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펀드 투자금을 수익률 조작, 사기, 수재 등 부정운용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그다. 지난해 11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해외 도주설, 피살설, 질병 사망설 등 무수한 추측을 낳기도 했다. 이종필이 설정한 환매중단 펀드는 원종준 라임운용 대표조차 손을 대지 못할만큼 복잡하게 설계됐다. 펀드는 현재 반토막도 건지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버렸다. 도대체 이종필은 어떤 사람이었고 도주 전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낸 걸까. 그의 행적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봤다.
"이종필, IWC·샤넬·벤츠에 떨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A씨는 "어느날 이종필이 나와 함께 있던 중 이유 없이 자꾸만 나더러 먼저 자리를 뜨라고 하더라"라며 "이를 이상하게 여기면서 일단은 헤어졌는데 몇분 뒤 길에서 이종필이 자신의 기존 차량 대신 2억원 상당의 벤츠 S63 쿠페 차량에 앉아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저게 뭐지' 싶었다"고 말했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리드는 이종필의 아킬레스건으로 보인다. 이종필과 업무상 수시로 마주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C씨는 "이종필은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고, 투자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무용담을 자랑하듯 들려주길 좋아했다"며 "그런 이종필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리는 것을 딱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데 바로 리드에 대해 설명하던 날"이라고 말했다.
"라임운용 합류하자마자 범죄 시작"

라임자산운용. 연합뉴스TV
그런데 이종필이 설정한 펀드만은 1년 뒤 놀라운 성과를 냈다. 펀드 투자금 20% 이상을 파티게임즈 CB에 투자했음에도 최종 8% 수익을 낸 것이다. 당시 이종필은 주변에 "내 아버지가 파티게임즈 CB를 비싸게 되사준 덕분"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해당 펀드에서 파티게임즈 CB를 되사준 건 메트로폴리탄이라는 부동산 시행사라고 한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펀드로부터 약 2500억원을 투자받고 그중 2000억원을 경영진 횡령 등에 유용한 혐의를 받는 회사다. 라임운용의 다른 부실 자산을 정상가격에 대거 사주는 등 라임펀드 수익률 조작의 핵심이라는 의심도 받는다. 메트로폴리탄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모 회장은 라임사태의 진짜 몸통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D씨는 "이종필이 이 때부터 작전 세력과 손잡고 펀드 수익률을 조작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종필의 숨통을 죈 코스닥 상장사 리드 투자 건도 이맘때(2017년 초) 이뤄졌다.
끝내는 김봉현과 운명공동체
이종필은 이후 김봉현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에 600억원을 투자해주기로 했다. 이종필은 실제로 라임의 플루토 펀드 자금을 대거 동원해 지난해 4월 스타모빌리티 CB 4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달 18일 스타모빌리티 공시에 따르면 김봉현은 이중 325억원을 횡령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건물 전경. 연합뉴스TV
이종필은 도주해 잠적한 뒤에도 김봉현의 도움을 받아 가족 여행을 다니거나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종필 운전기사 한모씨의 공소장에 한씨가 지난 1월 김봉현의 지시로 서울 모처에서 이종필과 부인, 자녀 등을 승합차에 태워 강원도의 한 리조트까지 데려다줬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잠적한 이종필에게 피부병 약을 전달해준 혐의도 받는다.
결국 이날 이종필과 김봉현이 성북구에서 동시에 검거되면서 이들은 도피의 마지막 순간까지 운명공동체로 함께한 셈이 됐다.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 두사람의 신병이 한번에 확보된 덕에 라임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종필로 인해 피해를 본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종필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게 고마울 지경"이라며 "이제라도 실체를 밝힐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