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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 'n번방 방지법' 이번 국회 안에 만들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20.04.21 09:00
텔레그램 '박사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훈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오는 모습. 18세인 강훈은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 '박사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훈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오는 모습. 18세인 강훈은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20대 국회의원 임기만료를 39일 앞둔 20일 더불어민주당은 백혜련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을 꾸렸다. 백 의원 등은 새 법안(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내놨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판매·대여·배포·제공·소지 등의 행위에 대한 법정형을 현행 '10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민주당의 움직임에는 'n번방' 사건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처벌을 위한 입법은 20대 국회 내에 마무리짓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지난달 17일 주범 조주빈 체포 이후 여·야는 관련 법안을 쏟아냈고 정의당은 총선 전 원포인트 국회를 주장했지만 총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상임위 차원의 법안 검토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20대 국회의 임기 만료는 5월 29일이지만, 법안 개정을 할 수 있는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의 회기는 개회일인 20일부터 최장 30일(5월19일까지)이다. 여·야는 'n번방' 재발을 막을 실효적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38일… 20대 국회에 남은 시간

총선 전 'n번방' 방지 입법에 대해선 야당도 적극적이었다. 미래통합당의 박대출 ·송희경 의원도 각각 아청법 개정안을 내놨다. 형법·성폭력특례법·아청법·정보통신망법에 흩어져 있는 디지털 성범죄 처벌 조항의 형량을 대폭 늘리자는 법안들이 각 소관 상임위 테이블에 쏟아져 있다. 그러나 여·야의 합심에도 불구하고 ‘n번방 방지법’ 처리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20대 국회의원의 절반 이상이 낙선한 상태에서 관련 상임위가 모두 정상 가동될지가 문제다. 형법과 성폭력특례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아청법은 여성가족위원회, 정보통신망법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법률이다. 각 상임위 여당 간사들은 "이번주 쯤 관련 당정협의를 할 것"(여가위 정춘숙 간사)"20대 국회 내에 법사위 회의를 열 것"(법사위 송기헌 간사) 등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처리를 장담하진 못하는 상황이다.   
 

조속 처리냐 신중 논의냐 기로

20대 국회 내에 처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지난달 '딥페이크(음란 영상에 특정인의 얼굴을 합성해 실제처럼 보이게 한 영상)' 관련 규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송기헌 법사위원이 "(피해자의 얼굴을 제외한 부분은 다른 영상에서 가져온 것이라) 피해자성이 흐리지만 누군가 피해자가 있는 만큼 새로운 처벌 유형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얘기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새로 등장하는 디지털 성범죄들 중에는 현행법 상의 개념으로 처벌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직접 접촉이 없지만 디지털 성폭력으로 분류되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채다은 여성변호사회 이사는 "n번방 입법 과정에도 직접 접촉이 없는 온라인 성범죄·개인정보를 인질로 한 ‘보고, 공유하는’ 성범죄가 더 피해자에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인식이 새로 생겨야 한다"며 "지금까지 없던 행위를 규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복잡한 논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계에선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는 근거조항을 조정하느니 'n번방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채 이사는 “n번방 특별법을 따로 만들면 오히려 지금도 복잡한 성폭력 처벌 규정들이 더 복잡하게 얽히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정의부터 새로 해야할 필요가 있는 만큼 20대 회기 내에 성급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파생범죄 예방을 위한 논의를 체계적으로 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명정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처벌규정이 아예 없는 영역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뭐라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여론의 힘을 받아 국회에 동력이 있을 때 아청법이라도 고쳐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연‧박해리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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