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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집무실로 여직원 불러 컴퓨터 가르쳐달라며 성추행”

중앙일보 2020.04.24 00:05 종합 4면 지면보기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시청의 여직원을 성추행한 ‘미투 사건’의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부산시·부산성폭력상담소 밝혀
“직원 저항했지만 5분간 신체접촉”
피해 여성 “시장직 사퇴” 요구
오, 작년에도 공무원 성추행 의혹

오 전 시장은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은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을 떠나 어떤 말로도,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오 전 시장은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참회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 도중 “3전4기(3轉4起)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 됐다”고 말하다가 울먹였다.
 
부산시·부산성폭력상담소 등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이달 초 부산시청 여직원을 7층 집무실에 불렀다. 이어 여직원에게 컴퓨터와 관련해 가르쳐 달라고 하고선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여직원이 거세게 저항했으나 오 전 시장은 5분 동안 신체 접촉을 계속했다. 이후 여직원은 부산성폭력상담소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상담소가 부산시 정책수석보좌관을 통해 피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자 오 전 시장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피해 여직원은 오 전 시장에게 공개 사과와 시장직 사퇴를 요구했고, 오 전 시장 측은 4·15 총선 이후에 사퇴한다는 내용의 ‘사퇴서’를 작성하고 법무법인의 공증을 받아 피해 여직원과 상담소 측에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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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회견 직후 오 전 시장의 페이스북에는 “14년 걸친 노력을 5분 만에 날리느냐” 등 분노한 시민의 댓글이 잇따랐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한 것을 두고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2018년 ‘성인지 감수성’ 논란을 빚었던 데다 지난해에도 성 관련 의혹에 휩싸인 전력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장의 회식 자리 사진을 올렸다. 당시 동석자 대부분이 남성이었음에도 오 전 시장 양옆에 제복을 입은 젊은 여직원, 정면에도 여직원이 배치된 사진이었다. “불편하다” “남성 중심 회식 문화” 등의 비난 댓글이 달리자 하루 만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지난해엔 또 다른 여성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성 추문에 휩싸였다.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해 10월 “2018년 지방선거 때 오 전 시장 선거캠프에서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다. 오 전 시장이 한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하는 일도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 “소도 웃을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고 강 변호사 등 3명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 당시 해당 여성은 미투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고 했지만 오 전 시장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3일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3전4기, 민주당 출신 첫 부산시장=재작년 6·13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 도전 네 번 만에 부산시장에 당선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재선에 도전한 자유한국당 서병수(66) 후보와의 재대결 끝에 승리했다. 민선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진보세력의 첫 승리였다. 오 전 시장은 최근 부산시장 재선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한 달 전쯤 지인 모임에서 46년생인 미국 대통령 트럼프, 42년생인 부통령 조 바이든의 예를 들며 재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48년생으로 72세다. 부산에서 태어나 행정고시(14회)에 합격했고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을 거쳐 참여정부 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는 내년 4월 7일 열린다.
 
부산=황선윤·이은지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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