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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담금 보험사가 떼먹었다” 논란…보험업계 "대법원 가보자"

중앙일보 2020.04.22 17:05
최근 손해보험사마다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을 돌려 달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자동차 사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돌려 받은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반면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은 “자기부담금은 돌려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전자보험. 셔터스톡

운전자보험. 셔터스톡

법원 판결, 자기부담금은 보험가입자 몫

자기부담금 반환 문제가 불거진 건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해당 채널에는 황모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황씨는 2019년 5월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가 났는데, 차 수리비는 127만원이 나왔다. 황씨는 과실비율을 놓고 다툼이 생겨 상대차 보험사로부터 보상이 지연돼 일단 자차 보험으로 일단 차량 수리비를 냈다. 이 때 황씨는 자기부담금 20만원을 부담했다.
 
황씨 보험사는 상대차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권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상대방의 과실비율은 70%가 책정됐다. 법원은 황씨의 보험사가 받을 돈으로 수리비 127만원의 70%인 89만원이 아닌 69만원 받으라고 판결했다. 20만원은 보험사 몫이 아닌 황씨가 가져할 돈이라는 취지다.  
 

“자기부담금, 상대방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다”  

황씨의 사례와 같은 판결이 나온 건 상법682조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2014다46211) 때문이다. 상법682조는 보험사가 손해를 입은 피보험자(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손해를 입힌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대신 가질 수 있게 한다. 다만 피보험자가 보험금으로 메우지 못한 손해가 있다면, 이 손해만큼은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한문철TV'에서 자기부담금 관련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한문철TV'에서 자기부담금 관련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보험자의 배상받지 못한 손해가 있으면 상대보험사는 이를 ‘우선적으로’ 피보험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다. 예컨대 A사가 B사 때문에 일어난 화재로 10억원의 피해를 봤는데, 보험금은 약관에 따라 8억원만 받았다.이 때 A사는 2억원의 배상받지 못한 손해가 생겼고, 이 손해를 B사 측에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A사의 보험사는 B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때 2억원을 뺀 금액만 돌려 받을 수 있다.  
  
자기부담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측은 ‘자기부담금=배상받지 못한 손해’로 본다. 이 때문에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돌려 받을 수 있다고 주장이다. 한문철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자기부담금은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게 맞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대 보험사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해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보험사에 돌려받을 수 있는 자기부담금이 연간 최소 2000억원이라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례는 자기부담금 없는 화재보험 이야기”

자기부담금을 돌려 달라는 주장에 대해 보험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부담금은 계약상 부담해야 할 금액이지 미배상 손해가 아닌 만큼 반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계약을 맺을 때 자기부담금을 내는 대신 보험료를 할인 받는 등의 혜택을 주는 계약을 맺었다는 취지다. 보험업계에서는 자기부담금으로 4~5% 정도의 보험료 할인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해당 대법원 판결은 자기부담금 개념이 없는 화재보험에 대한 판결인만큼 자동차보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재보험은 보험료를 감안해 최대 보상금을 건물 등 시설물의 가치보다 낮게 계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손해액보다 보험금이 적은 미배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 보험은 손해액 전부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보험법을 전공한 교수들도 자기부담금 반환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 한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쉽게 답을 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향후 판례평석 통해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부담금 제도 무용지물 될까  

한 변호사 주장대로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보험사가 물어줘야 하는 게 맞다면,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과실이 100%인 사고가 아닌 이상 자기부담금을 돌려 받게 된다.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이 경우 자기부담금 제도가 존속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와 보험사들은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검토를 의뢰하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자기부담금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구한 적이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관련 소송을 대법원까지 진행해 해당 문제를 명확히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기부담금 제도는 다수의 소비자가 혜택을 보는 제도인 만큼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보험 약관을 개정해 해당 부분을 명확히 해 법적 다툼의 여지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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