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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카이사르와 검찰

중앙일보 2020.04.22 00:11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민중파의 거두, 개혁의 주도자, 속주를 넓히고 국부(國富)를 키운 영웅이었다. 로마 시민은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만년(晩年)의 그는 명백한 공화정의 적이었다. 갈리아 평정 후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한 쿠데타의 수괴였고, 2인 공동 집정관 체제를 무너뜨린 준(準) 황제급 종신 독재관이었다. 암살자들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도 그가 황제 등극을 꿈꾼다는 것이었다.
 
그 카이사르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였던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 비판의 도구로 끄집어냈다. 공권력 보유자에 대한 찬양의 위험성을 대변하는 인물로 그를 제시한 것이다.
 
온당한 비교일까. 카이사르는 체제 전복 미수범으로 볼 수 있지만, 검찰은 과잉 수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국민과 대통령이 위임한 검찰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체제 수호 세력이다. 단임제 검찰총장을 종신 독재관과 비교하는 것도 민망해 보인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한술 더 떴다. 검찰을 향해 “세상 바뀐 걸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윽박질렀다. 둘 다 합법적 검찰권은 철저히 부정한 채 개인적 유감을 담아 ‘반동(反動)’ 딱지를 붙이는 데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최 당선인은 검찰의 세 차례 출석 요청에 모두 불응했다. 보수 유튜버 고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보낸 서면진술서도 백지로 돌려보냈다. 그래놓고는 기소되자 “부당한 기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전 국장에게서도 수사의 적정성을 법정에서 가리겠다는 법치국가 법조인의 기본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이미 (공소사실에 대한) 시민의 심판은 이뤄졌다”며 총선 결과를 견강부회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최 당선인이 21일 자신의 첫 재판에 출석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향후 예상되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소환 요청에도 당당히 응하길 바란다.
 
이들의 ‘장내’ 진입을 바라는 또 다른 이유는 ‘장외 싸움꾼’ 행보가 열린민주당이 원하는 여당과의 합당에도 도움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기자가 여당이라면 검찰과의 장외 대리전을 자처한 이들 ‘방계 선봉장’을 현 상태대로 계속 활용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다. 대가도 ‘국회 의석 3석’으로 매우 저렴하니 현상 유지가 여러모로 남는 장사 아닐까. 
 
박진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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