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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추락 잊지 말라" 그 시절 겪은 이해찬의 당부

중앙일보 2020.04.22 12:18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열린우리당이 152석 과반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민주당 21대 총선 당선인들에게 보낸 A4 2장 분량의 친전 한 구절이다. ‘21대 국회 당선자 여러분에게’라는 제목의 이 편지에서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언급하며 낮고 겸손한 자세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 당시 열린우리당은) 국민이 원하시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생각만을 밀어붙였다.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따지지 않았고 정부와 당보다는 나 자신을 내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우리는 17대 대선에 패했고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겨우 81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전체 299석 중 152석 과반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열린우리당은 108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분열했다.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 주도로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ㆍ사립학교법ㆍ과거사진상규명법ㆍ언론관계법의 폐지나 개정)이 추진됐지만 온전한 합의를 얻지 못했고 야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국가보안법 개정은 무산됐고 나머지 법안도 원래 취지와 다르게 누더기로 입법화됐다. 이후 열린우리당은 사분오열 됐고 탈당 의원이 주축이 된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최근 보낸 A4 2장 분량의 친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최근 보낸 A4 2장 분량의 친전.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3석을 얻었다.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17석을 합치면 총 180석의 거대 여당이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7선을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들의 뜻에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서늘한 두려움도 느낀다”며 “이렇게 크게 맡겨주신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만약 우리가 그 뜻을 잘 받들지 못하면 우리도 언제든지 심판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당선인들을 향해 “항상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의석을 주신 국민의 뜻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 자신의 생각보다 당과 정부, 국가와 국민의 뜻을 먼저 고려해서 말과 행동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들께서 압도적 의석을 주신 이유를 세 가지라 생각한다”며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국난을 극복하고 경제위기에 잘 대응하라는 것이 첫째 ▶일하는 국회,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라는 것이 둘째 ▶민주주의가 꽃처럼 피어나고 정의와 공정이 만발하며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 셋째라고 했다. 이어 “가장 급한 책무는 코로나19와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코로나19 이후의 경제ㆍ사회적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혁하는 일”이라며 “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치밀하되 과감해야 하며, 야당과의 건전한 경쟁과 협력의 통합적 관계를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2004년 12월 23일 국가보안법 관련 담판을 위한 '여야 4자회담'에 참석하는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담장 앞을 가로막고 4자회담 무효 등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4년 12월 23일 국가보안법 관련 담판을 위한 '여야 4자회담'에 참석하는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담장 앞을 가로막고 4자회담 무효 등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대표는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제 마지막 소임이었던 21대 총선의 성과를 뒤로하여 28년간 봉직해 온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당선인들을 향해선 “이제 21대 국회 주인공은 여러분”이라며 “민주당을 더욱 발전시키고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어 민주정부 4기를 창출할 책임은 오롯이 여러분에게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4ㆍ15 총선 이틀 뒤인 지난 17일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반성해야 한다”며 겸손을 강조했었다.
 
김효성ㆍ김홍범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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