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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어느새 '4차 결단'···'민생방역 청구서' 2조까지 불었다

중앙일보 2020.04.24 05:00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자영업자 생존자금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자영업자 생존자금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팔다리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사업을 포기하고 축소해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코로나19로 필요한 재원 약 2조원
박 시장 “1조원대 사업 축소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구제를 위한 자영업자 생존자금 지급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분담 의사를 밝힐 때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취한 특단의 조치”, “다리 하나를 베어낸다는 결단”이라고 말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라도 방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지원사업의 재원 마련에 대한 서울시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박 시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4차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영업자 41만 명에게 매월 70만원씩 2개월 동안 현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1차 재난긴급생활비에서 4차 자영업자 생존자금까지, 코로나19 지원사업과 관련한 박 시장의 결단이 늘어갈수록 서울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곳간문 연 서울시…현금성 지원책 

 
서울시의 코로나19 ‘민생 방역’ 사업은 이날 발표한 자영업자 생존자금까지 크게 네 가지다. 첫번째는 중위소득 100% 이하 117만7000가구에 가구별 30만~50만원을 지원하는 재난긴급생활비다. 이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민생혁신금융 사업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일부 부담 등의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서울의 자영업자들을 방문해 고충을 들었다. [사진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서울의 자영업자들을 방문해 고충을 들었다. [사진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네 번의 결단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2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우선 이날 발표한 자영업자 생존자금에 574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지방채 발행 없이 1조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자치구에도 부담을 일절 지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8619억원 추경 예산 편성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8619억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추경 재원은 2019회계연도 결산 결과를 전망해 예측한 순세계잉여금(거둔 세금 총액에서 지출 세금의 총액을 뺀 나머지) 3573억원, 정부 추경에 따른 국고보조금 3775억원, 재난관리기금 적립금 1271억원 등이다. 
 
서울시는 이 추경 예산을 재난긴급생활비 지급뿐 아니라 저소득층 소비쿠폰과 아동수당 대상자 돌봄쿠폰 지급,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예술·관광업계 지원,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등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지급된 3271억원 규모의 재난긴급생활비는 추경 예산으로 자금을 확보했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신청자가 많이 몰려 예산 부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2차 결단이라고 밝힌 민생혁신금융 사업은 자금 경색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긴급자금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용공급 규모를 3조8050억원에서 5조900억원으로 늘리는 대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사업을 위한 필요 자금은 서울시가 직접 대출해주는 융자금 2650억원과 이자 보전액 464억원이다. 이 돈은 기존의 중소기업육성기금과 지난달 편성한 추경 예산 450억원으로 마련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과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과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행안부에 지방채 발행 대상 조정 건의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자체 분담금 역시 서울시 재정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정부와 지자체 분담 비율 8대2를 기준으로 한다면 3500억원가량 추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분담 비율을 7대 3으로 제시했다. 예상되는 서울시 분담금은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약 7600억원으로 애초 박 시장이 제시한 3500억원을 훨씬 웃돈다. 
 
25개 자치구와의 분담 비율은 변수로 남아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자치구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예산담당 관계자는 “7대 3 비율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서울시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취약계층 지원사업은 지방채 발행으로도 조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재정법에 따라 투자사업이 아닌 경상경비, 복지사업 등 돈을 지급하는 형식의 사업은 지방채 발행 대상이 아니다. 서울시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경상사업에 대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으며 행안부는 이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울시는 정부 분담금 역시 사업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시 재정이 어렵다. 아무리 어려워도 마른 수건을 짜내는 심정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고 또 한 번 강조하면서도 사업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지방정부 재정에 한계가 있어 정부가 더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정책을 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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