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주서 외국인들 대낮 칼부림···여자문제로 두 나라가 붙었다

중앙일보 2020.04.21 06:00

광주서, 흉기피습…외국인들 패싸움

흉기피습 일러스트. [중앙포토]

흉기피습 일러스트. [중앙포토]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한 공원. 카자흐스탄 국적의 노동자 A씨(22)가 허벅지를 흉기에 찔린 채 쓰러졌다. 당시 A씨는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B씨(23) 등 아제르바이잔 노동자 5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사건추적]
광주경찰, 카자흐스탄 등 16명 검거
“보복범죄 첩보”…경찰 170명 투입
4명 구속영장…9명, 불법체류 범행

 조사 결과 A씨는 앞서 이날 오전 카자흐스탄인 6명이 아제르바이잔인 1명을 집단폭행한 데 대한 앙갚음 때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 등은 흉기에 찔린 A씨가 피를 흘린 채 실신하자 미리 준비한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경찰은 즉각 폭행에 가담한 외국인 검거 작전에 착수했다. 인근에 사는 카자흐스탄인들이 A씨를 폭행한 아제르바이잔인들을 다시 보복 폭행할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경찰특공대와 기동대원 등 170여 명을 투입해 두 나라의 노동자 16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20일 이중 범행 정도가 중한 4명에게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외국인을 쫓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자국의 노동자가 집단폭행을 당하자 보복 차원에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같은 날 0시20분쯤 월곡동의 한 도로에서는 카자흐스탄인들이 아제르바이잔인 C씨(23)를 집단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외국인은 반항하는 C씨의 머리를 삽으로 내리치는 등 마구 폭력을 행사했다.
집단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집단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지난해 10월부터…여자문제 '일촉즉발'

 경찰은 이달 초부터 여자 문제로 갈등을 빚어오던 두 나라 노동자의 앙금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0월에도 치정 문제로 충돌을 빚는 등 수개월째 감정싸움을 해왔다.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해를 경계로 둔 중앙아시아의 인접 국가다.
 
 두 나라는 1991년 러시아연방 해체 뒤 각각 독립했으나, 카스피해 분쟁과 종교·국가 간 갈등을 빚어왔다. 카자흐스탄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주된 종교인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경찰은 두 나라의 종교적·국가적인 갈등이 여자 문제 등으로 폭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향후 중앙아시아 출신의 외국인노동자들 사이에서 추가 범행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최근 폭력 행위가 이뤄진 광주 광산구 월곡동 일대는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5000여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집단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집단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중앙아시아, 음식 같은데 종교는 달라

 두 나라 노동자가 종교 및 국가 간 갈등 속에서도 한국 내 주거지나 생활환경이 유사한 점도 경찰의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해온 탓에 음식이나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들 노동자는 감정 다툼을 벌여온 수개월 동안에도 같은 식당이나 마트 등을 함께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전날 검거한 16명 중 C씨를 폭행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A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아제르바이잔인 4~5명을 쫓고 있다.
 
 이충문 광주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은 "검거된 16명 중 9명은 체류 기간이 만료된 불법체류 상태였다"며 "최근 폭행이 이뤄진 장소들이 외국인 집단 거주지라는 점에서 집단폭력 등 강력범죄를 엄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