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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1.4% 성장, 코로나가 성장률 2%P 깎아먹었다

중앙일보 2020.04.24 02:05 종합 3면 지면보기
한국 경제가 1분기 성장률로 -1.4%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민간소비는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수출도 부진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내수와 수출이란 경제성장의 두 엔진이 모두 꺼질 위기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으로 버텨 보려고 한다. 하지만 2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12년 만에 최저, 코로나 쇼크 시작
소비 6.4% 줄고 수출도 2% 감소
미국·유럽 등 코로나 확산도 악재
“기업·서민 제대로 도울 대책을”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4% 감소했다.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외 곳곳에서 경제활동이 중단된 영향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0.4%)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갔다.
 
1분기엔 민간소비와 수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민간소비 감소율은 6.4%를 기록했다. 외환위기가 찾아온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코로나19 우려에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한 영향이다.
 
경제성장에 대한 민간 부문의 기여도는 -1.5%포인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9%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그나마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지출을 조기 집행한 게 방어막 역할을 했다. 정부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2%포인트였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가 민간 부문에서 경제성장률을 2%포인트 정도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제활동별 GDP를 보면 제조업(-1.8%)과 서비스업(-2%)에서 모두 감소로 돌아섰다. 특히 서비스업은 외환위기 때인 98년 1분기(-6.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중에선 운수업(-12.6%)과 도소매·숙박·음식업(-6.5%), 문화·기타서비스업(-6.2%) 등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다. 금융·보험업은 오히려 2.3% 증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유례없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내수와 민생 부문에 가해진 충격이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 감소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그는 “2분기에 실물·고용 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보단 충격이 덜했지만 1분기 수출도 2% 줄었다. 반도체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자동차와 기계류 등에서 수출 감소 폭이 컸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6% 감소했다. 국내에서 생산 활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의 지갑이 그만큼 얇아졌다는 의미다.
 
2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다. 한국이 97~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던 것은 수출 경쟁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수출에 기댈 상황이 아니다.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수요가 쪼그라든 탓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수출액은 217억2900만 달러(약 26조8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줄었다. 적어도 5~6월까지는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 중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것을 전제로 하면 올해 1%대 성장은 어렵지만 플러스 성장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2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연간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국면을 빨리 끝내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을 내놨다. 유동성 위기의 기업과 실직 위기의 개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제대로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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