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용 무너지자 '국란' 위기감...외면하던 대기업도 지원, '코로나 뉴딜'로 일자리 창출

중앙일보 2020.04.22 19:43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난 극복의 핵심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면서 현 경제 상황을 ‘국난(國難)’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의 위기의식을 확 키운 건 고용 지표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5000명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24만명)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직전인 항공‧조선 등 주력산업이 무너지면 고용 대란은 걷잡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와 고용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기간산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그간 지원을 미루던 대기업에 대해서도 긴급 처방전을 내놓은 이유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자리 지키기…대기업도 '조건부'지원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지금을 조성한다. 항공ㆍ해운ㆍ조선ㆍ자동차ㆍ일반기계ㆍ전력ㆍ통신 등 7대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전 대책과 달리 주로 대기업이 수혜자다. 대신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달았다. 또 해당 기업이 이익을 낼 경우 일정 부문은 정부가 공유한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를 때 이익을 정부가 나눠가질 수 있도록 지원 금액의 일부를 주식연계증권 등으로 주는 식이다. 
 
기금은 5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된다. 기금을 조성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24일까지 산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기금채권 발행을 위한 국가보증 동의안은 28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와 한국은행은 25조원 규모의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 신용 기업 지원 형태와 유사하다.
 
‘대기업에 대한 혈세 퍼주기’ 논란을 의식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유업종 등이 빠진 것도 논란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유업도 포함을 검토했으나 고용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아 일단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전례 없는 위기로 기업들은 규모를 가릴 것 없이 모두 어려운 처지”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제’를 동반한 지원은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현재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조건만을 달고 규모에 대한 차등 없이 지원해야 기업이 살아나고 고용도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그래픽=김영희

일자리 만들기…10만 공공 알바 포함한 '한국판 뉴딜'

정부는 추가 일자리 창출 계획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이란 이름을 달았다. 3조6000억원을 들이는 공공ㆍ청년 일자리 55만개가 출발점이다. 비대면ㆍ디지털 작업이 가능한 정부 일자리 10만 개가 생긴다. 공공데이터 구축, 다중이용시설 방역, 행정 지원 등의 부문에서다. 채용 취소·연기 등으로 구직 기회조차 없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도 마련한다. 홍 부총리는 “디지털 국가로의 전환에 맞춘 비대면 서비스 산업 등 ‘디지털 뉴딜’과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포함한 확장된 개념의 SOC 뉴딜이 포함될 수 있다”며 “규모와 시기는 5월 내 검토 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그래픽=김영희

 
 당장은 하나의 일자리도 아쉽기는 하지만, 자칫 '노인 일자리'사업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나랏돈을 퍼부은 단기 일자리 중심의 고용 호조는 코로나19 충격의 근본 처방전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약 계층 지원 및 단기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포스트 코로나’에 맞춰 인적 투자 방향의 쇄신을 통해 향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토대가 되는 고용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 일자리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이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의 고용·노동 정책 개선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19 대책 규모 240조원…지체되면 무용지물 

급한 불을 끄는 대신 앞으로 짊어져야 할 나랏빚 부담은 커지게 됐다. 앞서 정부는 1∼4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150조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5차 회의에선 90조원 가까운 대책을 추가로 얹었다. 홍 부총리는 "고용안정특별대책 10조원,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 금융안정 추가지원 35조원, 여기에 예비비를 이용해 보강하는 소상공인 대출 추가자금 4조4000억원을 합하면 총 규모는 89조4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를 위한 대책 규모가 현재까지 240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한 올해 세 번째 추경을 6월 초까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한 해 동안 추경안을 세 번 편성하는 것은 1969년 이후 51년 만이다. 홍 부총리는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면적 지원이 말 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빠른 실행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의 여러 미비점이 있긴 하지만 우선은 급한 대로 빠른 지원을 통해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며 “국회는 빨리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는 미비점을 보완해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제 부총리 중심 ‘비상경제 중대본’ 가동 = 문 대통령이 매주 한 차례 정기적으로 주재하던 비상경제회의는 앞으로 비상시 회의 체제로 바뀐다. 대신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체제가 가동된다.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열린 다섯 차례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긴급 구호적 성격의 비상대응조치가 완료돼 상시적 위기관리·대응시스템인 경제 중대본 체계로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