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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中 격차 벌릴 기회 왔다" 건의 쏟아낸 IT업계

중앙일보 2020.04.21 16:49
코로나19 사태 전인 지난해 12월 부산항 북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모습. 뉴스1

코로나19 사태 전인 지난해 12월 부산항 북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모습. 뉴스1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Don't waste a good crisis)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야말로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코로나 이후에 올 기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정보기술(IT) 업계가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배터리 등 4개 업종 협회와 전문가들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대책회의’를 가졌다.  
 

〈업종별 현황과 전망〉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위기보다 기회를 더 많이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된 이후 세계 각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IT분야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당장 산업 전반이 비대면·콘텐트 중심으로 재편되고 각종 신기술 채택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참석자들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말한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를 인용하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반기 IT수요 폭발할 것”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정보통신 배터리 등 4개 업종협회가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정보통신 배터리 등 4개 업종협회가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업계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종식될 경우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올 하반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에 대해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아직 업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미국·유럽 확산도 2분기 내 완화된다면 향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전염병 이후 강한 회복세를 경험한 것처럼 하반기에 IT기기의 억눌린 수요가 폭발할 경우 반도체 경기 회복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분야 발제자로 나선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으며, 전 세계 코로나 사태가 조기 종식될 경우 경기회복에 따른 IT기기의 강한 수요반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배터리와 가전 분야도 성장의 길목을 지켜야 한다. 선진국의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등으로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 수요가 늘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건강가전이 필수가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쟁관계인 중국기업과 격차를 벌일 수 있도록 핵심소재·장비의 국산화, 차세대 전지기술력 제고 등이 코로나19 대응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로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앞으로 건강가전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비대면(Untact·언택트) 트렌드 확산으로 로봇의 상업화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격차 벌이려면 지금 인력·설비 투자해야  

업계 참석자들은 코로나 이후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필요한 건의사항들을 쏟아냈다.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반도체 신설·증설 투자가 활성화돼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려면 각종 규제 완화와 과감한 정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도 “한국이 기술우위를 가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며 “신성장 연구개발 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혁신기술 개발을 과감하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기업들이 유연하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업종별 주요 건의사항〉

특히 업계는 해외입국 제한이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도·베트남에 OLED 신제품 생산라인 구축하려면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데 각국의 출입국 제한으로 막혀 있다”고 밝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코로나 이후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투자지원은 물론이고, 기업인의 해외출입국 허용과 시험·인증 절차 개시를 위한 국제 공조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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