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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굴러온 돌' 붉은여우에 내몰리는 북극여우

중앙일보 2020.04.22 13:00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11)

 
환경문제는 어제오늘의 논쟁거리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뜨거운 이슈가 돼 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기온상승, 해수면 상승, 해양산성화, 물 순환 변화, 홍수와 가뭄 화재와 같은 극한 기후현상 등으로 자연 생태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 이는 야생생물에도 영향을 주어 생물 종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멸종의 위기를 가져온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의 조건이 바뀌면 야생동물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서식지의 환경조건이 변한다. 자연 서식지의 조건이 바뀌게 되면 행동·생태·생리 등 동물 종의 본성에 변화가 나타나고 종 다양성도 달라진다.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한 일부 종은 신체의 생리기능을 총동원하거나 생존에 유리한 환경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종은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어 멸종의 길로 가게 된다.
 
기후변화가 동물 종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온상승과 극한 기후현상은 환경을 악화시켜 동물의 서식지를 급격하게 줄어들게 한다. 철새의 이주시기는 일정하지 않고 느려지거나 빨라지고 기간이 늘어진다. 이주장소도 확장되거나 줄어들고, 일부 종은 이동을 포기하고 텃새로 자리 잡는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기온상승, 해수면 상승, 해양산성화, 물 순환 변화, 홍수와 가뭄 화재와 같은 극한 기후현상 등으로 자연생태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 [사진 Pixabay]

기후변화는 지구의 기온상승, 해수면 상승, 해양산성화, 물 순환 변화, 홍수와 가뭄 화재와 같은 극한 기후현상 등으로 자연생태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 [사진 Pixabay]

 
환경에 맞는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동물은 기존의 동물과 경쟁 관계가 된다. 먹이는 한정되어 있어 모든 동물의 배를 채울 수 없다. 세력이 밀리는 열세의 종은 먹이 부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의 위기에 몰린다.
 
서식지의 환경변화는 동물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생식능력에 영향을 주어 종별 개체수의 균형을 깨뜨려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동물 종의 분포범위 변화는 먹이사슬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신종 병원체의 유입으로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 해수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은 해안선을 불안정하게 하고 해양생태계의 질서를 어지럽게 한다. 부화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파충류는 환경온도 상승이 성비의 불균형을 만들어 번식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일부는 상당히 앞으로 나가 있다. 기후변화가 지금의 상태로 진행된다면 21세기 안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멸종위기가 빠르게 진행될 동물을 지정해 예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른 몇 가지 종을 살펴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북극여우(Arctic fox, Vulpes lagopus)는 알래스카, 캐나다, 러시아 북부,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스칸디나비아에 분포하며 툰드라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지표종이다. 일부 잠재적인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으나 여전히 육상에서는 상위포식자가 된다. 극한의 추위 속에 사는 북극여우에게 지구온난화는 구원의 손길이 아니라 생존을 더욱 힘들게 한다. 서식지가 줄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넓은 툰드라 지역의 남쪽부터 서서히 북방삼림 지역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삼림 지역은 북극여우가 생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극한의 추위 속에 사는 북극여우에게 지구온난화는 구원의 손길이 아니라 생존을 더욱 힘들게 한다. 서식지가 줄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극한의 추위 속에 사는 북극여우에게 지구온난화는 구원의 손길이 아니라 생존을 더욱 힘들게 한다. 서식지가 줄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다. 툰드라 남쪽경계 지역에서 대치하고 있던 붉은여우(Red fox, Vulpes vulpes)가 본격적으로 북상하여 툰드라 지역을 점령하기 시작한다. 붉은여우는 체력이 강하고 뛰어난 사냥꾼으로 북극여우의 새끼는 물론 다 큰 개체까지 잡아먹을 수 있다. 북극여우는 북쪽으로 몰리며 개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붉은여우는 체력이 강하고 뛰어난 사냥꾼으로 북극여우의 새끼는 물론 다 큰 개체까지 잡아 먹을 수 있다. [사진 Flickr]

붉은여우는 체력이 강하고 뛰어난 사냥꾼으로 북극여우의 새끼는 물론 다 큰 개체까지 잡아 먹을 수 있다. [사진 Flickr]

 
서식지의 먹이가 부족해진다. 북극여우의 먹이는 주로 나그네쥐(Lemming)와 들쥐(Vole)다. 이들은 얼음과 눈 사이의 공간을 집으로 이용한다. 포근하고 짧은 겨울은 눈과 얼음을 녹여 집을 붕괴시킨다. 은폐물이 없어져 외부로 고스란히 노출된 이들은 포식자에게 속수무책이다. 붉은여우까지 가세하니 먹잇감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경쟁에서 밀리는 북극여우는 먹이가 부족한 상황이 된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경쟁자에게 밀리고 먹이가 없어지는 삼중고의 북극여우는 험난한 앞날이 쉽게 예측된다.

 
장수거북(Leatherback sea turtle, Dermochelys coriacea)은 평균체중이 500kg으로 현존하는 거북 중 가장 크다. 부드러운 등딱지를 가졌으며 1000m의 깊이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을 선호하나 북으로 알래스카와 노르웨이, 남으로는 뉴질랜드까지의 전 해역에 분포하며 주요 먹이는 해파리다. 해안에서 부화 후 바다로 나가 수컷은 평생 바다에서 생활하며 암컷은 산란기에만 돌아온다.
 
파충류인 거북은 수정할 때 성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화 중 환경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기온상승에 따라 부화온도가 올라가면 대부분 암컷이 되기 때문에 극심한 성비불균형으로 번식에 영향을 주어 개체수의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사진 Flickr]

파충류인 거북은 수정할 때 성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화 중 환경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기온상승에 따라 부화온도가 올라가면 대부분 암컷이 되기 때문에 극심한 성비불균형으로 번식에 영향을 주어 개체수의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사진 Flickr]

 
이들에게 기후변화가 주는 가장 큰 영향은 부화온도의 상승으로 인한 성비불균형의 문제다. 파충류인 거북은 수정할 때 성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화 중 환경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정상부화온도 범위 안에서 온도가 낮으면 수컷, 높으면 암컷이 된다. 기온상승에 따라 부화온도가 올라가면 대부분 암컷이 되기 때문에 극심한 성비불균형으로 번식에 영향을 주어 개체수의 감소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산란지가 줄어드는 것도 위기다. 기온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태풍 등의 영향으로 해안은 변형된다. 바다에서 생활하던 암컷은 산란하기 위해 보통 2~4년 주기로 해안에 올라온다. 모처럼 알을 낳으러 해안으로 왔지만, 그동안 바뀐 해안의 환경 때문에 둥지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태풍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증가해 산란지를 침식하고 알이 있는 둥지를 쓸어버리기도 한다.
 
바다거북은 부화 후부터 성장기까지 수많은 포식동물의 먹이가 돼 살아 돌아오는 어미의 숫자가 매우 적다. 여기에 산란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들고 성비의 불균형으로 번식에 어려움이 생기는 문제는 멸종의 길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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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식 신남식 서울대 명예교수·(주)이레본 기술고문 필진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 동물원장과 수의과대학 교수를 지냈다. 반려동물인구가 1000만이 넘고, 동물복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시대에 반려동물 보호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동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동물의 선택, 보호자의 자격, 예절교육, 식사, 위생관리, 건강관리 등 입양에서 이별까지의 과정에 보호자가 해야 할 일을 알아보고 사람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반려동물의 세계를 구석구석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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