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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45세 이하 당선 5명뿐 “당 해체 수준 체질 싹 바꿔야”

중앙일보 2020.04.23 00:58 종합 5면 지면보기
미래통합당에선 4·15 총선에 28명의 45세 이하 ‘젊은 후보’가 나서 이 중 5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왼쪽부터 배현진(37·서울 송파을), 황보승희(44·부산 중-영도), 김병욱(43·포항남-울릉), 김형동(45·안동-예천), 정희용(44·성주-고령-칠곡) 당선인. [연합뉴스·중앙포토]

미래통합당에선 4·15 총선에 28명의 45세 이하 ‘젊은 후보’가 나서 이 중 5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왼쪽부터 배현진(37·서울 송파을), 황보승희(44·부산 중-영도), 김병욱(43·포항남-울릉), 김형동(45·안동-예천), 정희용(44·성주-고령-칠곡) 당선인. [연합뉴스·중앙포토]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세대교체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당 주류가 고령화되면서 메시지 역시 과거에 사로잡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자성(自省)이자 60대 이상(이번 총선 기준 1201만 명)보다 더 큰 유권자 블록인 3040세대(1535만 명)의 외면을 받아선 미래가 없다는 보수 비주류 시대의 위기의식이다.
 

한국 보수 왜 시대 뒤처졌나
‘830 기수론’ 쏟아져 나오지만
깃발 들고 앞장설 세력 없어

영남 다선 중심 결정 최대 문제
“졌지만 잘 싸운 젊은 후보 뭉치고
당에선 역량 쌓게 전폭 지원을”

사실 정당의 고령화는 통합당만의 일은 아니다. 고령화 사회와 이른바 386세대의 과다대표 현상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의 30·40대 지역구 당선자 비율은 37%(17대 총선), 42%(18대), 22%(19대), 9.5%(20대), 14.3%(21대)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30·40대 비율 역시 42.2%(17대), 31.6%(18대), 27.2%(19대), 17%(20대), 13.4%(21대)로 내리막이었다. 4·15 총선에서 통합당 당선자의 평균연령(55.6세)은 민주당과 같다.
 
그런데도 통합당은 ‘고루하다’ ‘시대에 뒤졌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통합당의 인물도, 통합당이 열정을 보이는 이슈도, 또 이슈를 다루는 태도와 방식도다. 그리고 핵심 원인으로 영남 다선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꼽힌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당 주류에 속하는 젊은 의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연령별 이슈에 대한 통합당의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결국 내부 자극 없이 정신을 못 차리고 ‘괜찮아’만 외치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한때 시장보수와 안보보수로 확장됐던 이념 지형은 수도권 중도층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태극기부대와 보수 유튜버의 이념적 동조 현상을 보이며 쪼그라들었다.
 
21대 총선 정당별 의석수 현황

21대 총선 정당별 의석수 현황

결국 다시 승리할 수 있는 당으로 돌려놓기 위해선 기존 인물들론, 또 그들의 사고와 방식으론 불가하다는 게 세대교체론의 요체다. 김세연 통합당 의원은 “당 내부 사고체계의 고령화·획일화는 만성 기저질환에 가까워 치료하기도 어렵다. 보수 정당이 몰락했다고 표현하지만 이번 총선이 끝이 아닐 것 같다”며 “당을 해체하다시피 체질까지 싹 바꾸지 않으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이번 선거는 단순히 통합당이 진 게 아니라 보수의 가치·비전·담론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선거로 규정해야 한다. 60대 이상에서만 앞선 시한부 정당이 된 것”이라며 “보수의 가치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있었다”고 말했다.
 
논거가 될 만한 케이스도 있다. 이번에 통합당은 45세 이하를 ‘젊은 후보’로 칭하고 출마시켰다. 모두 28명이다. ‘텃밭’인 영남권엔 단 세 명이었다. 서울 지역에서 낙선한 6명의 평균득표율은 42.5%로, 46세 이상 후보들의 40.2%보다 높았다. 이들 중 한 명은 22일 통화에서 “후보는 젊고 괜찮아 보이는데 왜 하필 그런 당으로 갔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44세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왼쪽), 1986년생으로 세계 최연소 총리인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연합뉴스]

44세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왼쪽), 1986년생으로 세계 최연소 총리인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연합뉴스]

통합당 내에선 30·40대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을 모범 사례로 내세우곤 한다. 44세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1986년생으로 세계 최연소 총리인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지난해 12월 34세의 나이로 핀란드를 이끌게 된 산나 마린 총리 등이다.
 
당장 세대교체론이 세대교체로 이어지긴 어려운 구조다. 원내 입성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여서다. 30대 당선자는 서울 송파을의 배현진 당선인이 유일하다. 범위를 45세 이하로 넓혀도 5명(황보승희·김병욱·김형동·정희용)이 전부다. 30·40대를 통틀어 12명이다. 총선 참패 이후 ‘830 기수론’(19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 ‘40대 후반 기수론’ 등의 구호가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로 깃발을 들고 앞장설 만한 인물이나 세력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원정에 출마했던 홍종기 후보는 “선거 참패 후 다들 앞장서서 세대교체를 말하는데, 원내 진입에 성공한 젊은 후보가 거의 없다 보니 목소리를 내거나 당에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낙선한 후보들은 생계 문제도 해결해야 해 정치 경험을 쌓거나 역량을 키워 장기적인 세대교체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숫자로 본 미래통합당

숫자로 본 미래통합당

결국 긴 호흡으로 젊은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세대교체 이전에 젊은 인재들에게 통합당의 가치와 비전을 심어주고, 정치 경험을 쌓을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며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을 단순히 젊다는 이유로 영입한다면 미숙한 정치력 때문에 오히려 통합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늘어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젊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80년대생 몇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세대교체가 되기도 어렵고, 된다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젊은 인재 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후보들도 유사한 요구를 했다. 광명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용태 후보는 “의원총회 등 당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만큼 세대교체가 이번에도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젊은 후보들이 우선 연대해야 한다”면서도 “또한 세대교체를 위해 중진분들이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여의도연구원(통합당 싱크탱크) 등 당 내부에서 정치 경험과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영익·윤정민·김기정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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