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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수천 명 죽어나가는데…코로나 백신 왜 이리 더딜까

중앙일보 2020.04.21 14: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73)

코로나19 백신개발이 왜 이리 더딘가 궁금해하지만, 실은 개발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빨라야 1~2년 정도이니 그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 뭔가 대책이 시급한데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당분간은 해결이 쉽지 않을 듯도 보인다.
 
백신에 대해 다들 어렴풋이는 알고 있다. 무독화한 병원균이나 그 부품(?)을 인체에 주입해 면역세포를 훈련하고 유비무환의 상태로 만드는 것. 즉, 훈련된 군대(B세포)와 무기(항체)를 준비해 놓고 적군이 내습했을 때 일전 불퇴의 임전태세로 임한다는 것쯤 정도로 말이다. 맞긴 한데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우선 항원(抗原)·항체(抗體)라는 용어부터. 항원은 우리 몸속 면역세포가 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보통 병원체세포의 표면에 노출된 단백질(혹은 탄수화물, 인지질, 가끔 핵산)을 항원으로 쓴다. 항체란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을 일컫는데, 면역세포가 만든 일종의 미사일 무기에 비유된다. 이 항체가 만들어지면 병원균의 표면에 있는 항원에 벌떼같이 달라붙어 적을 무력화시킨다. 한 종류의 항원에 대해서도 여러 종류의 항체무기가 만들어져 동시에 공격한다. 이를 다클론 항체(polyclonal antibody)라 부른다.
 
제약회사가 막대한 돈을 들여 백신을 개발해도 써 먹을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개발한 후에까지 그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거나 다시 주기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사진 pixabay]

제약회사가 막대한 돈을 들여 백신을 개발해도 써 먹을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개발한 후에까지 그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거나 다시 주기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사진 pixabay]

 
백신은 어떻게 만들까. 가장 흔하게는 병원균을 죽여 무독화해서 만든다. 생균을 주사하면 병에 걸리니까 일단 죽인 놈을 가지고 시도한다. 이 경우는 우선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지만 어찌어찌하여 가능했다고 치자. 그러나 문제는 죽인 놈도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 많은 경우 사멸한 균도 사람에 해로운 경우가 허다해서다. 독성확인을 위해 먼저 동물실험을 거친다. 무독한지와 항체가 만들어지는가를 확인한 후에 인체에 적용한다. 이게 임상시험이다. 임상도 1~3차까지를 통과해야 안전성이 확보되고 허가가 난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다른 방법도 있다. 병원균의 구성 물질을 가지고 백신을 만드는 것이 더 빠르고 쉬울 수도 있다. 보통 바이러스의 표면에 노출돼있는 단백질(표면항원)을 대상으로 한다. 바이러스로부터 이를 분리하는 방법이 쉬우면 문제는 없으나 이도 녹록지가 않다. 분리조작도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대량으로 얻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양의 문제가 해결돼도 동물시험을 거치고 임상시험을 시행해야 하는 것은 이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의 특정 표면 항원이 인체에 무해하고 항원성이 좋다는 것이 확인되면 대량생산은 어렵지 않다.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하면 된다. 항원 단백질의 유전자를 대장균 등의 박테리아에 넣어(cloning)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한 분자의 항원에 대해 보통 여러 분자의 다클론 항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 즉 단백질 속에는 일정길이(peptide)의 항원결정기(epitope)가 여럿 있어 각각에 대해 특이적인 항체가 동시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 항원성이 좋은 단백질이 확인되면 그 단백질 속에서 가장 우수한 항원 결정기에 해당하는 유전자 부분만을 떼어내어 대장균 등의 미생물에 도입해 과발현(everexpression)하는 시스템이 이미 도구화되어있다.
 
그런데 백신으로 될 수 있는 대상물질을 만들기는 비교적 쉬우나, 과연 그것이 독성이 없는지 항원으로서 기능이 좋은지의 확인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루에도 수천 명이 죽어가고 촌각을 다투는데, 백신이 나오기까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니 다들 답답해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고 특효약 개발이 용이한 것도 아니니 잘못하다가는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될 수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는 약이 없다가 상식이다. 오직 우리 몸 스스로가 항체를 만들어 적을 물리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비극이다. 백신은 예방약이고 치료약과는 다르다.
 
한편 백신의 개발에 유명 메이저 제약회사가 그렇게 열중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다. 왜?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해 놓아도 앞으로 써먹을 일이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개발한 후에까지 그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거나 다시 주기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이런 경험을 자주 해 학습효과가 되어있어 제약회사가 모험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답이다. 같은 코로나 계열인 그 유명한 사스나 메르스에도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다. 만약 그때 개발해 뒀다면 지금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도 지금의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앞 다투어 세계각지에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너무나 지독하고 치명적이라 투기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일게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급박하니 졸속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 관계 당국도 웬만한 위험성은 감수하고라도 허가를 내줄 태세다. 과거의 좋지 않은 전철을 밟을까 걱정된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백신이 나오기 전에 대유행은 아마도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1~2년 후 백신이 만들어질 때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오버해서 인류의 종말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 pixabay]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백신이 나오기 전에 대유행은 아마도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1~2년 후 백신이 만들어질 때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오버해서 인류의 종말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 pixabay]

 
다른 계열의 감기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독감)에는 백신이 개발돼 있다. 너무나 지독하고 과거에 유행했던 종류가 다시 주기적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예방주사를 맞더라도 그해에 해당 독감이 유행하지 않으면 당연히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백신이 있는데도 신종(변종)의 출현에는 효과가 없어 아직도 독감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외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질병에는 약이 없다 했는데 유일하게 독감바이러스에는 백신과 함께 치료제도 개발돼 있다. 신종플루(일명 돼지독감) 때 위력을 발휘한 타미플루가 그 대표 격이다. 이 약도 모든 독감에 듣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 이런 타미플루를 비롯해 과거의 여러 약재(에이즈, 말라리아 등)를 이번의 코로나19 치료에 시도하고는 있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를 갖는 약재는 찾아내지 못했다. 여태까지 그랬듯 아마도 코로나19의 특효약도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 ‘에볼라바이러스’의 치료약으로 개발된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 효과를 나타냈다는 소식이 있어 국내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다. 참고로 이 약도 타미플루를 만들어 대박을 친 길리어드사가 개발했다. 치사율이 거의 50~90%인 에볼라가 이 약의 개발 후에는 잘 유행하지 않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한 치료약 중의 하나가 됐다.
 
약은 아니지만 코로나 완치자의 혈장을 환자에 주입하여 일부 효과를 봤다는 보도가 있으나 이도 기대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타인의 항체를 환자에 주입하여 바이러스를 죽이자는 시도이다. 대단히 그럴듯해 보이지만 해결의 결정적 방법은 아닌듯하다. 그렇다고 1년 이상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끔찍하다. 모르긴 해도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백신이 나오기 전에 대유행은 아마도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희망이다). 다른 바이러스도 그랬으니까. 1~2년 후 백신이 만들어질 때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오버해서 인류의 종말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외국은 난리인데도 우리는 이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다소 긴장을 푸는 듯하다. 혹시나 방심하면 큰일이다. 감염경로를 모르고 지역감염이 심해지면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는 감염력이 과거의 것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받던 싱가포르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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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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