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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공백 노렸나…아동성범죄 절반은 이 시간에 일어났다

중앙일보 2020.04.22 05:00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 발생시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 발생시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시간을 노렸던 것일까. 13세 미만 아동을 겨냥한 성범죄 절반 이상(51.4%)이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장소는 주거지(31%)가 가장 흔했다. 가해자는 친족(14.2%)이나 지인(16.7%)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타인(63.7%)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14일 공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18)'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아동 성범죄는 이렇게 발생했다. 
 

아동 성범죄 어떻게 발생하나, 전문가의 조언은

13세 미만 아동 인구를 고려한 아동 10만명당 성범죄율도 2008년 17건에서 2017년 21.8건으로 10년만에 28% 가량 증가했다. 현직 시절 성폭력전담검사로 근무했던 이승혜 변호사(이승혜 법률사무소)는 "아동 성범죄는 은밀하게 자행돼 수사기관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혼자있는 시간을 노린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아동과 성인을 포함한 성범죄 전체 건수를 발생 시간별로 나눴을 때 2011~2017년까지 매년 밤 8시에서 새벽 4시에 발생한 비율이 평균 40% 초반대로 가장 높았다.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통계다.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정오~오후 6시 사이의 전체 성범죄 발생율은 평균 20%대 초반이었다.
 
성폭력범죄 발생 장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폭력범죄 발생 장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폭력 발생 장소는 아동과 전체 성범죄 모두 주거지에서 발생할 비율이 기타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2017년 기준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 중엔 31%가, 전체 성범죄 중엔 16.1%가 주거지에서 일어났다. 아동성범죄 장소의 주거지 비율이 높은 것은, 가해자의 친족(14.2%)과 이웃 비율(16.7%)이 전체 성범죄 대비 다소 높은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13세미만 아동의 경우 길거리 등 노상에서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도 18.3%에 달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아동 성범죄의 경우 폭력을 수반한 방식보다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범죄에 스며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폭력범죄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관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폭력범죄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관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빨리 발견하고 진술을 확보하라

아동성범죄는 그래서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 시점과 수사 개시 사이에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 공백이 늘어날수록 아이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증거가 사라진다. 이승혜 변호사는 "보호자 입장에선 아이를 목욕 시킬 때 몸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직 시절 아이를 목욕시키다 범죄행위를 확인한 피해자 부모들의 사례를 들었다. 아이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성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폭력전담검사로 근무했던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범죄를 부모의 탓이라 할 수 없지만 피해자 부모가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보다 부모가 더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수사가 개시됐다면 아이의 신빙성 있는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동 진술 분석가가 투입된다. 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법정에서 아이의 진술이 탄핵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지난 9일 대법원은 교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아동의 진술을 배척하며 교감에게 무죄를 준 원심을 확정했다. 2심 재판장은 아동의 진술 변경 경위에 "피해자 모친의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측은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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