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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 놓고 게임패드 든 나달···'스포츠 올스톱'에 e스포츠 각광

중앙일보 2020.04.21 05:02 종합 2면 지면보기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35·스페인)이 라켓 대신 게임패드를 잡는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이 라켓 대신 게임 패드를 든다. 나달은 오는 27일 열리는 e스포츠 이벤트인 '무투아 마드리드 오픈 버추어 프로'에 참가한다. [로이터 = 연합뉴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이 라켓 대신 게임 패드를 든다. 나달은 오는 27일 열리는 e스포츠 이벤트인 '무투아 마드리드 오픈 버추어 프로'에 참가한다. [로이터 = 연합뉴스]

 

비디오 게임 ‘테니스 월드 투어’
나달·즈베레프 등 프로 32명 참가

나스카의 레이싱게임대회도 인기
“코로나 뒤 e스포츠 수요 3배 증가”

다음달 초 열릴 예정이던 테니스 대회 마드리드 오픈이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자 나달이 e스포츠 무대에 서기로 한 것이다. 27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비디오 게임 '테니스 월드 투어'에 나달을 비롯한 정상급 남녀 테니스 선수 32명이 출전한다. 마드리드 오픈 5회 우승자인 나달과 알렉산더 즈베레프(7위·독일), 세계 7위 여성 테니스선수 키키 베르텐스(네덜란드) 등이 라켓 대신 게임 콘트롤러로 승부를 가리기로 한 것. 가상현실(VR) 기반의 e스포츠 게임이지만 대회 조직위원회는 TV 생중계는 물론 해설과 하이라이트 영상 제작, 선수 인터뷰까지 준비해 실제 대회처럼 게임을 진행할 계획이다. 
 

79만명 몰린 K리그 '랜선' 이벤트  

코로나19로 전 세계 스포츠 이벤트가 중단되자 선수들이 e스포츠로 모여들고 있다. 국내 게임사 넥슨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지난 18~19일 이틀간 PC게임 ‘피파(FIFA) 온라인4' 대회인 ‘K리그 랜선 토너먼트 TKL(Team K-LEAGUE)컵’을 개최했다. 상주상무를 제외한 K리그 11개팀 대표 선수가 참가해 3전 2승제 토너먼트로 경기를 진행했다. 
 
실제 축구경기를 할 수 없어 짜낸 고육지책이지만, 팬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K리그팬 김규엽(39)씨는 "오랜만에 응원팀의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면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아프리카TV 5개 채널로 전 경기가 중계됐는데 18일 42만명, 19일 37만명 등 누적 79만명이 시청했다"고 밝혔다.
 

코카콜라도 눈여겨본 가상현실 레이스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 '아이레이싱'의 실제 플레이 장면. [AP = 연합뉴스]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 '아이레이싱'의 실제 플레이 장면. [AP = 연합뉴스]

스포츠 경기에 목말랐던 팬들이 e스포츠로 모여들자 기업과 방송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경주대회 나스카(NASCAR)의 e스포츠 대회인 'e나스카아이레이싱'의 개막식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배우 톰 행크스가 경기 시작 전 국가를 제창했다. 메인 스폰서는 코카콜라가 맡았고, 미국 자동차보험사 게이코와 맥주회사 앤호이저-부시 등이 스폰서로 참여했다. 모든 경기는 폭스스포츠 채널에서 중계됐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개막식 중계 시청자는 90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TV 역사상 가장 많이 본 e스포츠 중계로 기록됐다. 
 
이런 이벤트들은 게임 제작 기술이 최근 들어 빠르게 발전하며 가능해졌다. e나스카아이레이싱에는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 '아이레이싱'이 활용됐다. 이 게임은 서킷(경기장)과 운전자의 승차감을 현실적으로 구현해 실제 드라이버들이 연습용으로 게임을 할 정도다. 나스카에서 누적 38회 우승한 데니 햄린은 이 게임에 대해 "실제 충돌이 없다는 것만 빼면 완전히 실제 경기와 똑같다. 도로 표면에 타이어가 닿는 느낌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3배 뛴 e스포츠 수요

SK텔레콤의 e스포츠 전문기업 'T1'이 지난 16일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 'BMW그룹'과 스폰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

SK텔레콤의 e스포츠 전문기업 'T1'이 지난 16일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 'BMW그룹'과 스폰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

이런 e스포츠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기존 스포츠 경기를 대체하는 일회성이긴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e스포츠 시장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비대면 소통이 중요해진 코로나19 시대에 시공간의 제약없이 경기가 가능한 e스포츠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며 "e스포츠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경성대 e스포츠인지행동연구소연구교수는 "더운 나라에서 테니스를 치기 어려워 실내 테니스인 탁구가 생긴 것처럼,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가상현실에서 비대면으로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스포츠가 기존 스포츠 영역의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급증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급증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로 세계 스포츠 리그가 중단된 상황에서 현재 e스포츠 리그만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0일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e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적어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시청자는 5억명에 육박하고, 스폰서십·중계권·스트리밍 등을 포함한 시장 규모는 11억달러(1조 3500억원)로 지난해 대비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를 경험한 글로벌 기업들도 e스포츠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회사 BMW가 한국 e스포츠팀 T1 등 세계 5개 국가 팀들과 스폰서십을 맺었다. T1은 '리그 오브 레전드', '포트나이트' 등 10개 팀을 운영하는 구단으로 '페이커'(이상혁) 등 50여 명의 프로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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