한 셈이 됐다.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 두사람의 신병이 한번에 확보된 덕에 라임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종필로 인해 피해를 본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종필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게 고마울 지경"이라며 "이제라도 실체를 밝힐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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