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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초연결사회가 가져온 생태계 교란의 결과”

중앙일보 2020.04.22 01:00 종합 16면 지면보기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왼쪽),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담. 변선구 기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왼쪽),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담. 변선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 최대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경고하지만, 전 세계가 활동을 멈추면서 공기 질이 개선되는 ‘코로나의 역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50주년 맞은 ‘지구의 날’
반기문 위원장-조명래 장관 좌담회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바이러스 창궐 주기 점점 빨라져
기후변화를 안보 차원서 다뤄야
미세먼지 개선 정책 효과 나타나

조명래 환경부 장관
권역별 미세먼지 총량 정해 관리
온실가스 줄이고 경제는 살리고
‘디커플링 원년’ 목표로 삼아

중앙일보는 지구의 날(22일) 50주년을 맞아 코로나19가 국내외 환경에 미친 영향과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참석했다.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미세먼지 감소, 정책효과 가장 중요”

겨울철계절관리초미세먼지평균농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겨울철계절관리초미세먼지평균농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회: 지난해 봄에는 미세먼지 오염이 극심했는데, 올해는 훨씬 덜한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조명래 장관= 정책효과, 기상요인, 코로나19와 관련된 요인, 이렇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정책효과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은 3월에 들어와서 본격화됐는데, 이미 1월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24%가 줄었다. 3월에는 43%가 줄었다. 중국도 진징지(베이징-톈진-허베이) 중심으로는 미세먼지 농도가 11% 정도 줄었다. 중국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에 기여하는 게 30%라고 보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3% 감소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좋아진 것만으로는 다 설명이 안 된다.  
 

사회: 이달 말 기후환경회의가 출범 1년을 맞게 되는데,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반기문 위원장=미세먼지 개선에 정책 효과가 좋았던 건 틀림없고 거기에 좀 더 중요한 요소는 국민의 참여다. 그래서 의견수렴을 위해 회의를 210번이나 했다. 지난해 9월 23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푸른 하늘을 위한 맑은 공기의 날'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제안해서 유엔이 주관하는 국제행사의 날이 지정된 건 처음이다. 
 
올해에는 미세먼지 감축 중장기 대책을 발표하기로 돼 있다. 여기에 국가의 에너지 믹스, 전기요금의 합리화 등 중요한 사항을 결정해야 하는데, 정부 부처와 정치권, 시민사회,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 장관=지난해에는 계절관리제를 포함해 미세먼지 8법, 추경 확보 등 미세먼지 정책의 제도 기반을 구축한 해였다. 올해는 구축된 인프라를 가동해 효과를 내려 한다. 크게 미세먼지 정책의 과학화와 지역화 두 가지 방향으로 틀고 있다. 미세먼지를 총량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쪼개서 지역별로 관리해야 한다. 지역이 주체가 되고, 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에 있는 전문가가 주체가 돼야 한다. 배출량 총량 규제를 수도권에서 중부권ㆍ동남권ㆍ남부권 등 국내 미세먼지의 80%를 배출하는 지역에 캡(허용량)을 씌워서 관리하기 때문에 잘하면 배출량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또, 지역 맞춤형 관리 모델을 구축해서 적용하되 올해는 충남을 시범지역으로 해서 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지구화가 초래한 환경 위기”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가운데),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담. 변선구 기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가운데),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담. 변선구 기자

사회: 코로나19로 인해 인류는 큰 위험에 빠졌는데 지구 공기는 맑아지고 생태계는 되살아나고 있다는 ‘코로나 역설’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반 위원장=불행한 사태이지만 어떻게 보면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계기도 됐다고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이래 전 세계가 질병 문제로 완전히 봉쇄되고 공포감에 젖는 상황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인류가 좋은 레슨을 받고 있다. 우리는 자연과 협상할 수 없다. 자연은 자연대로의 가는 길이 있다. 우리가 자연을 막을 수 없으니까 그건 인간이 자연에 순응해서 따라가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해서 플랜B는 없다. 다른 대안은 없다. 우리가 겸허하게 기후변화에 관한 정책을 좀 더 강하게 펼쳐야 한다.
 
조 장관=저는 코로나19가 이른바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하나의 결과이자 부정적으로 말하면 신자유주의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국경을 뛰어넘는 초이동성과 초연결성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쓰는 과정을 담보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것은 결국은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생태계 인위적 교란이 이뤄진 가운데 초연결사회의 흐름을 통해서 바이러스가 변형을 일으키면서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지구화가 초래한 환경 위기의 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 생태계 용량을 벗어나는 게 이뤄지면 지구생태계의 한계를 가져오고 그런 것이 기후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다시 로컬리티(지역화)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하는 선택적 지구공동체를 형성해가는 이런 것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굉장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근대 지배적 가치에 대한 것, 경제 중심적 가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반 위원장=코로나를 우리가 잘 대응할 수 있었던 건 모든 제도가 잘 돼 있고 지방자치제도가 잘 잡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국민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데 단결된 경우도 보기 힘들다. 21세기 이후 사스·신종플루·메르스·에볼라·지카 바이러스 등이 생겼고, 나타나는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 비례해서 이런 게 나온다.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가 체제를 잘 갖추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조명래 “온실가스 줄고 경제 성장하는 원년”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담. 변선구 기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담. 변선구 기자

