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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실종 30대女 살해 피의자, CCTV 들이밀자 "기억 안나"

중앙일보 2020.04.22 15:28
여성 대상 강력범죄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여성 대상 강력범죄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내 승용차에서) 잠깐 만나 돈을 빌렸다. 그 자리에서 돌려보냈다."
 

실종 전 마지막 만난 후배 남편이 살해 정황
강도살인 구속…피의자 차량서 혈흔·삽 발견

경찰, 국과수 감식 의뢰…"시신 수색 급선무"
당사자, 혐의 부인…거짓말탐지기 조사 거부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에게 돈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구속된 A씨(31)가 경찰에서 한 말이다. 경찰은 거짓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실종 전 마지막으로 만난 후배 남편 A씨가 여성을 살해한 범인으로 보고 수사와 수색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A씨가 구속된 뒤에도 모르쇠로 일관해 경찰이 실종자 시신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22일 전주 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A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이날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려 했지만, A씨가 거부했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10시 40분부터 15일 오전 2시 30분 사이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B씨(34·여)를 자기 승용차에 태운 뒤 모바일 뱅킹으로 수십만원을 강취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동안 B씨 계좌에서 A씨 계좌로 48만원이 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B씨가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B씨가 무직인 데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정황 등을 근거로 경찰은 A씨가 B씨 돈을 강제로 빼앗은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과거 퀵서비스 기사로 일했지만, 현재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자녀와 함께 B씨와 같은 동네에 산다고 한다.    
 
 A씨는 "B씨 돈을 빼앗지도, B씨를 죽이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증거를 대면 '기억이 안 난다'거나 거짓말을 하는 식으로 조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는 B씨를 본인 승용차에 태운 뒤 전주 상림동·팔복동과 김제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차 안에서 B씨를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할 장소를 찾아다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 차에는 블랙박스가 없었지만, 경찰은 B씨 원룸 주변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해 지난 14일 밤 B씨가 A씨 차에 탄 정황을 확인했다. B씨는 14일 오후 10시 40분쯤 자신이 거주하는 원룸에서 나와 A씨의 차에 탄 뒤 연락이 두절됐다. B씨 휴대전화 전원은 실종 이튿날인 15일 오전 2시 30분쯤 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B씨가 숨진 시점을 14일 오후 10시 40분과 15일 오전 2시 30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B씨가 A씨 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장면, 조수석 쪽이 옷으로 덮여 있는 장면, 한참 뒤 조수석에서 B씨가 사라진 장면 등도 CCTV에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방범용 CCTV 등을 일일이 확보, 퍼즐 조각 맞추듯 A씨의 구체적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 동선에 있는 장소가 범행과 상관없을 수 있는 데다 아직 A씨가 한곳에 오래 머문 흔적이 나오지 않아 경찰은 시신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시신 유기 과정에 조력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현재로썬 A씨 혼자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B씨가 실종됐다며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B씨 오빠는 "혼자 사는 여동생이 나흘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수색팀을 꾸렸지만, B씨 행방을 찾지 못했다. 이후 B씨가 실종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후배 남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 19일 긴급체포했다. A씨 차 안에서는 혈흔이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 트렁크에서는 삽이 나왔다. 경찰은 혈흔과 삽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차 안에서 콘돔도 발견됐지만, 성범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초 단순 실종 사건으로 본 경찰은 실종된 사람이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인 데다 며칠간 집에 안 들어온 점, 휴대전화가 꺼져 있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강력 사건으로 전환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A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같은 날 전주지법 영장담당부(최형철 부장판사)는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시신을 찾는 게 급선무"라며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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