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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4번, 이정도면 '습관성 비대위'···통합당 김종인은 다를까

중앙일보 2020.04.23 18:47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희옥→인명진→김병준→김종인
 
지난 4년간 명멸한 비대위는 보수 진영의 ‘비상 사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16년 20대 총선 패배 이후 1년에 한 번꼴로 비대위가 들어섰다. 전당대회를 거친 지도부가 두 번 연속 이어진 적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추미애→이해찬 당 대표로 안정적인 지도 체제를 유지한 것과 상반된다. “비대위가 습관이 된 느낌마저 든다. 가건물로 4년을 지내왔다”(조해진 미래통합당 당선인)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희옥 전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이 임기를 이틀앞둔 소감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희옥 전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이 임기를 이틀앞둔 소감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비대위 잔혹사’의 시작은 새누리당 김희옥 비대위였다.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은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약 50일간의 지도부 공백을 겪었던 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당명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그의 일성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계파 다툼 속에 묻히고 말았다. 비대위 출범 2주일 만에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의 일괄 복당 문제를 놓고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갈등을 빚어 김 위원장은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김희옥 비대위는 출범 두 달 뒤 이정현 당대표에게 키를 넘기고 물러났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새누리당은 인명진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렸다. 인명진 비대위는 친박계 청산을 모토로 내세웠고,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 주류와 정면충돌했다. 하지만 비대위원 추인을 위한 전국위가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무산되는 등 힘에서 밀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반대편에선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의 탈당 러시도 이어졌다. 결국 출범 석 달 뒤 홍준표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인명진 비대위는 문을 닫았다.
 
2018년 6월 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하자 한달 뒤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김병준씨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김 전 위원장은 "'먹방'도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며 이른바 '국가주의'를 쟁점화하는 등 기존 진보·보수 노선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공천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의 인물이나 체질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2019년 2월 전당대회를 통해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면서 김병준 비대위도 7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이처럼 보수 진영에서 ‘선거 패배→비대위→선거 패배’는 관성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통합당 중진 의원은 “그간 당 주류는 비대위를 ‘스쳐 가는 임시 조직’ 정도로 인식한 게 사실”이라며 “비대위에 패전 처리를 맡긴 뒤, 얼마 못 가 당권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합당 인사는 “'바깥사람'인 비대위원장은 당을 장악하지 못했고, 당은 눈치만 보며 스스로 자생력을 상실해갔다”고 분석했다.
 
4·15 총선 참패 일주일 만에 통합당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추인된 건 ‘김종인 비대위’다. 하지만 공식 출범도 전에 “남에게 맡기기만 하는 당의 미래가 있을까”(김영우 의원), “누군 자존심도 없는 줄 아느냐(홍준표 전 대표)”는 반발이 거세다. 권한과 시기를 어느 정도 할지도 현재 불명확하다. 한 통합당 중진의원은 “선거 국면에선 김종인 카드가 통할지 몰라도, 당 재건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수도권 의원은 “과거 비대위보다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출혈을 감수하고 당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ㆍ윤정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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