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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수돗물서 코로나···"물 통한 전염 없지만 불가능 아니다"

중앙일보 2020.04.22 15:27
호주의 한 하수처리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호주의 한 하수처리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시내 수돗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앞서 파리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물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을 통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는 없는 것일까. 

파리 하수처리장 처리수도 양성 반응

지난 2월 마스크를 쓴 여성이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를 지나고 있다. 프랑스는 22일 현재 15만900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다. 로이터=연합

지난 2월 마스크를 쓴 여성이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를 지나고 있다. 프랑스는 22일 현재 15만900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다. 로이터=연합

지난 20일 파리 수도관리국 산하 연구소는 파리 시내 수돗물 시료 27개 중 4개에서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이 물은 거리 청소와 공원 관리용, 분수용으로 사용되는 수돗물이어서 시민이 실제 마시는 수돗물을 생산할 때만큼 철저하게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센 강에서 취수해 마시는 수돗물과는 완전히 다른 관망(network)을 통해 생산·공급되기 때문에 마시는 물은 바이러스 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파리 수도국 측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파리 수도국과 소르본대학 연구팀은 지난 12일 사전 공개 사이트(medRvix)에 올린 논문에서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생활하수 원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물론 처리수에서도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3월 5일부터 4월 7일 사이에 파리 시내 3개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생활하수에서 23개, 처리수에서 8개의 시료를 채취해 실시간 중합 효소 연쇄 반응법(RT-PCR)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처리하지 않은 생활하수에서는 모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처리수 시료 8개 중에서 6개가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그 양은 원수의 1% 이하였다.
파리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붉은색 역삼각형은 처리하지 않은 생활하수 속 바이러스를, 주황색 역삼각형은 처리수의 바이러스를 나타낸다. 회색 원은 프랑스 전체의 확진자 숫자, 파란색 원은 파리의 확진자 숫자를 가리킨다.

파리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붉은색 역삼각형은 처리하지 않은 생활하수 속 바이러스를, 주황색 역삼각형은 처리수의 바이러스를 나타낸다. 회색 원은 프랑스 전체의 확진자 숫자, 파란색 원은 파리의 확진자 숫자를 가리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코로나19가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나 환경보호국(EPA) 역시 같은 입장이다.
 
수영장이나 온천 등에서도 소독 등 적절한 관리만 이뤄진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물을 통해 퍼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바이러스, 대·소변을 통해 배출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진인탄 병원에서 지난 2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진료기록을 학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진인탄 병원에서 지난 2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진료기록을 학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생활하수나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대·소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중국 우한이나 미국 환자의 대변과 소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는 지난 2월부터 속속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뿐만 아니라 소장과 대장 등 소화기관까지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기뿐만 아니라 소화기관 세포에도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경로인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2(ACE2)가 분포하기 때문이다.
 
중국 우한에서 연합병원 연구진이 코로나19 환자 564명을 분석한 결과, 27.8%인 157명이 설사를 했다.
157명 중 38명은 호흡기 증상도 없었고, 12명은 열이나 호흡기 증상 없이 설사 증상만 보였다.
 
중국 광둥 성에서 1월 16일에서 3월 15일 사이 환자 98명을 조사한 결과, 41명의 환자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양성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설사가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이고,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분변-구강 전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배설물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6일 국내 코로나19 환자 74명의 혈청과 분변 등 총 699건을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 유전자가 24건 검출됐으나 배양검사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16일 밝혔다.
 
질본은 "바이러스가 배양되지 않았다는 것은 해당 경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혈액이나 분변에서 검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는 감염력을 잃은 유전자 조각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결국 민감한 PCR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기는 하지만, 실제 물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높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코로나 확산 감시 도구로 '주목'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는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검사에 사용되는 멀티웰 플레이트. 각각의 작은 구멍에 시료를 넣고 동시에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는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검사에 사용되는 멀티웰 플레이트. 각각의 작은 구멍에 시료를 넣고 동시에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AP=연합뉴스

물을 통한 감염 위험은 낮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감시하는 체계로서 하수처리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파리 하수처리장은 물론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이나 호주 브리즈번에서도 아직은 시범적인 조사 수준이지만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생활하수에서 바이러스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호주 연구팀은 브리즈번 지역 생활하수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전자 숫자로부터 지역 내 감염자 수를 추정하기도 했다.
호주 하수처리장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검사. 가정이나 병원 등에서 하수처리장(WWTP)으로 들어온 생활하수 속의 바이러스 양을 분석하고, 환자 1인당 바이러스 배출량을 바탕으로 감염자 숫자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호주 하수처리장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검사. 가정이나 병원 등에서 하수처리장(WWTP)으로 들어온 생활하수 속의 바이러스 양을 분석하고, 환자 1인당 바이러스 배출량을 바탕으로 감염자 숫자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파리 하수처리장을 분석한 연구팀은 "파리나 프랑스 전체에서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처리하지 않은 생활하수 속에서 바이러스 유전자 숫자가 증가하는 게 확인됐다"며 "전염병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이미 생활하수가 바이러스로 오염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생활하수 속의 바이러스 검사는 지역적인 코로나19 확산 상황이나 방역 효과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도구로 유용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검사를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특히,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감염자가 치솟는 제2, 제3의 '파도'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도 유용하다는 것이다.
 
다만 생활하수 속의 바이러스 분석이 더 큰 의미를 가지려면 감염자 한 사람이 대소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배출된 바이러스가 감염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우리도 생활하수 분석의 필요성에 대해 기본적인 검토는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질본 등과의 협력과 연구인력 충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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