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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2m 거리두기 힘든 흡연부스, 폐쇄냐 유지냐

중앙일보 2020.04.22 00:30 종합 20면 지면보기
흡연자들로 가득찬 서울 여의도 증권가 부근 흡연부스. 편광현 기자

흡연자들로 가득찬 서울 여의도 증권가 부근 흡연부스. 편광현 기자

 
20일 오후 1시30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부근. 마스크를 착용한 직장인 대여섯명이 흡연 부스로 들어왔다. 10m 간격으로 설치된 흡연 부스 2곳에 40여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부스로 들어온 이들은 담배를 꺼낸 뒤 착용한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리거나 주머니에 넣었다. 재떨이 주변을 둘러싸고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눴다. 각각 약 16㎡인 이 시설은 지난 1월 영등포구청이 길거리 흡연을 줄이기 위해 설치한 개방형 흡연 부스다. 직장인 정모(29)씨는 “근처 흡연 부스는 이곳뿐인데 갈 때마다 사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사람 많아 위험” “개방형 걱정없어”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등 2곳 폐쇄
서울시 서초구·송파구는 운영중
전문가 “부스 구조따라 결정해야”

 
같은 날 오후 2시 수도권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인근. 약 16㎡ 크기의 밀폐형 흡연 부스에선 시민 15명이 흡연 중이었다. 부스에서 나오던 우모(58)씨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여기서 흡연을 한다”며 “흡연 중 침 뱉는 사람도 많고 공간이 좁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모(60대 남성)씨는 “개방형 흡연 부스라 큰 걱정은 없다”고 했다.
 

2m 거리 두기 어려운 흡연 부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다중이용시설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흡연 부스도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4일 수정된 코로나19 대응지침에서 흡연자를 고령자, 기저질환 환자와 함께 코로나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흡연 부스는 일반적으로 약 16㎡ 크기다. 질병관리본부가 권고한 비말 감염 범위인 2m 거리 두기가 어려운 구조다.
 
대한금연학회와 한국금연 운동협의회는 6일 “흡연 부스는 밀폐된 공간이라 코로나19 무증상 확진자가 이용할 때 다른 이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밀폐된 흡연 부스를 피할 것을 권고했다. 밀폐형 흡연부스는 지붕을 포함한 열린 면적이 전체 벽면의 50% 미만인 곳이다.
 

폐쇄 vs 유지 엇갈린 지자체 조치

 폐쇄된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주안역 남광장 흡연부스. 심석용 기자

폐쇄된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주안역 남광장 흡연부스. 심석용 기자

 
흡연 부스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 지자체는 흡연 부스를 폐쇄했다. 인천시 미추홀구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주안역 남광장과 북광장에 있는 흡연 부스 2곳을 닫았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면 침이 튀는 등 위험할 수 있어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유동인구가 많은 인천터미널 외곽에 설치된 흡연 부스 2곳을 폐쇄했다. 부평구청도 지난 7일 구청 1층 밀폐형 흡연 부스를 폐쇄하고 지하 1층 흡연 부스와 8층 야외 흡연장만 운영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 서초구·송파구 내 흡연 부스는 운영 중이다. 서초구는 해당 부스가 2면 이상이 개방된 야외 흡연 부스라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구 내 흡연 부스는 지붕이 뚫려 있고, 환기가 잘 되는 곳”이라며 “주 1회 부스를 방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군도 지난해 말 홍천군 보건소에 설치된 밀폐형 흡연 부스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도 시내 흡연 부스를 폐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밀폐형 부스와 개방형 부스 구별해야”

폐쇄된 인천터미널 야외 밀폐형 흡연부스. [사진 인천교통공사]

폐쇄된 인천터미널 야외 밀폐형 흡연부스. [사진 인천교통공사]

 
전문가들은 흡연 부스가 위험하다면서도 폐쇄 여부는 부스 구조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출입문 외에 다른 공간은 막혀있는 밀폐형 부스와 트여있는 개방형 부스를 구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 센터장은 “여러 명이 침을 튀기면서 대화하는 흡연 부스는 위험하다”면서도 “만약 밀폐형 부스에서 2m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면 폐쇄는 안 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이기영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와 입을 노출한 채 모이는 밀폐형 흡연 부스는 막아야 한다”면서도 “개방형 흡연 부스의 위험성을 다룬 연구결과는 없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석용·편광현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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