사회: 반 위원장께서는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 파리기후협약 체결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립이라는 지구 환경보전의 기틀을 마련했는데, 과거 5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반 위원장=솔직히 말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의 열정이 많이 약화돼 2030년까지 SDGs 달성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 기후변화 협정도 SDG의 13번째 목표인데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17개 목표는 있으나 마나다. 불행하게도 기후변화에 관한 한 한국은 상당히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는 대상이다. 우리가 산업도 발전시켜야 하고, 여러 가지가 많다 보니까 너무 국내문제에 치중하고 있다. 전직 사무총장으로 볼 때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조 장관=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17년 대비 24.4%를 줄이는 거로 돼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 현재의 경제구조라든가 다른 나라가 설정한 목표치와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현격히 작은 양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기후악당국가'로 불리게 된 까닭은 우리가 그렇게 하고 싶다기보다도 그렇게 우리가 살아온 방식 때문이다. 여전히 수출경제이고, 제조업에 기반을 둔 제품을 팔아서 먹고사는 나라다. 우리가 기후악당이 안 되려면 그 방식을 버리면 되는 거다. 온실가스를 줄이기보다는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선행적 논의 거리이고 합의사항이라고 본다.
 
근자에 와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여러 제도적 노력을 하고 있고 그 노력의 속도는 앞으로 갈수록 더 가파르게 증가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가장 중요한 배출원이 되는 석탄발전도 10기를 줄였고, 신규는 더 짓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번에 계절관리제를 통해 28기 가동을 멈췄는데, 가능하다고 본다. 추가로 더 감축 할당해야 할 온실가스가 3400만t(톤)이 있는데 석탄발전을 통해서 줄여야 한다고 본다.  
 
좋은 징조 중의 하나는 온실가스가 올해부터 준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는다고 봤지만, 작년부터 내부 검토에 의하면 주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올해를 환경부는 온실가스는 줄고 경제는 성장하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의 원년(元年)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걸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최대로 강구하도록 제가 독려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2050 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있는데, 내가 요구해서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시나리오도 포함했다. 지지를 받고 국민적 합의가 되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린 뉴딜(Green New Deal, 환경분야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추구하는 전략)도 아직은 살아있는 아이디어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기후악당이라는걸 정말 탈피하려고 정부는 정말 작심을 하고 있다.  
 

반기문 “코로나 극복, 글로벌 연대 중요”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담. 변선구 기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담. 변선구 기자

반 위원장=기후악당이란 말을 하고 싶었는데 차마 환경부 장관 앞에서 못 했다. 사실은 대통령 앞에서는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기후악당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얘기를 한 번 했다. 환경부 장관이 그 얘기를 하니까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우선 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는 환경에 투자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해야 한다. 세 번째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을 안보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세계에서 제일 큰 항공모함 루즈벨트호가 가다가 코로나19에 걸려서 정박하고 작전을 중지한 게 좋은 예다.  
 
글로벌 연대도 중요하다. 특히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 느낀 건 세계보건기구(WHO) 하나를 두고서 미국에서 비판하지 않나. 사실은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가 없어서 그렇다. 2014년 아프리카 세 나라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당시 WHO에서 유엔 사무총장 산하로 가져와서 신속하게 대응했다. 병력을 파견해 아프리카 세 나라를 완전히 봉쇄했다. 당시 제가 현장을 직접 다녀오면서 21일 동안 자가격리하기도 했다.  

 
지금 코로나19 사태에서 유엔사무총장이 성명을 발표해서 강하게 얘기하고 유엔총회도 강하게 얘기했는데 코로나 문제를 가지고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과 중국의 이견 때문에 의안을 하나도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는 WHO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 큰 문제인데 미국이 저렇게 하니까 말을 못하고 있는 거다.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조 장관=환경부는 4대강 복원 등 녹색 복원, 기후 대응력 강화, 녹색 경제 구현, 생명안전권 확보 등 녹색 사회 전환이라는 목표를 각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합의와 절차를 존중하는 환경 민주주의를 통해 녹색 전환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정리=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지구의 날은 왜 생겼을까?
지구의 날(Earth Day)을 맞아 대전 구성동 국립중앙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지구사진을 신기한듯 만져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구의 날(Earth Day)을 맞아 대전 구성동 국립중앙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지구사진을 신기한듯 만져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구의 날(4월22일)은 지난 1970년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과 25세의 하버드대 법대생 데니스 헤이스의 주도로 처음 행사가 마련됐다. 당시 미국은 수질오염.해양오염.쓰레기문제등 환경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일반 국민 사이에 고조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환경단체들도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강력한 법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던 상황이었다. 
 
첫 지구의 날 행사에는 2000만명의 미국인이 참가했고 토론회와 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그후 20년 동안 거의 잊혀졌던 지구의 날 행사는 20주년이 되던 1990년 전 세계 140개국에서 2억 명이 참가한 세계적 행사로 부활했고, 이후 매년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0년부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매년 다양한 지구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0년 올해는 지구의 날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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