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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한 학기라도 계시다가 옮겨주세요"…AI대학원 치열한 교수 확보전

중앙일보 2020.04.21 16:33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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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컴퓨터학과 A 교수는 지난 3월 KAIST 인공지능(AI) 대학원에 추가로 합류했다. A 교수는 KAIST AI대학원이 개원한 지난해부터 스카웃이 결정됐지만, 당시 고려대도 이미 AI대학원에 선정돼 개강을 앞두고 있었다. 수업을 두 달 앞둔 A 교수가 당장 빠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국 A 교수는 고려대 AI대학원 개원 멤버로서 한 학기 강의를 한 뒤 올해가 돼서야 KAIST로 자리를 옮겼다. 고려대는 이후 촉망받는 신진 연구자를 발굴해 A교수의 빈자리를 채워넣었다.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인재 양성 대학원을 추가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한양대는 3수, 연세대ㆍ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재수 끝에 AI 대학원에 선정될 수 있었다. 주요 대학들은 총장까지 나서 AI 대학원 유치에 열을 올렸다. AI 대학원에 선정되면 10년간 최대 19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는 동시에 AI 분야 선도 대학으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KAISTㆍ광주과학기술원(GIST)ㆍ고려대ㆍ성균관대ㆍ포항공대가 선정됐다.
 
AI 대학원 특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AI 대학원 특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학들은 그 중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부분이 바로 ‘교원 확보’ 였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 AI 전문가가 많지 않아 교수로 임용할 인력도 마땅치 않은데다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AI 대학원 선발을 담당하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참여 교수의 역량’과 관련된 부분에 100점 만점 중 15점을 할애해 평가했다. 평가 항목 중 가장 높은 배점이다. 다수의 대학들이 일단 기존 공대 교수진 위주로 전임교수를 배치했지만, 눈에 띄는 인재 영입에 성공한 곳도 있다. 이진석 IITP 정보통신인재팀 수석연구원은 “대학의 의무 부담금은 지원금의 10%인 2억원 가량이지만 지원하는 대학 대부분 이 금액보다 높게 책정했다”며 “탈락 후 재수를 거듭할수록 할 수록 점점 교수진의 구성이나 운영 계획이 발전했다”고 밝혔다.  
 
 

구글 연구원 출신부터 20대 교수까지

AI대학원에는 국내외 AI 기업 인재들도 다수 포진해있다. 연세대는 현역 구글 연구원인 양밍쉬안(52) 교수와 손을 잡았다. AI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양밍쉬안 교수는 미국 구글에 계속 근무하면서 AI 대학원 교수를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방학 때만 강의를 진행한다. SK텔레콤 연구원 출신인 여진영(34) 교수도 신규 채용했다. 자연어 처리 전문가인 여 교수는 SKT 음성인식 인공지능인 누구(NUGU) 개발에 참여했다. 연세대는 인재 영입 전략으로 ‘공동 연구 그룹’을 내세웠다. 대학 내 기존 교수들과 협업을 통해 향후 연구 성과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어필한 것이다. 한승재 연세대 AI대학원 교수는 “연봉 경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향후 5년 정도 추가 채용을 할텐데 공동 연구 환경이나 우수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보람 등을 어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회준 카이스트 ICT 석좌교수가 지난해 9월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학술문화관 5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열린 카이스트 AI대학원 개원식에서 초인공지능을 실현한다 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유회준 카이스트 ICT 석좌교수가 지난해 9월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학술문화관 5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열린 카이스트 AI대학원 개원식에서 초인공지능을 실현한다 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이미 학생 선발을 완료하고 수업을 진행중인 KAIST는 ‘우수 신임교수 영입의 달인’으로 통하는 정송 AI 대학원장이 인재 영입을 진두지휘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 조직인 구글 브레인 출신 최윤재(36) 교수를 1년 넘게 설득해 영입한 것도 정 원장이다. 최 교수는 의료 AI 분야 수업을 맡을 계획이다. KAIST AI 대학원 전임교원이 최근 6년간 AI 최고 학회에 기고한 논문 수는 101편에 달한다. 평균 나이는 만 41세로 국내 AI 대학원 교수진 중 가장 젊다. UNIST도 20대~30대 중반의 젊은 교수진을 다수 영입했다. AI 딥 러닝 분야 전문가인 윤성환(31) 교수가 전임교수로 참여했고, 겸임교수인 이규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만 29세, 최연소다. KAIST에서 학부와 석·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하고, 박사후연구원 1년을 거친 뒤 2018년 UNIST 교수에 임용됐다. 
 

국내 대학 간 인재 영입 '전쟁'도…비용과 인프라 개선해야

그럼에도 아직 대부분의 대학이 목표했던 교원 충원 수의 3분의 2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인재 확보가 어려운 탓이다. 해외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보니 국내 대학 간에도 서로 인재 영입전이 치열하다. UNIST에서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을 맡아 총괄했던 최재식 교수는 지난해 KAIST로 자리를 옮겼다. 이 외에도 다수의 핵심 전공 교수들이 유출됐다. AI 연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교수를 빼앗긴 UNIST는 절치부심 끝에 전문가를 모아 이번에 AI 대학원을 출범시켰다.  
 
[이노베이션랩]

[이노베이션랩]

AI 인재 영입 갈증을 해소하려면 결국 비용과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게 학계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AI 분야 박사학위를 딴 인재가 최소 연봉 5억원을 받는 데 비해 한국 대학은 6000만원~1억원대에 그친다. 턱없이 부족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구 환경도 열악하다. 이를 개선함과 동시에 국내 기업의 겸직 금지 조항도 완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승재 연세대 교수는 “향후 석학을 초빙할 때 필요하다면 기존 교수 연봉의 2~3배와 연구비, 연구팀에 대한 지원 카드도 제시할 계획”이라며 “AI 분야는 기업과 학교에 동시에 적을 두고 있을 때 발생하는 장점도 있는 만큼 겸직 금지 조항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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